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9월 16, 2021

우리는 나무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늙기 시작하면 머리털이 점점 빠진다. 머리털뿐이 아니라 다른 곳의 털도 당연히 빠진다. 머리와 머리카락을 마주하는 일을 하다 보니 머리통과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과 목덜미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된다.


노인들은 머리 숯은 휑한데 눈썹과 귓털은 유독 길게 자라난다. 눈썹과 귓털이 머리카락으로 나오면 좋으련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어르신들의 이발을 마치고 목덜미 뒤쪽을 면도하다 보면 가로와 세로, 그리고 대각선으로 깊게 패인 주름들과 오랜 세월 햇빛에 노출되고 수분이 줄어들어 거칠어진 피부는 마치 나무껍질 같다. 귓구멍 주변에서 마구 자라나는 터래기들 역시 나무 등걸에서 무심히 뚫고 나오는 가느다란 줄기들과 흡사하다.
몇 해 동안 피부와 모발들을 만지다보니 사람이 늙으면 나무처럼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떡갈나무와 사람의 유전자의 구십프로가 일치한다고 어떤 책에서 읽었다. 믿어지진 않지만 직접 떡갈나무 세포를 채취하고 인간 세포를 체취하여 유전자 분석을 의로 할 수 없으니 그닥 수긍은 안가도 그런가 보다 했었으나 이제는 그럴 듯도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세상 만물은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육신은 흙과 물, 그리고 불과 바람이 인연화합 하여 생겨났으며 인연이 다하면 도로 이들로 나뉘어져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육체에 깃든 이 또렷한 의식 역시 인연 따라 여기 깃들었고 인연이 다 하면 깃듦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깃들을 것임이로다. 깃들었다는 말을 음미해본다. 기가 들었다라는 말이 깃들었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밤에 잠을 잘 때 짧은 죽음을 경험한다. 나무들에겐 겨울이 휴지기 또는 휴면기라고 한다. 겨울잠에 든 나무는 무슨 꿈을 꿀까.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사무실에 두고 애지중지 돌보는 식물이 있었다. 어느날 그가 먼곳으로 며칠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같은 사무실의 직원이 상사가 출장을 떠난 이틀 후 멀쩡하던 그의 식물이 갑자기 축 처지고 상태가 안 좋아 이상하다 싶었다. 그때 마침 출장을 떠난 상사에게서 연락이 오길 갑작스런 차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하였다. 식물과 돌보는 사람의 에너지 장이 연결됨을 보여주었다는 이 놀라운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역시 주인과의 에너지 장이 연결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주파수로 공명하는 일은 종종 있다고 한다. 공명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수록 멋지다. 공감보다 몇단계 높은 차원의 공명. 장황히 설명하거나 크게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뜻은 물론 친밀감이 높아 상호간의 거리가 지극히 가까워 작은 속삭임으로도 서로의 의도와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서서 속삭임까지도 필요 없어져 눈빛만으로도, 뿜어내는 에너지로 알아채어지고 골든벨을 울리는 경지이다.


아주 오래 전 순수했던 인류는 진동수가 언제나 높았었기에 텔레파시 능력이 지금은 상상도 할수없을 정도로 탁월했을 것이라고 한다. 허나 문명이 발달하고 물질이 점점 더 중요시 되어져 가고 생활이 복잡해져 감에따라 생각도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늘어나 본래의 순수성을 잃어가 텔레파시의 능력이 점차 퇴화 되었다고 한다.
달리 생각하면 애매모호한 텔레파시 능력으로 대충 주고받았던 정보를 텔레비전과 컴퓨터, 스마트 폰으로 정확하고 확실하게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으니 우린 정말 놀랍도록 멋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도 할 수있다.


거기다가 보태어 원래의 텔레파시 능력도 복구 시키고 싶어 한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하나 있다. 맨발 걷기. 이년 전 겨울 맨발로 걸으면서 온갖 질병과 약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람들의 체험담을 유투브로 보다가 당시에 시달리던 잡병들과 약에서 나 역시 해방되고 싶은 강한 열망에 춥지만 동네 공원길을 맨발로 걸어 보았다. 그 해방감과 강렬한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했다. 늘상 두개골이라는 단단한 감옥에 갇혀있는 뇌를 소인국의 지압사가 맛사지 해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한 동안 아침과 낮의 토막 시간을 이용해 맨발 걷기를 하면서 신체 각각의 장기들이 발바닥과 발가락의 세부 부위들과 신경 줄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음을 직접 체험했다. 그런데 눈이 퍼붓고 너무 춥고 해서 흐지부지 관두게 되었고 한참동안 잊고 지냈다가 얼마 전 ‘박동창‘님의 맨발걷기 유투브 채널을 구독하면서 그 이론과 실기, 체험자들의 간증을 듣고는 한 달 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맨발로 걷자마자 스트레스와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 그리고 온갖 잡생각이 순식간에 죄 다 날아가 버렸고 동시에 두통과 미열도 말끔히 사라졌다. 별다른 노력도 방법도 필요 없이 발바닥을 땅에 딛고 걷자마자 그 즉시로 문제들의 문제인 ‘생각’이 사라져 바로 명상상태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이와같은 멋진 경험을 하니 맨발걷기에 중독될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맨발걷기 체험담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앙 간증을 하는 것처럼 들떠있고 한껏 고양되어있다.
나 역시 오빠 언니들과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과 손님들에게 알리고 권하는게 신이난다. 신흥종교에 빠진 광신자들의 신앙간증처럼 아무나 붙잡고 절로 체험을 얘기하게 된다. 매일 잠시 잠깐씩이라도 땅에 접지를 하면 우리도 나무처럼 늘 평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 믿습니까?!
아멘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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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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