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불과 몇 주전에 따뜻하게 마시는 뱅쇼를 소개하고서 봄 와인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콜로라도이기 때문에 이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봄에는 뭐든 가볍고 산뜻한 것이 어울리기 마련이다. 겨우내 무겁고 두터운 외투를 두르고 다니다가 살랑살랑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듯 와인도 묵직한 바디감의 레드 와인으로부터 신선하고 상큼한 느낌의 로제나 스파클링으로 자연스레 손길이 옮겨간다.
봄을 통째로 갈아 만든 와인이 있다. 봄을 액화한 것 같은 상쾌하고 향긋한 와인. 향기를 맡으면 마치 꽃다발을 한 아름 안은 것 같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향기 중에는 과일 향기도 있다. 과일 바구니를 받았을 때 나는 다채로운 과일 향이 솔솔 풍긴다. 바로 이것이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이다. 와인의 품질은 포도의 품질에서 결정된다고 하지만 몸으로 체험하기 어렵고 관념적으로 들린다.
사실 포도 맛과 와인의 맛이 딱 떨어지는 와인은 별로 없다. 그러나 모스카토 다스티는 예외다. 포도즙 자체라고 해도 될 만큼 포도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싱그럽고 생생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맛이다. 도수는 조금 더 낮은 게 있고 좀 더 높은 게 있겠지만 약 5도 수준이다. 그러니 맥주처럼 벌컥벌컥 마셔도 크게 해가 될 일은 없다. 물론 음미해 가며 천천히 마시면 더 좋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친해지고 싶다면 이 와인이 도움이 될 것이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발효를 의도적으로 중단하여 알코올 도수가 낮다. 단맛이 나는 화이트 와인으로 포도 품종은 모스카토 비앙코이다.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는 아스티 지역의 모스카토란 뜻으로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이탈리아 북서부에 있는 주)의 DOCG 등급에 속한다. 원산지명이 비슷한 아스티(Asti)와는 바르다. 아스티는 아스티 스푸만테라고도 부른다.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는 스파클링 와인이며 맛이 달다. 품종과 등급은 둘 다 동일하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전천후 와인이다. 낮은 알코올 도수 덕분에 브런치에 먹어도 좋고 점심, 저녁 어느 때라도 좋다. 와인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이 와인만큼은 친근하게 느낀다. 그저 차갑게 대령하기만 하면 된다. 와인 잔이 없으면 어떠리. 맥주잔 같은, 와인 잔에 비하면 다소 투박하다 해도 그런 잔이라도 있다면 한 모금 마셔 보시라. 청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느껴질 것이다. 다행히 와인 잔이 준비되어 있다면 모스카토 다스티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잔에 콸콸 쏟아 붓는 동안에 잔 속에는 복숭아, 살구, 자두, 멜론 같은 싱그러운 과일 향기가 진동할 것이다. 살짝 박카스 맛이 나기도 한다.
모스카토 다스티가 가진 또 하나의 큰 장점은 가격이다. $20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달콤함과 풍미는 결코 싸구려 느낌을 주지 않는다.
흔히 구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추천해 본다.



스텔라 로사 (Stella Rosa)
가볍고 약간 달콤한 이 와인의 매력은 잘 익은 복숭아와 벚꽃 향의 조화이다. 이 상큼한 와인은 이름난 유명 샴페인에 비해 더 달고 알코올 도수가 약하지만 그것이 바로 스텔라 로사 모스카토 다스티가 사랑 받는 이유이다. 평균 가격 약 $12.00 정도.



까스텔로 델 뽀죠 (Castello del Poggio)
사과향이 도드라진 이 와인은 모스카토 다스티 중에서도 특히 고급지다. 끝 맛에 느껴지는 허니와 스모키함의 조화를 느껴보는 재미가 있다. 평균 가격 약 $18.00 정도.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