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의 18%, 알고 보니 육류 대장균이 범인
화장실에 갈 때마다 겪는 고통스러운 요로감염, 혹시 지난주에 먹었던 닭고기 때문은 아닐까? 충격적이게도 이 가능성이 현실로 드러났다.
조지워싱턴대학교와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팀이 23일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요로감염에 대해 알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요로감염 5건 중 1건이 슈퍼마켓에서 산 육류에 묻어있던 대장균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4년 동안 남부 캘리포니아 8개 카운티에서 발생한 요로감염 환자 23,483명의 샘플과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육류 12,616개를 동시에 수집했다. 이 중 5,728개 샘플의 유전자를 하나하나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육류 오염 실태, 생각보다 심각
어떤 고기가 가장 위험할까? 칠면조가 단연 1위다. 연구진이 검사한 칠면조의 무려 82%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 닭고기는 58%, 돼지고기 54%, 쇠고기 47% 순이었다. 결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금류 10개 중 6~8개는 대장균에 오염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대장균이 어떻게 요로감염을 일으킬까? 고기를 다루다가 손에 묻은 대장균이 몸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대로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으면 장에 정착한다. 이렇게 장에 들어온 대장균은 시간이 지나면서 요로로 이동해 감염을 일으킨다.
가난한 동네가 더 위험하다
연구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따로 있었다. 저소득층 동네에서는 육류 유래 요로감염 비율이 21.5%로 치솟았다. 반면 부유한 동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난한 지역 주민들은 부유한 지역 주민들보다 이런 감염에 걸릴 위험이 무려 1.6배나 높았다.
이유가 뭘까? 연구를 이끈 랜스 프라이스 교수는 “저소득층 동네 슈퍼마켓을 직접 방문해보니 닭고기 포장이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닭고기에 염수를 많이 넣어 무게를 불린 제품들이 많았는데, 이 액체에 박테리아가 득실거렸고 다른 장바구니 물건들에도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서 저소득층 지역 슈퍼마켓의 육류는 지역 가구 빈곤율이 10% 증가할 때마다 대장균 오염률이 12%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용량 할인 팩도 일반 제품보다 오염률이 18% 높았다.
여성과 노인이 특히 취약
연구 대상 환자의 88%가 여성이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육류 유래 요로감염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여성 19.7% vs 남성 8.5%). 남성의 경우 육류 유래 감염자들의 나이가 평균 73세로, 그렇지 않은 환자들(평균 65세)보다 8살이나 많았다.
환자들의 인종 구성도 다양했다. 히스패닉이 37%로 가장 많았고, 백인이 31%였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
한 가지 긍정적인 발견도 있었다. 육류에서 유래한 대장균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대장균보다 항생제 내성이 낮았다. 테트라사이클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생제가 잘 듣는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축에 항생제 사용을 제한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연구진은 소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 육류를 살 때 포장이 단단히 밀봉된 제품을 고르세요
- 모든 고기는 완전히 익혀 먹으세요
- 생고기를 다룬 도마와 칼로 다른 음식을 자르지 마세요
- 생고기를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으세요
- 염수가 많이 든 할인 대용량 제품은 피하세요
프라이스 교수는 “요로감염이 단순히 개인 위생 문제가 아니라 식품 안전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증명했다”며 “특히 취약한 지역사회가 불균형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만 진행됐지만, 연구진은 이 문제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만 800만 건의 요로감염이 발생하는데, 이 중 수십만 건이 슈퍼마켓 육류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 저녁 닭고기 요리를 계획하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완전히 익혀 먹고, 조리 후 손을 깨끗이 씻으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