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과 집단 트라우마에 빠졌던 날이다. 인천에서 제주도를 왕복하는 여객선 세월호가 승객 476명을 태우고 운행하다가 오전 8시 50분경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304명이 사망한 것이다. 7년 전 일이지만 이 사건을 잊은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목숨을 잃은 304명 중 대부분이 경기도 안산의 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 찬란한 젊음의 시절은 미래를 설계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며 삶의 열정을 키워가는 시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을 즐겨야 할 학생들이 이처럼 허망하게 목숨을 잃다니…. 이 사건은 어떠한 이유와 명분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을 안고 친구들과 함께 떠난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마지막이 되었으니 그 참담함을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면서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는 부모 앞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녀를 맞이하는 부모의 마음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배가 기울어서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상태에서 배 안에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는데도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만 믿고 있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 대부분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순진한 학생들이었다. 움직이지 말고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믿고 그대로 따른 학생들은 모두 사망했고 그 말을 듣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탈출한 학생들은 살아남았다.
우리가 이러한 환경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급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몸으로 체험했던 다양한 경험과 머릿속의 지혜와 본능이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우리 자신을 맡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지혜로운 판단을 순간적으로 내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운동을 열심히 해서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근력운동만이 아니라 뛰고 구르는 운동, 격투기 같은 강한 운동, 순발력을 키우는 운동, 지구력을 기르는 운동 등 전반적인 운동을 열심히 하여 평소에 몸을 튼튼하고 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운동으로 단련된 몸은 위급한 순간에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다. 특수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 요인을 보호하는 경호원, 운동선수 같은 사람들은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운동으로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처럼 할 수야 없겠지만,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지키는 것은 운동으로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에 부산에서 있었던 일이다. 할아버지, 며느리, 손자, 손녀 이렇게 네 사람이 놀이 공원의 관람차를 탔다. 관람차가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연결고리가 빠지는 바람에 며느리와 손녀는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지만, 할아버지와 손자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순간적으로 한 손으로는 철제 기둥을, 다른 한 손으로는 손자를 붙들고 40분 넘도록 버틴 끝에 구조되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평소에 열심히 운동하던 분이었기에 자신과 손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는 지혜가 쌓이게 된다. 극한 환경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길이 보이게 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는 판단력이 길러지게 된다.
독서의 유익이야 백만 가지(?)도 넘겠지만 가장 큰 것은 지혜를 얻는 것이다. 책을 쓴 저자는 그때까지 자신이 터득한 지혜를 남김없이 책에 쏟아붓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내용을 저자의 지혜를 빌어서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벌인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년간 종이책 일반 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은 성인 52%, 초·중·고 학생 90%로 나타났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합해도 큰 차이가 없으며 2017년과 비교할 때 성인과 학생 모두 독서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자신을 지혜로운 사람,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 합리적인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책벌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서 지식을 쌓고 지혜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몸과 머리가 순간적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훈련은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적당히 운동하는 프로선수는 없다.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프로선수의 마음으로 운동하고 프로작가의 마음으로 책을 읽어서 대비해야 한다.
젊을 때 운동 습관을 들이면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운동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 몸이 자연적으로 기억해서 운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운동만 습관이 아니다. 독서도 역시 습관이다. 꾸준히 읽다 보면 책을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운동으로 육신을 단련하고 독서로 정신을 단련하므로 위기의 순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헤쳐 나올 수 있는 상황판단 능력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