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와인의 절정, <5대 샤토>①
2007년 2월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샤토 무통 로칠드」 1945년産(산) 한 병(5L)이 2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어떻게 와인 한 병의 가격이 수 억 원을 (호가)할까?
名畵(명화)만큼 비싼 고급 와인의 가격을 보고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그림은 자손 만대 물려줄 수 있지만, 와인은 마시면 없어지지 않는가 하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사실 오늘 날에도 유럽 상류 사회에서 와인은 가장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遺産(유산)이다. 웬만큼 사는 사람의 訃告(부고)가 일간지에 나면 와인 브로커들이 잽싸게 현금을 싸 들고 유족에게 접근할 정도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에비타 등으로 유명한 뮤지컬의 제왕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소장하고 있던 개인 와인컬렉션이 지난 2011년 홍콩의 한 경매에 나왔을 때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이 총 집중되는 일이 있었다. 그 컬랙션에는 주옥 같은 명품와인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한 병도 빠짐없이 모두 낙찰 되었으며 그 총액은 당시 한화로 60억을 훌쩍 넘겼다.
만약 와인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아지고, 최고의 맛에 도달하는 신비스러움이 없다면 명품 와인의 세계는 없을 것이다. 귀한 와인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진가를 아는 애호가에게 시적·영적인 힘을 발휘한다. 와인이 농산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와인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명품 와인의 정점에 보르도 특급 와인들이 있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샤토 라투르」,「샤토 무통 로칠드」,「샤토 마고」,「샤토 오 브리옹」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대표하는 최고 와인의 이름이다.
가장 심오하고 귀족적이며, 가장 知的(지적)인 와인으로 꼽힌다. 이 와인들이 全세계를 대표하는 명품 와인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한 나폴레옹 3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가장 뛰어난 와인을 선정해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분류하도록 지시한다. 지시를 받은 보르도 상공회의소는 당시 와인의 거래 가격 및 품질, 시장의 평가를 기준으로 총 61개의 와인을 특등급 와인(그랑 크뤼 클라세)으로 선정한다. 1855년 선정된 61개 최고급 와인들은 오늘날까지 그 품질과 명성, 권위를 이어 오고 있다.
「5大 샤토」의 맛을 음미하고 평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름과 특징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100만 분의 1병이기에, 선물이나 접대를 받고 몰라 주는 건 예의가 아니다. 5大 명품 와인은 매해 작황(빈티지)에 따라 포도 품종의 블렌딩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맛이 다르다. 가격 또한 품질이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 다른 해보다 두세 배 비싸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다.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며, 생일이나 결혼 등 기념 와인으로 최고의 선택이다. 포도밭의 면적이 한정돼 있어 수요가 증가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가장 높다. 최근 러시아·중국·인도 등 신흥 부호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감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5大 샤토」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자.
와인과 예술의 조화,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무통 로칠드」의 소유주는 금융 名家(명가)인 로칠드 남작 가문이다. 1855년 특급와인 등급 발표 당시 영국인이 소유했다는 이유로 2등급에 분류됐지만, 1973년 1등급으로 격상된다. 1855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 변경이다.
로칠드 남작은 와인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다. 와인을 예술작품으로 생각한 그는 1945년 이후 매년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으로 라벨을 만드는 전통을 남겼다. 1940년대 「장 콕토」를 비롯해 「살바도르 달리」,「샤갈」,「칸딘스키」,「피카소」,「앤디 워홀」,「프란시스 베이컨」 등 무통의 라벨은 현대 회화 걸작선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이렇듯 뛰어난 와인 맛과 더불어 라벨의 특별함은 무통을 全세계 와인 애호가와 컬렉터들의 소장 대상 1순위로 만들었는데 2013년 빈티지에는 한국인 화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실려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렇다면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이 명품 와인의 라벨을 그리고 받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와인 1케이스
(6병)이라고 한다.
5大 샤토 중 무통만큼 스타성이 탁월한 와인은 없다. 무통은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 내며 자신을 「와인의 중심」으로 만든다. 20세기 후반부터 「무통 로칠드」는 탁월한 양조 기술과 신세계의 토양이 만나 만든 최고의 결실, 캘리포니아의 「오퍼스 원」과 칠레의 「알마비바」 같은 특별한 와인을 세계에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완벽한 밸런스, 샤토 라피트 로칠드
보르도 특1등급 5개 샤토 중 「로칠드」라는 이름의 샤토가 2개 있다. 1853년 영국에서 건너온 나다니엘 드 로칠드가 무통을 구입한 지 15년 후, 백부이자 장인인 제임스 로칠드가 「샤토 라피트」를 매입해 「라피트 로칠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와인 애호가들은 “보르도 최고의 와인은 어떤 것인가”, “샤토 무통 로칠드와 라피트 로칠드 어느 쪽이 더 우수한가” 등의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최고의 와인이라 해도 각 샤토별로 고유의 개성을 갖는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완벽한 밸런스」로 표현된다. 견고하고 장중한 구조의 유럽 古城(고성)이라 표현하는데, 실제 샤토의 담 아래에 그림 같은 연못이 있는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아름다운 양조장 지하엔 신전 느낌의 멋진 셀러가 있다. 「라피트 로칠드」는 오래 전부터 그 명성이 널리 알려졌다.
1755년, 루이 15세 치하에서 보르도의 지방장관을 역임한 리슐리외 공이 파리로 돌아왔을 때의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다. 리슐리외 공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왕을 알현했다. 루이 15세는 한결 젊어진 리슐리외의 모습에 놀라며 그 이유를 물었다. 리슐리외 공은 자신의 젊어진 비결이 라피트 덕분이라 전하며 라피트를 프랑스 왕실에 소개한다. 그 이후 라피트의 명성은 프랑스 왕가에까지 알려졌으며,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라피트 로칠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의 블렌딩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조화로움을 가지고 있는 와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라피트 로칠드」의 밸런스에 대해 칭송하지만 짧은 와인 내공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조금은 어려운 와인이 바로 「라피트 로칠드」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