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정주영 회장은 한국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기업가였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세계적인 조선소를 세웠고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는 트럭을 개조한 차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공사현장을 직접 감독하였다.
터널을 뚫다가 암반이 무너지면 자신이 직접 착암기를 잡고 바위를 뚫기까지 했으며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꾸벅꾸벅 졸 만큼 며칠씩 밤새워 일했다고 한다. 정주영 공법으로 명명한 간척지 물막이 공법은 대학 교과서에 실렸고 뉴스위크지와 타임지에도 소개되었다. 일부 대학 경영학과에서는 ‘정주영학’ ‘정주영 경영학’이라는 과목까지 만들어서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정주영 회장은 열정과 추진력을 가지고 현장을 발로 뛴 기업가였다.
그런데 열정 면에서 정주영을 뛰어넘는 ‘망우동 정주영’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딜러가 있다. 2005년 이후 15년 연속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왕에 오른 정송주라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 정주영이라는 이름을 새겨서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했고 한 달에 한 번씩 구두 굽을 갈아야 할 만큼 발로 뛰면서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가 자동차 딜러를 시작한 첫 3개월 동안에는 한 대밖에 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유의 열정으로 자신이 돌아다니는 망우동 지역의 영업지도를 만들었고 자신이 방문했던 곳은 지도에 표기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업 전략을 세워나갔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동차를 구매할 사람들로부터 자동차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몸으로 부딪쳐서 깨우쳤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동차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편하고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다 보니 한 대, 두 대 팔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동차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자동차 엔지니어나 정비사만큼의 실력을 갖추었고 정부의 과세정책과 미래의 자동차 동향 및 다른 나라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공부한 결과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고객은 그의 해박한 자동차 지식에 감동하여 자동차를 구매하기도 하였다.
특히 자동차 동호회 활동을 하는 고객은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만큼 전문적인 내용을 질문했지만 이미 해박한 지식을 쌓은 그에게는 막힘이 없었다. 자동차 전문가 이상의 설명을 들을 사람들은 그를 자동차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도 하였다. 마음에 공감한 인적 네트워크가 자동차 판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구한 결과가 있다. 미국 Purdue 공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성적이 우수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의 연봉은 200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난 그룹은 성적이 우수한 그룹에 비해 15%나 연봉이 높았다고 한다.
또 일곱 살 때 친구들과 어울리는 능력이 좋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추적하여 40년 후에 사회적, 경제적 위치가 어떠했는지를 조사한 Boston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 훨씬 높은 사회경제적 위치를 나타내었다고 한다. 또 Carnegie Mellon 대학에서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85%가 그 원인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잘못한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만들어지느냐 아니냐는 만나는 횟수나 시간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만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백 명을 한 번씩 만나는 것이 좋을까, 한 명을 백 번 만나는 것이 좋을까?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대부분 학생은 백 명을 한 번씩 만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한 명을 백 번 만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만나면 마음을 완전히 열고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깊은 관계가 된다. 그 결과 상대방의 네트워크 안에 있는 다른 사람과도 가까워지고 그중에 일부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첫째, 주변의 사람들과 작은 네트워크를 소중하게 여기고 잘 관리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소한 관계일수록 정성 들여 관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과의 네트워크부터 견고하게 유지되도록 자신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
둘째, 먼저 베풀고 먼저 희생해야 한다. 그럴수록 단단한 네트워크가 맺어진다. 특히 직장 내에서의 네트워크가 직장 밖에서의 네트워크보다 중요하고, 같은 부서의 네트워크가 다른 부서와의 네트워크보다 더 중요하다.
가까운 네트워크일수록 먼저 봉사하고 섬길 일이 더 많아지는 법이다. 자신에게는 유익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되는 네트워크는 오래 갈 수 없다.
셋째,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상대방이 나를 필요하도록 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수준은 자신의 능력과 정비례한다. 자신이 능력을 길러서 다른 사람이 나를 필요하게 만든다면 그 네트워크는 잘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있다. 깊은 산속에서 원시적 삶을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인적 네트워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인적 네트워크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견고하게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정병갑 교수
(creationisfact@gmail.com)
• ‘아들아 너는…’ (2019) 외 저자
• 고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역임
• 한국창조학회 부회장, 부산지부장
• 부산, 울산, 대전극동방송 창조과학 강연 진행
• University of Colorado 교환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