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많은 분들에게 이민 온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뚜렷한 목적의식과 희망을 가지고 이민생활을 시작하는 부모님과는 달리, 우리 자녀들은 이곳에 태어났던지, 어렸을 때 이곳에 오게 됐던 간에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힘든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많은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 한채 자신감과 자존감이 결여되어 미국시민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지 못 하고 고립되어 방황을 한다. 우리는 종종, 그런 자녀들의 누적된 좌절과 분노가 가끔씩 밖으로 표출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에서 눈에 띄는 외양을 가진 소수민족이자 이민자의 자녀로 자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부모들과 어른들은, 우리 자녀들이 미 주류아이들보다 환경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민사회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녀들을 지지해주고 힘을 주어야 하는 부모님들 또한 새로운 문화와 언어에 적응하며 경제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바쁘게 살다 보면 아이들의 어려움을 살펴 주기엔 너무나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기엔 너무나 생소한 이곳의 문화와 시스템, 또 언어에 익숙치 못한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심정이 되곤 한다. 이 밖에도 부모와 자식간에 서로의 생각과 문화의 다름으로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한국적 마인드를 가진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와의 관계를 주종 관계로 보고 부모에 대한 무조적인 복종을 기대하는 반면, 미국에서 자란 우리 자녀들은 다른 주류 아이들처럼 자신들도 민주적인 가정에서 자신들의 생각이 존중받기를 원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살게되다 보면 서로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관계의 골이 깊어지게 되지만, 이런 갈등이 서로간의 언어의 차이로 충분히 대화로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이 자신이 가치있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적인 순종과 따름을 강요하기 보다는 허용된 선에서 아이의 자유스러운 의사표현을 장려하여 자신이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의 장점들을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격려해주며, 사랑을 표현하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갈등 외에도 부모님으로부터 학업과 성공에 대한 심적 압박감을 계속적으로 받다 보면, 우리 자녀들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또한 감수성이 민감해지는 사춘기때,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계속되는 차별을 겪다보면 건전한 자아상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되는 중요한 때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럼 이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 자녀들을 우리 부모님들이 어떻게 잘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도록하자. 공부만 잘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체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문화와는 달리, 미국학교의 문화는 사회성 없이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을 ‘nerd’(쑥맥, 얼간이(?))라고 조롱하며 소외시키므로 자긍심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많은 아시안 학생들이 자신의 의사와 감정 표현이 미숙하고 이곳 사회의 적절한 매너와 사회성이 부족하므로, 여기서 태어난 아이라 하더라도 이방인처럼 느껴지고 또 자신도 그렇게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우리 아이들을 더 이해하고 지지하기 위해선 우선 미국학교 교육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의 학교 수업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말하게 하는 참여식 수업이 권장되는 수업들이 대부분이다. 얌전하고, 교사의 강의를 듣기만하는 학생들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창의적인 아이를 더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으로 학교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 있어서 유능해지고, 거리낌이 없어진다. 즉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 구체적으로 말하고, 남을 설득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교육제도 아래서 교육을 받은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에 대한 부모의 지적사항이나 안 좋은 평가에 한껏 힘을 다해 반박하는 경향을 갖게 된다. 물론 개개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들이 되바라지고 버릇이 없어서가 아닌 학교교육의 결과이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미국교육 공부를 받은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길 바란다.
더 나아가서, 미국 학교 교육의 특성은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독립심을 기르게 한다. 이것은 한국교육 문화와 거의 상반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 부모님의 경우 과잉보호하는 부모님들이 종종 있다. 자녀들의 모든 것에 대해서 결정하고 부모의 방향으로 아이들을 이끌어간다. 물론 자녀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이것이 갈등의 뿌리가 될 수도 있다. 미국 교육을 받은 자녀들은 아빠나 엄마의 주장보다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더 주목하고 노력하는 경향이 많을 수 있다. 필자의 의견은 우리 자녀를 믿어주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의 자녀들은 약하거나 어리지 않다. 미국 학교에서 견디어 낸 똑똑하고 자랑스러운 자녀들이다. 미국 아이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점점 이기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 안에서 잘 견디고 친구도 만들었던 우리 자녀들은 부모의 믿음만 있다면 충분히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고, 행복해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찾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것일 것이다.
이 영란 (Renee)
· University of Denver, Denver, CO – Master of Liberal Studies in International Studies
· Regis University, Denver, CO – Certificate in Educational Leadership, Principal Licensure
· 콜로라도 공립·사립 중학교, 고교
사회과목, 프랑스어 교사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