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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한 송이가 불러온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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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미꽃을 받게 되는 날입니다. 슬프지만 기쁜 날입니다. 세 달에 한 번,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남은 자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추모 예배는 알츠하이머 환자분들 뿐 아니라 Ridgeview 에 거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못합니다. 예배를 드리는 오전 10시 반에 맞추어 스스로 이동하여 올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으실 뿐더러, 그리스도인이면서 이 슬플 수도 있는 시간에 동참하려는 분들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사실 인간의 욕망은 즐거움과 쾌락, 성공과 화려함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쉽게 인도하면서, 슬픔과 고통, 질병과 초라함이 있는 곳은 멀리 하라고 속삭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의 예배인 Celebration of Life 에 늘 참석하시는 분들이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 담당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미 자리를 잡고 계십니다.

주님이 주신 말씀, 로마서 5:8 을 함께 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실증하셨습니다.” (새번역 성경).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우리가 지난 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현재 나의 사회적 신분이 어떠 하든지 상관없이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려 우리의 영혼과 미래의 삶을 풍성하게 하시는 놀라운 선물이요 은혜라는 사실.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사실이 오늘날 나의 삶에 충격도 되지 않으며 내 앞에 닥친 어려움과 고난, 질병과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이겨낼 힘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누고는 장미 한 송이를 소개합니다.

장미는 이 슬플 수 있는 예배에 우리에게 참 소망으로 다가오신 예수님께서, 그 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생명이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50 송이를 매번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제가 꽃을 코스코에서 사서 어제 두 시간 동안 가시 제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장미 한 송이가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봉우리 밑에 있는 굵은 가지가 시커멓게 말라붙어 가느다란 데도 붉고 싱싱한 장미꽃을 피워 아름다운 향기를 머금고 있는 것이 대견하였는데, 흠이 있어 쓰레기통에 버릴까 잠시 갈등하는데, 망가져 버린 인생을 살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며,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다.” (이사야 42:3 새번역).

상한 가지 같은 우리의 인생, 하지만 우리를 보시며 아름다운 장미 꽃이다, 너무 예쁘고 귀하다 하시는 예수님의 맑고 순수한 얼굴을 가슴에 담은 이들에게 함께 서 있던 Lorna, Tim, 그리고 John 이 장미 꽃 두 송이씩 안겨드립니다. 그리고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우리의 알츠하이머 환자분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도중에 만나는 직원분들에게도 드리니 얼굴들이 장미 꽃처럼 붉으스레 해집니다.
꽃을 받은 간호사가 문을 열어 주어 들어가니 맨 앞에 HL 자매님이 의자에 앉아 계셔서 꽃을 드립니다. 옆에 있던 직원에게 물에 넣어 방에 가져다 놓아 달라시는 것을 보니 꽤나 좋으신 듯 합니다. 남은 꽃들이 계속 걸어 다니는 DR 형제님께도, 불가리아로 우리에게 이야기하시는 MV 형제님께도 전해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HL 자매님이 소리를 치기 시작하십니다! “꽃을 물에 담가 놓아야지 뭐하는 거예요?” 놀라서 상황을 보니, MV 형제님이 장미꽃을 봉우리가 바닥에 향한 채로 서 있는 것이 못 마땅하셨던 것입니다. 하도 소리를 지르셔서 형제님을 모시고 방에 들어가 꽃을 두고 나오시게 하는데, 이번에는 꽃을 들고 돌아다니던 다른 형제님들이 HL 자매님의 성능 좋은 레이다에 걸려 혼이 나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어수선하게 인사를 하고 나와 다른 병동으로 옮겨진 GL 자매님을 방문하여 꽃을 드리고 기도한 후, 그녀가 사랑하는 말 horse Diablo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다 헤어집니다. 차에 탄 John이 뒤에 앉아 오늘 말씀 전하느라 수고했다며 이제 끝났으니 마음이 좀 놓이냐 묻는데, 답을 못하고 멍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사한 오늘의 장미 한 송이가 HL 자매님의 분노를 폭발시킨 일에 아직도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미 한 송이가 오늘은 다른 바람들을 몰고 왔습니다. 그래도 다음 예배 때에 장미 꽃을 다시 듬뿍 가져가렵니다.

2025년 8월 29일 (금)
상한 장미여도 좋은
이성한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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