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타임이란 TV, 컴퓨터, 모바일 등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신체 활동 및 학습 활동을 위한 시간 제외)을 말한다. 세계 보건 기구(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만 1세 미만의 아이는 전자 기기 화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며, 만 2~5세 아이들에게 하루에 1시간으로 스크린 타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과도한 스크린 타임의 노출은 아이의 언어와 문해력, 상상력, 그리고 집행 기능을 담당하는 특정 뇌 영역의 16~56%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유아 교육 현장에서 느낀 점은 해가 갈수록 충동적이고 자기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 현실과 게임 속 비현실적인 세계를 구분 못하는 아이, 친구들과의 놀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 등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 난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최근 몇년 새 급증한 유아들의 스크린 타임과 연관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실 모든 스크린 타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부모가 같이 시청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인터랙티브한 교육용 게임을 아이와 같이 즐긴다면 ‘좋은 스크린 타임’이다. 하지만, TV를 하루종일 틀어 놓고 생활하거나(background noise), 부모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아이가 보고 있게 방치한다면, ‘나쁜 스크린 타임’이다.



우리 아이의 적절한 스크린 타임을 위한 부모의 현명한 역할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육아 원칙의 기본과 다를 것이 없다. ‘모범이 되어 보여주기.’, ‘규칙을 정하기.’, 그리고 ‘아이와 소통하기.’ 이다.
가족과 함께 스크린 타임 규칙 정하기
아이가 만 2~5세 라면 스크린 타임을 하루에 1시간 이내로 정하고, 만 5세 이상 이라면 최대 2시간이 넘지 않도록 규칙을 정한다. 너무 어두운 곳이나 너무 밝은 곳에서 시청하지 않도록 하고, 눕거나 엎드린 자세가 아닌 바른 자세로 시청하도록 지도하자. 스크린은 눈에서 45~60cm이상의 적당한 거리에서 시청하도록 하는 것도 시력 보호를 위해 중요하다. 스크린 타임이 끝나면 그 시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수면에 방해되지 않도록 취침 전에는 스크린 타임을 피하고, 책을 읽거나 조용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으로 정하자. 스크린 타임을 하면서 밥이나 간식을 먹을 경우, 유아 비만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스크린 타임과 식사 시간도 분리하도록 하자. 부모도 모범이 되어, 불필요한 스크린 타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좋은 스크린 타임’ 만들기
모든 교육용 앱이나 프로그램이 좋은 것은 아니다. 교육 전문가나 의사가 추천하는 앱을 다운받고, 할 수 있다면 아이와 함께 교육용 게임을 즐기거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회성과 관련된 콘텐츠를 잘 활용할 경우, 타인과 의사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콜로라도 통합 한국학교에서 <이야기가 있는 감성교육>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6주 동안 만3~5세 아이들을 줌(Zoom) 미팅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하였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무척 좋아하였다. 친구들이 그립고 사회 활동이 없어서 심심하던 차에, 온라인에서라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었기에 더욱 인기가 높았던 것 같다. 9살인 딸은 할머니의 생신을 줌으로 파티하자며 직접 주선하여, 그 전에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할머니의 친구분들과도 온라인 상에서 대화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주에는 한달이 넘게 리서치하며 준비한 <애완동물: Pets for Us> 프리젠테이션을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를 온라인으로 초대하여 자신이 갖고 싶은 애완동물들을 설명하고, 질의문답, 투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이가 관심이 있어하는 분야를 함께 인터넷으로 리서치하고 관련 동영상을 같이 시청하며 지식을 넓히는 것은 ‘좋은 스크린 타임’의 예가 된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유아들을 위해 진행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찾아서 아이와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난 후의 느낌과 감정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자. “무슨 영상을 보았니?”,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니?”, “무엇을 새로 알게 되었니?”, “그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었니?” 등의 질문과 함께 부모들의 경험들도 이야기해보자. “엄마도 어렸을 때 그런 적이 있었어…”, “그 이야기를 들었더니, 이런 경험이 떠오른다…” 아이들과의 이런 의미있는 대화는 스크린타임으로 인해 방해받을 수 있는 언어/인지 능력과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스크린 타임 조절하기
아이들의 스크린 타임은 아동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신체 운동, 독서, 실외 활동, 사교와 같은 다른 적절한 활동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외에서는 자전거 타기, 낚시, 등산, 산책 등을 같이 할 수 있겠고, 실내에서는 독서, 요가, 요리, 미술, 악기 연주 등을 할 수 있겠다.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악기, 발레, 태권도, 요가 등의 수업도 아이가 몸을 움직이면서 즐긴다면 신체 활동을 통해 아이의 두뇌 및 대/소 근육 발달을 자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에게 충분한 대면 활동과 신체 활동의 시간을 주었다면, 스크린 타임을 통해 잠시 휴식의 시간을 주는 것에 부모로써 죄책감없이 쿨 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창의성이 가장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는 바로 만 3~6세의 유아기이다. 이 시기는 종합적인 사고 기능과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정적인 시기에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두뇌발달 및 창의성, 사회성을 발달 시킬 수 있도록 부모는 현명하게 스크린 타임을 조절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