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2월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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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좀 아시나요(2)

색깔 외에도 식사 중 언제 마시느냐에 따라 와인을 구분할 수도 있다.  우선 다소 생소한 단어이지만 식전에 마시는 와인을 아페리티프(Aperitif)라고 한다.  식전주(食前酒)는 입맛을 돋우는 원래의 기능 외에도 근사한 디너의 여유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흔하지 않은 광경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식전주를 즐기며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뚫어져라 들여다보면서 뭘 시킬지를 고민하고, 주문하고 나서는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유 없는 외식보다는 아페리티프 한 잔을 추천 해달라고 해 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수 있다.  꼭 추천에 의지하기보다 내가 주문해 보는 것 또한 좋다.  흔히 샴페인(Champagne)이라고 불리는 탄산이 들어있는 스파클링와인(Sparkling Wine)이나 단맛이 적고 산도가 좋은 화이트 와인들이 식전주로 좋다.  여기서 주의 할 점은,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프랑스 샹파뇽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일컷는다는 것.  물론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굳이 샴페인이 아니어도 맛있는 스파클링 와인들은 많다. 

 그 날의 주 메뉴와 함께 마시는 와인은 식중주(食中酒)라고도 하고 테이블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어떤 와인을 곁들일지를 결정하는 것을 페어링(Pairing)이라고 하는데 와인과 음식의 궁합이 잘 맞으면 요리도 와인도 한결 더 빛을 발하게 된다.  프랑스어 마리아주(Mariage) 또한 페어링의 다른 표현인데 직역하면 ‘결혼’이라는 말이다.  앞서 말 했던 대로 육류와는 레드와인을, 생선요리와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는 고전적인 공식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닐뿐더러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만의 페어링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의 단골 메뉴인 연어요리의 경우 Fatty(지방도가 높은)한 육질의 특징 때문에 생선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피노 누아(Pinot Noir)같은 가벼운 레드와인과 훌륭한 조합을 이뤄낸다.  과거엔 요리의 주 재료가 그 맛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조리방법이나 더해지는 소스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도 고전적 페어링 공식이 무너져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인 페어링이라는 것이 존재 하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내 입맛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므로 어떤 답을 써도 틀릴 수가 없다는 얘기다.  가장 쉽게 페어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이상의 와인을 한 음식과 같이 음미해 보는 것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토너먼트, 혹은 이상형월드컵 하듯 와인을 경쟁시켜 최고의 궁합을 찾아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와인이라고도 부르는 식후주(食後酒)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단맛을 느끼고 나면 다른 맛에 대한 욕구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식사자리의 마지막 코스인 디저트로 대개 단 음식이 나오는 것이다.  초콜릿을 먹고 나서 스테이크를 먹는 상상을 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디저트와 함께 할 와인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와인이 디저트 보다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저트가 와인보다 더 단 맛이 강하다면 차라리 와인을 빼고 디저트만 즐기는 게 낫다.  식후에 즐기면 좋은 달콤한 와인으로는 크게 4가지 정도가 있다.  수확기를 지나 나무에 달린 채로 수분은 날아가고 당도가 높아진 포도 알을 따서 만드는 이탈리아 출신의 가벼운 모스카토(Moscato), 특정 균에 의해 쪼그라든 포도 알에서 과즙을 추출하는 프랑스 출신의 소테른(Sauternes), 포도가 나무에서 얼어버릴 때까지 두었다가 압착해 만든 독일과 캐나다의 아이스와인(Ice Wine), 주정강화 와인들인 포르투갈의 포트(Port)와 스페인의 셰리(Sherry)등이 그것이다.  모두 개성이 강하고 누구나 쉽게 친해 질 수 있는 달콤달콤한 와인들이긴 하지만 가격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모스카토는 가격이 착하고 가장 대중적이다.  어디에서 구입을 하건 $20 정도면 충분하다.  반대로 아이스와인은 작은 병(보통 와인은 한 병에750ml 이지만 아이스와인은 대개 375ml 작은 병에 들어있다.)이 $50 이상 이라고 보면 된다.  포트, 셰리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알코올 도수가 높다는 점이다.  발효중인 포도에 브랜디를 넣어 인위적으로 도수를 높인 와인들이기 때문에 하루에 다 마시지 않고 천천히 두고 마셔도 쉽게 맛이 변하거나 상하지 않는다.  

 단 맛이 나는 와인 얘기가 나온 김에 재미있는 와인 상식하나를 짚고 넘어가 보자.  와인이 달면 스위트(Sweet) 하다고 말하고, 달지 않으면 드라이(Dry) 하다고 표현한다.  와인의 당도는 와인의 알코올 도수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반비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포도는 당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과일이다.  포도가 발효되는 과정은 포도에 들어있던 당분이 알코올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므로 당분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전부다 발효가 되었다는 얘기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드라이한 와인이 되었다는 말이며 반대로 달콤한 와인일수록 당분의 약간만이 알코올로 변했으니 그만큼 약한 술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앞서 디저트 와인에서 소개 되었던 포트나 셰리처럼 일부러 독한 술을 섞어 만드는 경우는 예외라고 보면 되겠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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