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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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좀 아시나요(6)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맞추는 것을 고르는 일을 페어링(Pairng) 또는 마리아주(Marriage) 라고 하고 좋은 결합일수록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육류와는 레드 와인,
생선류와는 화이트 와인 이라는 막연하고 단편적인 공식을 들이밀기가 무리인 대표적인 경우가
한식(韓食)이다.

 한국음식과 와인

한국의 음식문화는 한 상에 차려지는 다채로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한식당에 처음 가보는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점은 시키지도 않은 여러 사이드 디쉬(Side Dishes), 즉 반찬들이 현란하게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한 접시 위에 메인 요리가 중심을 잡고 가볍게 부 재료들이 곁들여지는 서양요리들은 걸맞은 와인을 고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단편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허나 굳이 한정식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가 한국음식점에서 불고기 백반 하나 시켰을 때 나오는 반찬의 수는 대개 너 댓가지 이상이라는 바로 이 점이 한식과 와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된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거창한 명제를 풀어내는 실마리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한국인의 식탁에 와인이 깊숙하게 들어와 있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라 와인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한국인에게 와인이 친숙하지 않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고작 20년 남짓한 한국내의 와인 시장의 짧은 역사이다.  주류 수입에 어마어마한 관세를 매겨온 한국의 근대 경제 구조 안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맥주가 가장 맛이 없는 나라, 초저가 희석식 소주 소비가 기형적으로 많은 나라, 좋은 술 마실 줄 모르는 나라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커피 다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와인, 물보다 콜라보다 많이 소비된다는 와인의 인기야 말로 한국음식과 매치 시켜 보는 시도를 해보고 싶은 이유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와인과 음식의 사이에서도 역시 관건은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다.  예를 들자면 까베르네 샤브뇽(Cabernet Sauvignon)이나 시라(Syrah) 처럼 포도 알, 줄기, 껍질을 같이 숙성시키는 와인들은 살짝 떫은 맛을 띠게 되는데 이 맛이 요리 속 기름기를 만나면 3도 화음 저리가라 싶은 안정감을 보인다.  와인이 음식 맛을 눌러서도, 음식 맛에 와인이 가려서도 곤란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러 반찬이 곁들여지는 상황을 고려하여 한식 밥상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와인이 준비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음식점에서 주문할 수 있는 단품 메뉴를 기준으로 하여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를 용감하게 골라 보았다. 

생 갈비, 살치살양념이 되지 않은 구워 먹는 소고기엔 부르고뉴(Bourgogne) 산(産) 레드 블랜드(Red Blend) 와인을 추천한다.  고기는 고기대로 와인은 와인대로 맘껏 매력을 뽐내기 좋은 조합이다.
불고기, 양념갈비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은 자칫 와인 맛을 눌러 버릴 수 있다. 묵직한 캘리포니아 까베르네 샤브뇽(Cabernet Sauvignon) 이나 호주 산 쉬라즈(Shiraz)라면 그 맛에 대적할 만 하다고 본다.
삼겹살구이양꼬치엔 찡타오라고 했던가? 믿고 따라와도 후회 없을 선택. 삼겹살엔 이탈리안 키안티(Chianti).
갈비찜상큼하고 과일 향이 진한 진판델(Zinfandel) 반드시 레드 진판델임을 확인하자. 화이트 진판델(너무 너무 달다) 아니다.
생선구이산뜻한 알바리뇨(Albariño) 또는 단맛이 적은 로제(Rose) 와인.  온도가 차면 찰 수록 제 맛이다.
생선전가벼운 느낌의 샤브뇽 블랑 (Sauvignon Blanc)
조개탕, 대구탕드라이한 샤도네이(Chardonnay) 단 맛이 없을수록 좋다.
해물파전산도가 높고 드라이 한 독일산 카비넷 리즐링(Kabinett Riesling)
낙지볶음, 아귀찜매운 볶음 요리에는 달콤한 와인이 좋다.  모스카토(Moscato), 혹은 단맛이 나는 스파클링 와인을 추천.
삼계탕산도가 높은 샤브뇽 블랑 (Sauvignon Blanc)
녹두전, 각종 부침개기름기가 많은 부침요리에는 쉬라(Syrah) 같은 타닌(Tannin: 떫은 맛)이 강한 와인이 제격.
만두여러 재료가 어우러진 만두 속을 감안할 때, 무난한 캐릭터의 로제(Rose) 와인을 추천
잡채잡채 자체가 강한 맛을 가진 음식이 아닌 것처럼 와인도 피노누아(Pinot Noir) 또는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같은 부드러운 와인이 좋다.
비빔밥, 돌솥비빔밥고추장은 그야말로 정렬적인 양념이다.  와인도 그에 크게 뒤지지 않는 강성이어야 조화를 기대 할 수 있다.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는 낯설고 이름도 어렵지만 섬세하면서도 강한 와인으로서 고추장 들어간 음식과 잘 어울린다.
김치 겉절이그리스 와인인 아씨르티코(Assyrtiko)는 미네랄 향이 풍부하고 산뜻한 맛으로서 김치와 어울리는 흔하지 않은 와인이다.  단 개인적으로 신 김치와는 그닥…

 자주 반복하는 말이지만 내 입맛은 내 맘이라 누가 뭐래도 페어링의 정답은 나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일반적인 기준과 칼럼을 쓰고 있는 필자의 주관을 곁들여 정리한 가이드라인이 조금이나마 한국음식과 와인을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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