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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산행 Essay (9)] 2005 한국 초보랑마 원정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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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년전에 L.A.에서 ‘히말라야’라는 한국 산악 영화를 관람했다. 그리고 2년 전에 같은 내용을 다룬 ‘히말라야의 눈물’ (심산 저) 책을 읽었다. 둘 다 초모랑마(에베레스트)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의 수습을 다루는 영화와 책이었다.

히말라야(Himalaya)는 세계 최대 산맥으로 동쪽에 브라마푸트라 (Brahmaputra) 강 만곡점과 서쪽의 인더스 (Indus)강 만곡점 사이 2,400km에 걸쳐있다. 남으로 인도, 북으로 티벳이 있으며 그 폭은 160km에 이른다. ‘눈의 거처’라는 뜻으로 ‘hima’가 눈, ‘alaya’가 거처다. 나라로는 네팔, 인도, 파키스탄, 캐쉬미르 (분쟁지역), 티벳 (중국), 부탄에 걸쳐있다.

이 히말라야에 8,000m 급 이상의 봉우리가 16개, 7,000m 급 봉우리가 415개나 된다. 히말라야의 최고봉은 주지(周知)하다시피 에베레스트 (8,848m)이다.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은 영국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 (Sir George Everest)따서 명명(命名)된 것으로 원래 티벳에서는 초모랑마, 네팔에서는 사가르마트라 불리고, 또 K 15라고도 불린다.

다시 초모랑마 이야기로 돌아가서, 2004년 5월 18일 오전 10시 10분 ‘2004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등반대장 박무택*과 장민*은 세계의 지붕, 초모랑마(에베레스트)에 우뚝 섰다. 계명대 산악부의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계명대 개교 50주년을 기념하여 성취해낸 쾌거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늘 산악 사고가 하산때 발생하듯이, 세컨드 스텝*(8,700m)바로 위에서 장민대원이 탈진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이 내려오던 등반대장 박무택도 설맹*(雪盲)에 걸려 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탈진한 장민은 혼자 산을 내려오다 실종되고 말았다. 박무택도 더 이상 내려올 수 없어서 오후 3시 경 비바크* (Bivouac)에 돌입했다. 말이 비바크이지 해발 8,700m에서 야영 장비없이 비바크를 한다는 것은 죽음을 맞는다는 뜻 다름아니다. 이 소식을 듣고 원정대 부대장 백준호가 해가 져서 사위(四圍)가 캄캄한 밤에 죽음을 무릎쓰고 캠프5를 출발하여 이튿날 새벽 6시경 숨이 겨우 붙어있는 박무택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도 탈진하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도 급기야 실종되고 말았다.

1년 후 엄홍길 대장은 사상 유례가 없는 8,000m급 고도에서 시신 운구 작업에 나섰다. 8,000m는 ‘죽음의 지대’*라 불리는데 산소가 1/3에 불과하고 제 한몸 가누기도 버겁고 눈보라, 강풍 ,눈사태가 상존(常存)하여 시신을 운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로 여겨졌다. 자금을 마련하고 스폰서를 구하고, 등반대원 18명을 선발하고, 유족들의 사진, 편지, 유품들을 가지고 휴먼 원정대는 2005년 3월 14일 인천 공항을 출발 했다. 셰르파* 군단을 구성하고 등산 목적지까지 식량, 산소, 방송 장비, 관등을 운반하는 힘든 과정을 겪었다. 베이스 캠프를 구축하고, 전진 캠프 1, 2, 3, 4, 5를 설치하고 고정 자일도 깔았다.

2005년 5월 29일 드디어 설산에 붙어있던 박무택 시신을 3시간에 걸쳐 떼어내는 힘겹고 지루한 작업을 해냈다. 알루미늄 관을 가지고 갔으나 시신을 담을 수 없어, 시신을 자일에 묶어 아래로 내려 보냈다. 이 와중에 눈보라와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여 또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할 수 없이 네팔쪽 풍경과 티벳쪽 풍경이 모두 내려다 보이는 하루종일 해가 드는 곳에 박무택 시신을 묻고, 캐런(Cairn)*을 쌓아주었다. 추모비도 세우고 위령제도 지내주었다.

1년간의 준비, 18명 대원의 77일간의 사투, 고소증으로 인한 한 대원의 희생을 무릎쓰고 세계등반 역사상 유례가 없는 8,000미터급 고도에서 시신 운구 작업은 그렇게 완료되었다.
엄홍길*이 주도한 2005년 한국 초모랑마 휴먼 원정대는 기록도,명예도, 보상도 없는 등반을 감행했다.이해관계를 넘어선,죽음을 초월한 산사나이들의 우정, 의리, 사랑앞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숙연해질 따름이다.

*세컨드 스텝 :8,700m. 에베레스트 북, 동릉리지(ridge)의 가장 어려운 구간
*장민: 계명대 재학생.시샤팡마,초오유 히말라야 8,000미터급 2좌를 등정한 신예.
*박무택:엄홍길 대장과 함께 칸첸중가, K2, 시샤팡마, 에베레스트 히말라야 8,000미터급 4좌를 등반한 열정적인 산악인
*설맹 (雪盲) :눈(雪)에 반사되는 자외선, 적외선에 의해 일시적으로 망막이 손상되는 시력 장애
*비바크 (Bivouac) :야영 장비 없이 산 위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
*죽음의 지대 : 해발 7,500미터급 이상의 산. 산소가 지상의 1/3에 불과하여 호흡이 곤란하고,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곳
*셰르파 : 네팔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네팔 현지인이나 민족
*캐런 (Cairn) : 돌 무덤
*고소증 : 높은 산에서 나타나는 투통, 구토, 식욕부진, 어지러움증 등의 증상. 대부분 하산하면 증상이 없어지나 뇌수종, 폐수종등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함
*엄홍길 : 세계 8번째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완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 실천가, 휴머니스트.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에베레스트 (8,848 m), K2 (8,613m), 칸첸중가 (8,586m),로체 (8,518m), 마칼루 (8,465m), 초오유 (8,203m), 다울라기리 (8,169m), 마나슬루 (8,165m), 낭가파르바트 (8,128m), 안나푸르나 (8,092m), 가셔브롬1 (8,070m), 브로드피크 (8,048m), 가셔브롬2 (8,036m), 시샤팡마 (8,027m).
*엄홍길의 히말라야 8000미터급 16좌: 히말라야 8,000미터급14좌+얄룽캉봉(8,505m),로체샤르(8,382m)

산정묘지 (山頂墓地) 1

-조정권-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天上)의 일각(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동렬(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물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 밑에서 들려주리.

여름 내내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하여
계곡을 울리며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들은 얼어붙어 있다.
계곡과 계곡 사이 잔뜩 엎드려 있는
얼음 덩어리들은
제 스스로의 힘에 도취해 있다.

결빙의 바람이여,
내 핏줄 속으로
회오리 치라.
나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의 전신을
관통하라.
점령하라.
도취하게 하라.

산정(山頂)의 새들은
마른 나무 꼭대기 위에서
날개를 접은 채 도취의 시간을 꿈꾸고
열매들은 마른 씨앗 몇 개로 남아
껍데기 속에서 도취하고 있다.

여름 내내 빗방울과 입맞추던
뿌리는 얼어붙은 바위 옆에서
흙을 물어뜯으며 제 이빨에 도취하고
바위는 우둔스런 제 무게에 도취하여
스스로 기쁨에 떨고 있다.

보라, 바위는 스스로의 무거운 등짐에
스스로 도취하고 있다.
허나 하늘은 허공에 바쳐진 무수한 가슴.
무수한 가슴들이 소거된 허공으로,
무수한 손목들이 촛불을 받치면서
빛의 축복이 쌓인 나목(裸木)의 계단을 오르지 않았는가.

정결한 씨앗을 품은 불꽃을
천상(天上)의 계단마다 하나씩 바치며
나의 눈은 도취의 시간을 꿈꾸지 않았는가.
나의 시간은 오히려 눈부신 성숙의 무게로 인해
침잠하며 하강하지 않았는가.

밤이여 이제 출동명령을 내리라.
좀더 가까이 좀더 가까이
나의 핏줄을 나의 뼈를
점령하라, 압도하라,
관통하라.
한때는 눈비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한때는 바람의 형상으로 내게 오던 나날의 어둠.
그리고 다시 한때는 물과 불의 형상으로 오던 나날의 어둠.
그 어둠 속에서 헛된 휴식과 오랜 기다림
지치고 지친 자의 불면의 밤을
내 나날의 인력으로 맞이하지 않았던가.

어둠은 존재의 처소(處所)에 뿌려진 생목(生木)의 향기
나의 영혼은 그 향기 속에 얼마나 적셔두길 갈망해 왔던가.
내 영혼이 내 자신의 축복을 주는 휘황한 백야(白夜)를
내 얼마나 꿈꾸어 왔는가.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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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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