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2월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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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13편] 동두천, 소요산(逍遙山)

소요산(逍遙山)은 경기도 동두천시와 포천시에 걸쳐있는 해발 536m의 산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세가 수려해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불린다.
산이 높고 산세가 웅장하지 않지만, 뾰족뾰족한 기암괴석과 폭포, 여러 봉우리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여름에는 등산로 입구를 따라 흐르는 계곡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981년에 국민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소요(逍遙)는 유유자적하다, 한가롭게 거닐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소요산(逍遙山)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소요산 능선 (사진 정일진)

등산코스 : 일주문 – 자재암- 하백운대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나한대 – 의상대 – 공주봉 – 구절터 – 일주문 (4시간)

필자는 올들어 가장 추웠던 1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소요산에 가기로 했다. 악우이자 화가인 정일진씨와 함께 전철 1호선 종점, 소요산역으로 향했다.
전철에서 내려 큰 도로를 건너고, 넓고 긴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 계곡을 낀 아스팔트 길을 한참 걸어 소요산 자재암이라고 쓰인 일주문에 이르렀다. 갈림길 왼쪽에 꽁꽁 얼어붙은 원효폭포, 그 오른쪽에 큰 바위 아래 틈에 자리잡은 원효굴이 나왔다.

소요산 일주문 (사진 정일진)

조그만 속리교를 지나니 큰 이정표가 보인다. 가파른 데크계단을 올라 원효굴 위의 바위 상단을 지나 내려가니 계곡 왼편으로 트레일이 이어진다. 왼쪽 바위옆을 따라 설치된 데크계단을 걸어올라 자재암 앞마당을 통과하게 되었다. 청아한 독경소리가 계곡속으로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자재암은 신라 중엽 원효대사가 창건, 고려때 각규대사가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가 이 절에 머물면서 크게 번성했다고 한다.

가파른 돌계단과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데크계단을 걷고 쇠막대기를 연결한 밧줄 가드레일을 걸어 오르니 산길에 눈이 쌓여 다져져서 미끄럽기 그지없다. 눈 쌓인 능선길에 올라 하백운대(440m)에 도착했다. 내리막 눈길에서 아이젠을 차고 걷다가 밧줄 가드레일이 있는 오르막길을 걸어 중백운대(510m)에 도착했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의상대와 공주봉이 보인다. 세찬 겨울 바람이 불어오니 추위가 느껴지고, 뺨과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찬 바람이 정신을 번쩍 깨울 정도로 청량감을 준다.

중백운대에서 바라본 의상대,공주봉 (사진 정일진)
의상대 정상에 선 필자 (사진 정일진)

또다시 내리막, 오르막 길을 걸어 상백운대(559m)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칼바위까지 뾰족뾰족한 바위능선이 계속 이어진다. 이 능선길에서 추락사고가 빈번해 우회로를 개설했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우회로를 걸어 이정표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또다시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길이 이어지고 왼쪽 멀리 눈 덮인 겨울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갈래의 산줄기들이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데, 남쪽 사면은 눈이 녹아 잿빛 나목(裸木)들이 드러나 보이고 북쪽 사면은 흰 눈이 쌓여있는 전형적인 겨울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겨울 산은 번잡스럽지 않아서 좋다. 긴 데크 계단을 걸어올라 나한대(571m)에 도착했다. 이어서 드디어 최고봉, 의상대(589m)에 도착했다.

사방으로 산들의 물결이다. 동쪽으로 운악산, 명지산, 그 너머 화악산이 보인다. 서쪽으로 마차산 그 너머 감악산이 보인다. 남, 동쪽으로 왕방산 그 너머 오른쪽 멀리 도봉산, 북한산이 아스라하다.
마지막 봉우리, 공주봉(526m)에 도착했다. 공주봉은 자재암을 창건하고 수행했던 원효대사를 찾은 요석 공주가 남편을 사모하는 애끓는 심정을 기려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이제부터는 하산이다. 북쪽 사면이라 눈이 녹지않고 경사가 급해 미끄럽기 그지없는 길이었다. 밧줄 가드레일을 붙잡고 조심조심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 돌로 큰 탑 두 개를 쌓아놓은 기도터를 지나 옛절이 있었던 구(舊)절터를 거쳐 속리교를 건너 일주문으로 회귀했다.

소요산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태조 이성계, 매월당 김시습의 숨결이 느껴지는 산이다. 그 중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사람이다. 수양대군(세조)이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자 학문과 관직을 접고 승려가 되어 은둔 생활을 했다. 여러 곳을 방랑하며 세상의 허무함을 시로 노래했다고 한다.
김시습이 이 곳 소요산도 자주 소요(逍遙)했다고도 전해진다. 소요(逍遙)라는 사전적 의미가 첫째, 슬슬 걸어다님 둘째, 마음을 속세간(俗世間)밖에 유람하게 함이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소요산이야말로 김시습의 삶에 딱 어울리는 산이 아닐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요산 일주문(사진 정일진)

자재암-백운대-나한대-의상대-공주봉 코스-소요산 6개 봉우리가 말발굽 모양으로 이루어진 능선을 걷는 트레일이다. 산이 높고 산세가 웅장하지 않지만, 폭포, 기암괴석, 조상들의 숨결이 깃들어있는 봉우리들을 밟으며 겨울산 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에 흠뻑 빠진 산행이었다.

  訪隱子(방은자) 1                                                  

김시습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솔 그늘 아래 서까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한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子(방은자) 2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뢰절요)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自雲靑嶂恣逍遙(자운청장자소요)
흰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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