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3월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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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 15편] 태백산(太白山) 국립공원

태백산(太白山)은 강원도 영월군/정선군/태백시/경북 봉화군 경계에 위치한 높이 1,567m의 산이다.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 불린다. 신라 시대부터 관리와 백성들이 천제를 지내왔으며, 지금도 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에서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
볼거리로는 산 정상의 고산식물과 주목군락, 6월 초순에 피는 철쭉이 유명하다.
1989년 강원도 도립공원, 2016년 대한민국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등산코스 : 유일사 주차장-유일사-장군봉,천제단-태백산비,천제단-하단-부쇠봉-문수봉-당골(4시간50분)

태백산맥의 ‘영산’ 태백산을 가기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첫차로 악우 정일진씨와 함께 태백시로 향했다. 태백시에 내려 제천에서 마중 나온 또 다른 악우 이민섭씨의 차를 타고 최종 목적지, 유일사 주차장으로 출발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있는 낙엽송 사이로 난 넓은 콘크리트 길을 걸어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설산의 풍경을 기대했지만, 나뭇가지의 눈은 벌써 녹아 없어졌고 산 표면에만 눈이 수북이 쌓여있어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눈이 녹았다가 밤사이에 얼어붙은 얼음 때문에 미끄럽기 그지없는 산길을 아이젠을 차고 걸어오르니, 얼음대신 다져진 눈길이 이어진다.

주목군락의 설경(사진 이민섭)

왼쪽의 조그만 절 태백사를 지나 산속으로 진입하니 이제 서야 실감이 나는 산행이 시작된다. 열목어와 주목이 태백산의 깃대종이라는 안내판을 지나치면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 걸어 유일사 삼거리 쉼터에 도착했다.
좁은 계곡 사이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유일사가 눈 속에 푹 파묻혀있다. 가파른 계단 아래 몇 채의 크지 않은 건물로 이루어진 산사의 풍경이 한없이 조용하고 한가롭기만 하다.
산사를 내려갔다 올라와 쉼터에서 김밥과 에너지 바를 먹고 있는데 조그만 새들이 내 주변으로 가까이 다가와 얼씬거린다. 손바닥에 음식물을 올려놓으니 기다렸다는 듯이 새들이 날아와 손바닥에 있는 음식물을 물고 가지로 날아가 쪼아먹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깊은 산속의 새들이라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든 탓이었을까.

유일사 쉼터의 새(사진 이민섭)

이제 산 능선을 따라 정상쪽으로 산행을 계속 했다. 지금까지 트레일과는 달리 밧줄 가드레일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길도 좁고 가파르고 미끄럽기까지 하다. 한참 걸으니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의 기품이 느껴지는 주목 군락지에 들어섰다. 외과 수술을 받아 몸통에 이물질을 붙이고 있는 주목, 몸통은 썩어 없어졌는데도 껍질 부위에 가지가 붙어 살아남은 주목, 죽어서도 앙상한 회색빛 나무로 늙어가고 있는 주목들……

연이어 철쭉 군락지를 통과하게 되었다. 지금은 나목으로 서 있지만 조만간 꽃을 피워 그 유명한 태백산 철쭉제 때 뭇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라.
눈과 주목과 나목들이 조화를 이룬 제법 넓은 개활지를 통과했다.
드디어 최고봉 장군봉(1,567m)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천제단(장군단)이 검은 돌로 쌓아 올려있어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다시 능선을 조금 내려왔다 올라가니 태백산 비가 세워져 있고 또 천제단(천왕단)이 나왔다.
사방으로 눈 속에 묻힌 강원도 산들의 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북쪽 멀리 풍력 발전기들이 양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장군봉 천제단(사진 정일진)

내리막 계단을 지나 바로 규모가 작은 천제단(하단)이 나왔다. 침엽수, 주목, 낙엽수 사이로 난 질퍽거리는 눈길을 걸어 부쇠봉(1,547m)에 도착했다. 또 다시 긴 내리막이 시작된다.
키가 큰 갈참나무, 사스래나무 나목들이 회색빛을 띠며 뻗어있고 그 사이사이로 수북하게 쌓인 하얀 눈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흑백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단순미, 절제미가 느껴지는 광경이라고나 할까. 화가이며 악우인 정일진씨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쁜 것을 보니 남다른 심미안을 가진 듯하다.

장군봉에서 지인들과 함께 (사진 정일진)

마지막 봉우리 문수봉(1,517m)에 도착했다. 큰 바위 무더기에 쌓아 올린 돌탑이 인상적이다. 문수봉에서 태백산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쇠봉, 천제단,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하게 이어지지만, 조금 웅장하고 장중한 느낌을 준다.
문수봉과 소문수봉 사이에서 하산을 시도했다. 여유롭고 완만한 눈길이 이어지다, 밧줄 가드레일이 등장하는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와 큰 바위밑을 통과하니 낙엽송군락이 나오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긴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계곡에 놓인 다리를 건너서 평탄하고 넓은 길을 걸어 당골에 도착했다. 당골에는 올해 태백산 눈축제에 쓰였던 거대한 눈 조각상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태백산 천제단(사진 정일진)


유일사-장군봉-태백산-문수봉-당골 코스-산간 도로에서 산행이 시작되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고, 시간도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는 코스이다. 눈이 많이 쌓인 능선길을 밟으며 늦겨울 산, 태백산을 만끽한 산행이었다.

장군봉에서 바라본 태백산 능선(사진 조성연)
 아직도 겨울 산에는                                                  
                               유명숙

영롱한 은빛 가루
소복히 덮어 쓰고
늦은 겨울 발목잡은
하얀 겨울 산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능선 위에 쌓인
하얀 눈 밟아 걸으면
앙상한 가지 위
솜털 같은 눈꽃이
바람에 흩날리다
살포시 내려앉는다

온통 눈 세상엔
때늦은 겨울 산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연을 묻어
용기를 얻고
인내를 배우며
희망을 담아갔으리

설경에 취해
마냥 들떠 법석이는
등산객들 발길을
매서운 칼바람으로 반겨주는
하얀 겨울 산엔
눈꽃 같은 이야기가 쌓여간다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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