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0월 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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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좀 아시나요?(15)

와인과 함께 하는 대표안주, 치즈

와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안주는 바로 치즈이다. 한국사람들이 치킨하면 맥주를 바로 떠올리는 것처럼 와인하면 자연스럽게 치즈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왜 하필 치즈일까?
사실 와인과 치즈 사이에 하나 빠진 것이 있는데, 바로 빵이다. 유럽에서는 빵과 치즈, 와인 이렇게 세 가지를 같이 잘 먹는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세가지 음식에는 강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발효음식이라는 점이다. 빵은 이스트를 이용해서 반죽을 발효하여 만들고, 치즈도 원 재료인 우유를 발효하여 얻는다. 이 특징이 이들 셋을 찰떡 궁합으로 만들어 준 이유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것 말고도 이유는 또 있다. 치즈에 들어있는 멜리오닌 성분은 알코올 분해작용을 돕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주가 갖추어야 할 으뜸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한식 요리 중 생선 조림이나 찜에 무를 넣어서 영양소의 조화를 이루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되겠다.
와인의 다양성만큼이나 치즈의 종류도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 흔히 와인에 곁들이는 몇 가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 브리 치즈 (Brie Cheese)- 브리 치즈는 ‘치즈의 여왕’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 부근의 라 브리 (La Brie)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매끄럽고 윤이 살짝 나는 순백색의 껍질이 있으며 내부는 크림같이 하얀 부드러운 치즈이다. 맛과 향 또한 부드러운 먹기 어렵지 않은 치즈라고 할 수 있다. 와인 안주로 먹을 때는 그냥 먹기도 하고 빵 위에 올려서 먹거나 견과류를 곁들여 함께 즐겨도 좋다.

• 스모크 치즈 (Smoked Chees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훈제 치즈이다. 훈제를 하기 위해서 소금을 잔뜩 넣고 훈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짭짤함이 강하다.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일반 체다 치즈를 생각하고 입에 확 넣었다가는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와인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 유학생 시절에 치즈라면을 먹겠다고 스모크 치즈를 넣었다가 엄청나게 짜고 요상한 맛과 덜 녹은 치즈 껍데기가 보여주는 최악의 비주얼을 동시에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가장 맛있게 즐겼던 방법은 통후추를 으깨서 얇게 썬 스모크 치즈에 뿌려 과일 향이 강한 진판델 와인 안주와 먹었을 때였다. 온라인에 찾아보니 통후추를 기름 없이 팬에 볶은 다음에 으깨면 더 맛있다고 한다.
• 고르곤졸라 치즈 (Gorgonzola Cheese)- 수제 피자 열풍과 함께 한국사람들에게 의외로 급 친숙해진 치즈이다. 블루치즈의 한 종류로서 프랑스의 록포르, 영국의 스틸런 치즈와 함께 세계 3대 블루치즈에 꼽힌다. 보기엔 푸르스름한 곰팡이 덕분에 선뜻 호감이 가진 않지만 일단 입에 넣어보면 특유의 짭조름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견과류와 꿀을 같이 곁들이면 환상의 궁합을 보여준다. 와인도 역시 단 맛이 나는 스위트 와인(예를 들면 모스카토나 아이스 와인)이 잘 어울린다.

• 에멘탈 치즈 (Emmental Cheese)- 이름은 낯설지만 실물을 보면 너무도 친숙한 치즈이다. 어릴 적 톰과 제리 만화에서 제리가 참 좋아하던 노랗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로 그 치즈. 생긴걸 보면 가장 전형적인 치즈인데 맛은 좀 다르다. 부드러움과 크리미함을 기대했다면 외려 쓴 맛에 당황할 수 있다. 지우개를 한 입 베어 문 느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먹기보다는 빵이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거나 녹여서 퐁듀를 해서 먹으면 특유의 쓴 맛이 사라진다. 와인과 함께 하는 경우라면 적당한 산도를 가진 산뜻한 와인이 좋겠다. 흔하디 흔한 샤브뇽 블랑크 한 병이면 충분하지만 좀 더 모양을 내고 싶다면 브르고뉴산 화이트 블랜드 와인들 중에서 골라볼 수도 있다.

• 고다 치즈 (Gouda Cheese)- 치즈의 꿉꿉한 냄새가 적어서 아직 치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단단하고 카라멜 풍미를 가지고 있는 숙성된 고다 치즈는 크림 같은 질감에 버터스카치의 끝 맛을 가지는데 역시 무게감이 느껴지는 카베르네 샤브뇽과 함께 즐기면 제맛이다.

한국사람들에게 와인과 치즈는 일반적으로 애매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친해지고 나면 참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한 걸음 다가가면 더욱 매력 있는 것이 와인과 치즈라고 생각한다. 오늘 저녁에 마트에 가게 되면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던 치즈 섹션을 한 번 찬찬히 들여다 보자. 앞서 설명했던 치즈들 중에 하나 고르고 어울리는 와인 한 병 데려다가 멋진 봄 밤의 분위기를 내 보는 것이 어떨까?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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