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의 금융 메시징 네트워크인 SWIFT에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며칠 사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연달아 내놓은 제재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안정을 위해 보유해둔 달러, 유로 및 기타 외환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은 현재까지 나온 제재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증시는 폭락했고 루블화 가치는 달러 대비 30% 하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가치를 어느 정도 복구했지만 아직 이전의 환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율을 기존의 2
배 이상인 20%로 올렸으며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폐쇄됐다. 오랜 중립 역사를지닌 스위스도 러시아 지도층과 몇몇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제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 제품의 수입 차단을 포함한 경제적 제재가 늘어남에 따라 러시아는 다른 메시징 네트워크로 금융 거래를 전환하는 대응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안 네트워크는 SWIFT에 비
해 규모가 훨씬 작고 성숙도도 낮다. 가능한 방법은 루블화를 Crypto로 바꿔서 규제 감시망이 느슨하고 누구에게나 개방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Crypto의 새로운 활용법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 우크라이나를 돕는 하나의 수단으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Crypto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돈은 전쟁을 위한, 혹은 피난민들을 위
한 자금으로 쓴다. 러시아 국민들 역시 글로벌 금융 제재 회피용으로 Crypto를 사들이면서 한때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지난 2월 25일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트위터에 Crypto 지갑 주소가 공개됐다. 전쟁 자금 마련 용 계좌였다. 트위터에 뜬 이 계좌는 그 진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우크라이나 디지털부 대변인이 “이 계좌들은 정부 소유”라고 직접 확인해주면서 그런 의혹들은 사라졌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Crypto를 직접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정화폐를 운영하는 정부와 그 통제를 벗어나려는 Crypto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직접 지갑 주소를 공개하고 기부를 요청하면서 Crypto를 전쟁에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첫 국가가 됐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한때 고위험 투자자의 보루였던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이를 통해 구현되는 디지털 화폐는 거래 안전성 증대와 금융 가치 폭등에 힘입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중이다. 19조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전 세계 자금 흐름에서 Crypto의 비중은 약 11% 수준이다. 그러나 디지털 현금의 가치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주류 기업, 투자자, 금융 기관이 사들이는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또한 현금과 연동되는 Crypto인 Stable Coin의 가치는 작년 20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5배 이상 뛰었으며 전통적인 결제 네트워크에 비해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가치를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심지어 SWIFT를 비롯한 기존의 주요 결제 네트워크도 새로운 Crypto 결제 네트워크에 의한 탈금융중개화를 피하기 위해 현재 Crypto를 지원하고 있다. 프라카시는 “러시아는 꽤 오래 전부터 미국 달러
에 대한 투자를 헤징해왔다. 2018년에 미국 재무부 채권 보유량을 84% 줄였고 국부 펀드에서 미국 달러를 완전히 없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