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높아진 지구 온도에 엘니뇨·열돔 겹쳐
덴버 지역은 가뭄감시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 단계 진입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화씨 124도, 섭씨 약 51.1도를 기록했다. 덴버 일부 지역은 미국 가뭄감시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가장 심각한 가뭄 단계에 들어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경남 양산에서 42.5도가 관측돼 한국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도 이를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으로 공식 설명했다. 종전 전국 최고기온은 2018년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 기록된 41.0도였다.
한국의 올해 7월 평균기온은 26.8도로,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았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평년의 2.8일보다 약 3.5배 많아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균 최저기온도 23.4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낮뿐 아니라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가 올해 최고 수준의 기온을 기록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의 2026년 7월 월간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데스밸리의 월 최고기온은 화씨 124도, 섭씨 약 51.1도였다. 이는 7월 14일 기록됐다. 데스밸리는 지형적으로 해수면보다 낮고 주변 산맥에 둘러싸여 열기가 빠져나가기 어려워 세계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여러 지역에서 고온 기록이 잇따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다. 석탄·석유·천연가스를 사용하면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지구에서 우주로 빠져나가야 할 열을 붙잡고 있다. 과거에도 폭염은 있었지만, 현재는 이미 높아진 지구의 기본 온도 위에서 폭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온이 더 높고 지속 기간도 길어진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는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11년이었다. 2026년 6월 세계 평균기온도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 평균기온은 16.54도로 1991∼2020년 평균보다 0.56도, 산업화 이전보다 약 1.39도 높았다. 서유럽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6월을 보냈다.
올해는 여기에 엘니뇨가 가세했다. 엘니뇨는 적도 중·동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따뜻해진 바다가 대기로 더 많은 열을 방출하면서 세계의 기온과 강수 분포를 변화시킨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7월 현재 엘니뇨가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엘니뇨가 모든 국가를 똑같이 덥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지구온난화에 추가적인 열을 더하고 지역별 기상 흐름을 바꾸는 증폭 요인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폭염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겹겹이 덮으면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햇볕이 지표면을 계속 가열한다. 주변 바다의 높은 수온과 습한 공기는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방해해 열대야를 늘린다.
미국 서부에서는 강력한 고기압이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무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폭염을 키웠다. 고기압 아래에서 공기가 지면 쪽으로 내려오면 압축되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구름 생성도 억제된다. 비가 내리지 않아 토양까지 마르면 태양에너지 대부분이 공기를 데우는 데 사용돼 폭염이 다시 강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콜로라도는 이러한 고온과 수분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8월 4일 기준 미국 가뭄감시(U.S. Drought Monitor)는 덴버 메트로 일부 지역을 최고 단계인 ‘예외적 가뭄(D4·Exceptional Drought)’으로 격상했다. D4는 보통 가뭄인 D1, 심한 가뭄 D2, 극심한 가뭄 D3보다 높은 최악의 단계다.
덴버카운티 일부가 D4에 포함된 것은 미국 가뭄감시 자료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이를 “덴버 기상관측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미국 가뭄감시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가뭄감시는 8월 4일 보고서에서 덴버 메트로 일부에 D4 지역이 새롭게 형성됐으며, 콜로라도주의 상당 부분도 바로 아래 단계인 D3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덴버의 가뭄은 따뜻하고 건조했던 겨울과 부족한 산악 적설량, 지속적인 강수 부족, 고온에 따른 토양 수분 증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덴버는 필요한 물의 상당 부분을 산에 쌓인 눈에 의존한다. 겨울 적설량이 부족하거나 더위로 눈이 일찍 녹으면 여름철 하천과 저수지로 들어오는 물도 줄어든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이 동시에 같은 온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나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지구 평균기온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면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과 강도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재의 극한 고온은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본 온도에 엘니뇨, 열돔, 따뜻한 바다, 마른 토양과 도시 열섬현상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