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3월 22, 2023
Home 오피니언 김상훈 칼럼 와인 좀 아시나요?(8)

와인 좀 아시나요?(8)

미국의 와인 전문가로서 오늘날 캘리포니아 와인의 명성에 큰 공헌을 한 메이나드 아메린(Maynard Amerine)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Drink Wine, Not Label” 직역하자면 “라벨이 아닌 와인을 마셔라” 이지만, 좀 풀어 해석해 보자면 “와인의 겉모습, 브랜드, 품평 등에 현혹 되지 말고 와인의 맛 그 자체를 즐겨라” 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와인의 라벨을 읽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말씀이다. 유명한 와인, 비싼 와인이라고 내게 꼭 그만큼의 감동이 내게 느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조금 더 와인과 친해지기 위해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와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와인 라벨 이해하기 ②)
글로 와인 라벨을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서 몇 가지 샘플을 첨부해 본다. 와인으로 유명한 각 산지(産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로 프랑스 5대 샤토 중 유독 한국사람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샤토 무통 로칠드>의 라벨이다.

  1. 빈티지(Vintage):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한 연도가 표시 되어있다. 이 와인은 2005년산 포도로 만들어 졌음을 보여준다.
  2. 양조장/와이너리(Winery): 와인을 생산한 양조장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이 와인은 <샤토 무통 로칠드> 양조장에서 만들었다는 의미다. <샤토>는 원래 <城(성)>이라는 뜻이지만, 와인 관련 용어로 사용할 때는 양조장 또는 와이너리 라는 뜻이다.
  3. 원산지 명: 와인에 사용된 포도가 생산된 지역이 기재되어 있다. 이 와인은 <포이악> 지방에서 난 포도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4. 와인의 등급: 와인 품질 등급이 기재되어 있다. 프랑스는 와인 품질 등급을 정해 놓았는데, 이 와인은 그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AOC 등급이다. 이 와인은 AOC 등급으로 가장 품질이 좋은 특급 와인이다. 프랑스 와인의 등급은
    뱅드 따블(Vin de Table)-> 뱅드 뻬이(Vin de Pays)-> VDQS-> AOC
    이렇게 크게 4 단계로 구분 되어 지는데 자칫 머리아픈 복잡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프랑스와인에 대해 좀 더 깊게 이야기 할 때 다루도록 한다.
  5. 알코올 도수: 이 와인의 경우 13% 이다.
  6. 용량: 한 병에 담긴 양이 표기 되어있고, 750ml 가 보편적인 한 병의 양이다.

두 번째로 <슈퍼 투스칸>이라고 불리는 <티냐넬로>의 라벨을 읽어보자.

  1. 와인의 브랜드: 이탈리아 와인들은 유독 브랜드 이름이 맨 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무엇을 먼저 혹은 나중에 표기 해야 한다는 정해진 순서는 없다.
  2. 원산지 명: 이 와인은 <토스카나> 지방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것이다.
  3. 와인의 등급: 이탈리아 와인도 프랑스와 유사하게 4단계로 등급을 나눈다.
    VDT(비노 다 타볼라)->IGT(인디카지오네 지오그라피카 티피카)->DOC -> DOCG
    물론 DOCG가 <원산지 명칭 통제 보증 최상위급>으로 가장 높은 등급이긴 하지만 이탈리아 와인의 재미있는 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와인 중에도 최고가, 최상품의 와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와인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품와인으로 꼽히지만 등급은 3단계인 IGT로 되어 있는걸 볼 수 있다.
  4. 와인 제조 업자: 와인을 생산한 회사가 기재되어 있다. 이 와인은 <안티노리>사(社) 가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내용을 앞면 라벨에서 찾을 수 없는 경우 뒷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와인도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는 뒤쪽 라벨에 적혀있다.
대중적이고 인기 높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케이머스>의 라벨도 살펴보자. 소위 (신세계 와인)이라고 불리는 와인들은, 유럽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적인 와인 생산지인 밖의 지역에서 나는 와인을 일컷는다. 대표적인 뉴월드 와인 생산지는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북 아메리카와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꼽을 수 있다. 뉴월드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분방함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와인들과는 달리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여러 종의 포도를 섞어 블랜딩을 하는 경우에도 보르도 와인 같은 공식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1. 브랜드 명: 이 와인은 케이머스 라는 브랜드의 와인이다.
  2. 포도 품종: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 포도 품종 명이 기재되어 있다. 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사용하여 생산했다는 의미이다. 한 가지 포도 품종만 적혀 있는 와인이라고 해도 종종 다른 품종이 섞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한 가지 품종이 75%(캘리포니아 와인 기준) 이상 사용되면 그 품종의 이름이 붙여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Blend Wine(블랜드 와인)이라고 한다.
  3. 생산지 명: 그 유명한 나파 밸리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4. 용량: 역시 750ml 일반적인 양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와인 라벨 못 읽는다고 와인 못 마시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상식을 조금 갖춰두면 한결 와인과 친해지기가 쉽다. 마음에 쏙 드는 와인을 만났을 때 와인의 앞, 뒤 라벨을 사진 찍어 두었다가 검색도 해보고 이름도 외워보는 센스를 가진다면 이미 당신은 스스로를 와인 애호가라고 불러도 좋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중요한 최신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콜로라도 타임즈 신문보기

Most Popular

구글, AI 챗봇 ‘바드’ 테스트 시작…MS, 빙에 그림 생성 AI 탑재

바드, 미·영에서 시작…피차이 CEO "제품 개선에 이용자 피드백 중요" 구글은 21일 대화형 인공지능(AI) 바드(Bard)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바드는 사람처럼 묻고...

콜로라도 로키산 국립공원 즐기기

로키산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국립공원 중 하나로 트레일 리지 로드(Trail Ridge Road)를 따라 운전해서 둘러보거나 시간을 갖고 공원 내 관광지를 걸으며...

MLB 콜로라도, ‘유틸리티맨’ 프로파르와 101억원에 1년 계약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가 '유틸리티맨' 유릭슨 프로파르(30)를 영입한다. MLB.com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가 프로파르와 775만달러(약 101억원)에 1년...

美치과의사, 아내 독살살인 혐의로 체포돼…경찰 “계산된 범행”

독극물 중독된 아내 두통 호소하자 직접 병원 데려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40대 치과의사가 아내를 독살한 혐의로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