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월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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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의 한국산 하이킹 제 40편] 울산, 가지산(迦智山) 도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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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迦智山)은 울산광역시 울주군·경남 밀양시·경북 청도군의 경계에 위치한 1240.9m의 산이다. 영남 알프스 산군(山群)*중 가장 높은 산으로 취서산, 천성산, 원효산과 함께 1979년 경남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곳곳에 귀바위, 쌀바위를 비롯한 바위로 된 봉우리와 억새밭이 어우러져 있고, 특별히 석남 고개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10-11월에 만개한 억새를 보러 오는 등산객이 많다.

산행코스:석남사 주차장-귀바위-상운산-쌀바위-가지산 정상-석남 고개-석남사 주차장(6시간)

 가지산을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울산(통도사)역에 하차했다. 버스를 이용하여 언양을 거쳐 석남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심상치 않게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석남사 쪽을 향해 걸어갔다. 연등이 길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고, 오른쪽 계곡에서 힘차게 들려오는 물소리를 벗 삼아 큰 소나무와 활엽수가 우거진 숲사이로 난 보도블록 길을 한참 걸어 오르니 계곡 너머 석남사 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법 넓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청운 석교와 섭진교를 건너 고즈넉한 석남사 경내에 진입했다. 스님들의 예불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경내를 휙 둘러 보고, 이정표를 따라 산행을 서둘렀다.

석남사 일주문(사진 조성연)
석남사 경내(사진 조성연)

 도로 왼쪽으로 난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가랑비가 계속 내려 산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었지만, 숲은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빛나고, 툭-툭- 잎사귀를 두들기는 빗방울 소리가 경쾌하여 산을 오르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석남사 계곡(사진 조성연)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한참 걸어 오르니 청아한 새소리가 들려오고, 두꺼운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얼굴을 내밀다가 이내 사라지고 만다. 지금은 는개 비가 내리고 있지만, 오후에는 날이 갠다는 일기예보를 기대하며 힘차게 산을 오르고 있다.

 진달래 꽃잎들은 벌써 땅에 많이 떨어져 비를 맞으며 나뒹굴고 있다. 꽃이 피어날 때는 화려했겠지만 질 때는 초라하기만 하다. 하지만 연초록 잎사귀들은 일제히 피어나 산을 환희(歡喜)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꽃들은 화려하게 피어 쉬이 지고 말지만, 잎사귀들은 서서히 피어나 나무들을 가을까지 보살피며 숲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리라. ‘눈부신 꽃들도 아름답지만 잎이어서 더 푸른 삶이었다고’ 노래하는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가지산 정상의 진달래(사진 조성연)

 트레일이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난간과 밧줄이 있는 산길을 걸어 오르니 드디어 운무가 걷히기 시작하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산등성이가 서서히 신비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마치 연극 무대의 커튼이 서서히 걷히고,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로 드러나는 것처럼.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와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동쪽은 밝아오지만, 서·북쪽은 아직 운무에 휩싸여 있다.

운무가 걷히는 북쪽 능선(사진 조성연)

구름이 몰려가면 산들이 드러났다가 구름이 또다시 몰려오면 산들이 자취를 감추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운무 속 능선을 걸어 올라가니 커다랗고 웅장한 바위가 앞에 나타난다. 귀 바위이다. 돌탑을 쌓아놓은 귀 바위에 올라 운무가 걷혀가는 산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었다. 분홍색, 연초록, 녹색, 푸른색으로 단장한 동쪽 산이 때마침 구름 사이로 내리비추는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가지산 정상부근의 쌀 바위 전경(사진 조성연)

참나무 낙엽이 수북한 능선길을 또다시 걸었다. 지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곳은 뒤늦게 싹들 틔우기 시작하는 나무들로 분주하기만 하다.

상운산(1,114m)정상에 도착했다. 이제 날씨가 거의 다 개어 4위(圍)가 열리기 시작한다. 영남 알프스의 산군(山群)들을 처음으로 대하는 나로서는 감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임도를 따라 걸어 오르니 쌀 전설이 서려 있는 쌀바위*가 나왔다. 거대한 두 개의 바위군(群)이 쌍벽을 이루며 우뚝 솟아있는 웅장한 모습이다. 가지산 어디서나 눈에 띄는 바위였다. 바위 옆에 주목 군락을 복원하기 위해 심었다는 어린 주목 나무 하나가 지나가는 하이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다.

밧줄이 설치된 바윗길과 나무계단을 올라 가지산(1,240.9m)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바로 아래 산장이 있지만,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비로 인하여 나밖에 산에 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다 좋았지만, 특별히 신불산을 비롯하여 남쪽으로 펼쳐지는 산군(山群)들이 압권이었다. 짙은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밝은 햇빛을 받아 현란하게 빛나는 산들의 모습이란!

정상 부근 바위, 돌무더기를 지나 석남 고개쪽으로 걸어 내려오다 조그만 바위 봉우리,중봉(1,167m)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가지산 정상을 바라보니 가지산에 이르는 능선이 아스라하게 펼쳐져 있다. 이제 본격적인 하산이다. 바위, 돌이 많은 내리막길이다. 비가 온 뒤라서 여간 미끄럽기 그지없다. 몇 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위기를 잘 넘기고 내려오니 육산(肉山)과 돌무더기를 만나게 되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산길을 걸어 석남 주차장에 도착했다.

 악우 류일곤씨가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와 무려 46년 만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가지산도 만나고 산 덕택에 영남 알프스를 10번 정도 완주했다는 친구와의 상봉이 이루어져 산이 나에게 베풀어 준 또 하나의 혜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전경(사진 조성연)

영남 알프스 최고봉, 가지산 코스-산행 초기에 비가 와서 힘이 좀 들었지만, 오후에 극적으로 날씨가 개 멋진 영남 알프스 산군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기회가 되면 영남 알프스의 다른 산들도 다 만나보고 싶다. 특별히 억새가 만발하는 계절, 가을에.

가지산 정상 부위(사진 조성연)

*영남 알프스-영남 동부 지역에 위치한 해발 1,000m이상의 산악군을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 이르는 말. 가지산(1,241m), 신불산(1,209m), 천황산(1,189m), 운문산(1,188m), 재약산(1,108m), 간월산(1,083m), 영축산(1,081m), 고헌산(1,034m), 문복산(1,015m) 총 9개의 산을 통칭함.

*쌀바위-탁발을 하며 수도에 정진하는 수도승이 새벽기도를 하다 바위틈에서 매일 한 끼 정도의 하얀 쌀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흉년을 맞은 사람들이 많은 쌀을 얻고자 쌀이 나오는 바위틈을 쑤셔대자 쌀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물이 나왔다는 전설이 유래하는 바위.

        잎으로 살리라

                      박노해

꽃이 아니라

잎으로 돋는다

꽃으로 나서기 보다

잎으로 받쳐 드린다

꽃처럼 피었다 지기보다

언 땅에 먼저 트고 나중에 지는

나는 잎으로 살리라

푸른 나무 아래서

너는 말하리라

꽃이 아름다웠다고

떨어져 뿌리를 덮으며 나는 말하리라

눈부신 꽃들도 아름답지만

잎이어서 더 푸른 삶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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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작가
조성연 작가
진정으로 느낀다면 진정으로 생각할 것이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행동할 것이다. 1978 영암 신북 초중고 · 1981 서울 교육 대학 · 1986 한국외대 영어과 · 1989 한국외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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