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0월 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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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산행 Essay] 등정 (登頂)주의, 등로 (登路) 주의 (1)

서양 사람들이 산을 탐험의 대상으로 보고 활발한 등산활동을 한 반면, 동양 사람들은 산을 영적 대상으로 숭배했을 뿐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산에 오른다 (登山) 하지 않고, 산에 든다(入山) 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서양사람들은 어떤 이념을 가지고 산에 올랐을까?
산을 오를 때 가장 쉽고, 빠르게 정상을 오르려고 하는 이념을 등정주의라 한다. 반면에 어려운 길을 따라 고난을 극복하며 정상에 오르려고 하는 이념을 등로주의라 한다.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 (Edmund Hilary) 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Tenzing Norgay)에 의해 Mt. Everest가 초등되어 인류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등정주의는 다소 퇴색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등로주의는 상대적으로 더 유용한 방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무산소 등정 , 단독 등정, 동계 등반, 연속 등반, 알파인 스타일 등반 (7,000 – 8,000m 고봉을 냉혹한 기상 조건과 루트를 선택해 식량과 장비를 모두 짊어지고 정상에 오르려는 등산 방법)이 다 등로주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등정주의와 등로주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일까?
등정주의를 중시하되 등로주의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등로주의 때문에 생긴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할까 한다.
2018년 9월 3일 (Mon) 필자는 Boulder 시에 위치한 Heil Valley Ranch Park를 하이킹 했다. 하이킹 가이드북에 따르면 남쪽 트레일 헤드에서 출발하여 Overland Loop – Wapiti Trail – Ponderosa Loop – Wapiti Trail을 거쳐 남쪽 트레일 헤드로 되돌아오는 약 7.5마일의 산행 코스 였다. 필자가 트레일헤드에서 입수한 지도에는 가이드 책에 나와 있지 않은 남쪽 트레일 헤드 (Boulder시소재)에서 북쪽 트레일 헤드 (Lyon시소재)로 넘어가는 코스가 소개되어 있었다.
반환점에 이르렀을 때, 잠시 망설임이 있었지만 필자의 발걸음은 출발점인 남쪽 트레일 헤드대신 북쪽 트레일 헤드로 향하고 있었다.

Wild Turkey Trail 에 이어 Picture Rock Trail 을 걷고 또 걸어 북쪽 트레일 헤드에 도착했다.
12.5마일, 5시간 20분에 걸친 산행이었다.
어떻게 해서 반대편 남쪽 트레일 헤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단 북쪽 주차장을 지나쳐 아스팔트길을 따라 Lyon 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런 아스팔트길을 따라 8시간 이상을 걸어야 내 차가 있는 남쪽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을텐데…
조금 걷다가 망설임 끝에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실패를 했지만 세 번째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Heil Valley Ranch

Susan Tobia 라는 조금 나이든 백인, 여자 분이었는데 사정을 얘기하니 타라고 했다. 며칠전 Boulder시에서 Lyon시로 이사와서 짐을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를 위해 예비된 드라이버가 아니었을까?
우리들은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고, 얼마 전에 자기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처음 만난 이방인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나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들의 삶은 왜 굽이굽이마다 이다지도 슬픈사연이 많고,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 (點綴) 되어 있는 것일까? 하나님의 자비와 위로가 이 애통해 하는 여인에게 함께 하시기를 마음 속으로 기도드렸다.

필자는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로주의에 입각한 산행을 실천하고 있다. 짧은 길 긴 길에서 긴 길로, 쉬운 길 어려운 길에서 어려운 길로, 아는 길 낯선 길에서 낯선 길로…
하지만 다 가보지 못한 길에대한 미련이 없을 수 없다. 우리의 인생길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Robert Frost 시 ‘가지 못한 길’을 소개하며 칼럼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가지 못한 길 -Robert Frost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하기에,
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게 달라졌다고.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 – 1963)
    미국의 시인. J.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하는 등 미국의 계관 시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시집 뉴 햄프셔(New Hampshire) 등으로 퓰리처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주로 뉴잉글랜드 지방의 소박한 농민과 자연, 사과 따기, 울타리, 시골길과 같이 친숙한 소재로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인용, 생략법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명쾌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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