일요일, 4월 14, 2024
Home여행한국 여행 동해시,두타산(頭陀山)

[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23편] 동해시,두타산(頭陀山)

spot_img

두타산(頭陀山)은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 위치한 높이 1,357m의 산이다.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청옥산과 마주 보고 있다.
두타산에서 삼화사에 이르는 3.1km의 무릉계곡이 유명하다. 계곡 주변의 병풍바위, 장군바위등 크고 웅장한 바위가 아름다우며 기암괴석, 무릉반석, 장쾌한 폭포, 큰 소(沼)가 발달해 있다.
두타산(頭陀山)은 산스크리트어 두따(dhuta)에서 유래했다. 두타는 두따(dhuta)를 한자로 음차한 것으로 ‘속세의 번뇌를 떨치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등산코스:관리사무소-베틀바위-미륵바위-내산성터-두타산정상-박달령-박달골-무릉계곡-상폭·용추폭포-학소대-삼화사-무릉반석-관리사무소(7시간)

정상에서 바라본 청옥산

길고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두타산을 가기로 했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로 산행이 불가하여 직접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휴가철이고 주말이라서 예상 시간보다 2배이상 걸려 무릉광장에 도착했다. 산행 시간이 촉박하여 서둘러서 매표소를 지나 산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선교를 지나 왼쪽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금강송 군락지라는 안내판 주위로 껍질이 빨갛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문실문실 자라고 하늘을 향해 죽죽 뻗은 소나무에서 통직성(通直性)의 미(美)가 느껴진다. 필자가 오른 산에서 이렇게 곧고 크게 자란 아름다운 소나무는 처음으로 만난 것 같다.

베틀바위(사진 조성연)

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가 혼재하는 돌이 많은 트레일을 걸어 오르니 땀이 비오 듯 이마에서 흘러내린다. 나무들이 분비하는 테르펜(terpene)의 영향으로 청량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장마 끝의 불볕더위를 이겨내고 산을 오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열치열하는 마음으로 오르 수 밖에.

한참 오르니 왼쪽 위로 웅장하고 큰 바위들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그 유명한 두타산의 베틀 바위이다. 회양목 군락지를 지나 두 바위 사이를 연결한 데크 계단길을 걸어올라 베틀바위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발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는 베틀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선녀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비단 세 필을 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미륵바위

가드레일 돌길을 지나 또 테크계단을 오르니 미륵바위가 나왔다. 보는 각도에 따라 미륵불, 선비, 부엉이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제법 크고 길게 우뚝 솟은 바위이다. 400년전 선조들의 두타산 산행기*에 언급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바위이다. 산을 찾아 심신을 단련하고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인간의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참 올라 이정표가 있는 능선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산성터의 흔적이 보인다. 돌과 바위가 많은 능선길을 따라 오르니 여기저기에 서 있는 아름다운 금강송들이 하이커를 반겨준다. 조그만 봉우리 베틀봉(787m)에 도착했다. 바위를 우회하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기도 하며 능선 숲길을 헤쳐 앞으로 나아가니 두타산 정상이 아스라이 보인다. 이제 금강송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참나무군락이 이어지고 있다.

두타산 정상의 필자

밧줄이 걸려있는 오르막을 올라 드디어 두타산 정상에 도착했다. 비교적 넓은 터에 큰 세잎 쥐손이, 동자꽃, 마타리같은 야생화들이 주변에 피어있고, 수많은 고추잠자리들이 이리저리 비행 솜씨를 뽐내고 있다. 남쪽으로 겹겹이 싸인 푸르른 산들의 물결이 이어지고, 서쪽으로 청옥산이 손에 잡힐듯하다.

시간이 촉박하여 인증사진을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산죽이 우거진 능선 숲길을 걸어 박달령에 도착했다. 필자가 내려가고자 하는 박달골 코스는 안전상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해가 기울고 있어 다른 코스로 내려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미끄럽고 위험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니 아래쪽에서 반가운 물소리가 들려온다. 박달골이다.

폐쇄된 등산로라 트레일이 희미해서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등산 표시리본을 보기도 하고, 산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며 내려오는데 몇 번이나 트레일을 벗어나기도 하고 길을 찾느라 계곡을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 더 이상 길이 없어 한참을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멀리 계곡 너머 바위에 매달린 밧줄이 보인다. 이제 좀 마음이 놓였다. 밧줄을 잡고 낙옆에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한참 걸으니 쇠 계단길이 나왔다. 이제 그 유명한 무릉계곡의 초입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그 계곡을 건너 쌍폭·용추폭에 도착했다. 양쪽 폭포에서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한여름의 무더위와 산행의 피로감을 씻어내는 듯하다. 무릉계곡 따라 내려오는데 계곡 양쪽으로 병풍바위, 장군바위를 비롯한 크고 웅장한 바위들이 계곡의 기암괴석, 크고 작은 소(沼), 깊은 협곡들과 어울려 무릉도원*을 빚어내고 있었다.

무릉반석 (사진 조성연)
두타산,무릉계곡 (사진 조성연)

조금 걸어 내려와 왼쪽으로 학이 깃들었다는 학소대를 지나 삼화사에 이르렀다. 삼화사는 두타산과 청옥산을 병품삼아 무릉계곡과 어우러진 남다른 기품이 느껴지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조금 더 내려오니 길고 널따란 무릉반석이 나왔다. 이렇게 규모가 큰 반석이 계곡 전체를 덮고 있다니!
무릉반석에는 온갖 글귀와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것들이 물의 흐름과 장구(長久)한 세월을 견디고 있었다. 오래전에 새긴 글씨도 있지만 비교적 근세에 새긴 글씨도 있는 듯하다.

유한한 세월을 살다가는 인간들이 영원을 사는 바위 위에 자기의 혼을 새기려고 한 것일까.
이제 길고 긴 여름날의 햇볕도 산 너머로 스러져가고 계곡에 어스름한 빛이 스미기 시작한다.
찜통같이 뜨거웠던 공기의 온도도 많이 수그러들었고.
새벽에 일어나 6시간 이상을 운전해 와서 7시간 동안 혼자 두타산과 무릉계곡을 황망하게 걸었던 하이커의 하루가 산마루로 지는 해와 더불어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또 집으로 돌아갈 걱정과 함께.

두타산 산행기*-허목(1595-1682)의 두타산기, 김효원(1532-1590)두타산 일기, 김득신(1604-1684)두타산에 미륵봉이 기록되어 있다.
무릉도원*-중국 소설가 도연명의 작품인 ‘도화원기’에 나오는 깊은 산속에 숨은 낙원.

                  낙조(落照)*                                                              

최인희

소복이 산마루에는 햇빛만 솟아오른 듯이
솔들의 푸른 빛이 잠자고 있다

골을 따라 산길을 더듬어 오르면
나와 벗할 친구도 없고

묵중히 서서 세월 지키는 느티나무랑
운무도 서렸다 녹아진 바위의 아래위로
은은히 흔들며
새어오는 범종소리

백석(白石)이 씻겨가는 시낼랑 뒤로 흘려보내고
고개 넘어 낡은 단청
산문(山門)은 트였는데

천년묵은 기왓장도
푸르른 채 어둡나니

*낙조(落照)-시인 최인희(1926-1958)가 현대문학의 장르에서 두타산을 노래한 최초의 작품으로 1950년 4월 문예지에 발표되었다.

spot_img
spot_img
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중요한 최신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콜로라도 타임즈 신문보기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spot_img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