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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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좀 아시나요?(12)

봄의 문턱에서 마시는 리슬링 와인

날씨와 술 사이엔 묘한 상관관계가 있다. 날씨가 술을 부른다는 말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명언 같기도 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저녁엔 막걸리 한 잔이 떠오른다. 지글지글 부쳐낸 빈대떡이나 파전이 곁들여 진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엔 뭐니 뭐니 해도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최고다.

이렇듯 애주가들에게 날씨란 참 좋은 핑계,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모티베이션이 아닐 수 없다. 콜로라도의 겨울 끝자락은 참 길다. 봄인가 싶으면 3,4월에도 눈이 펑펑 오기도 하고, 날 좋은 일요일에 큰 맘먹고 화단에 꽃이라도 좀 심어놓고 나면 바로 다음주에 서리가 내려 망쳐 놓기도 한다. 두 계절이 밀고 당기는 요즘 같은 날씨에 딱 떠오르는 와인은 뭐가 있을까? 고민 없이 리슬링(Riesling)을 추천한다.

리슬링 와인을 마셔본 사람들의 기억은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서로 같은 와인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건지 의아할 정도로 상반된 묘사들이 맞선다. 리슬링의 넓은 스펙트럼에서 비롯된 혼돈이다. 어떤 리슬링은 디저트 와인처럼 아주 많이 달콤하고, 어떤 것들은 일반적인 샤도네이보다도 더 드라이하다. 처음 마셔봤던 리슬링을 추억하며 다시 찾았다가 실패를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슬링의 매력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은근한 당도와 생기 넘치는 산미의 조화이다. 리슬링은 사서 고생하는 품종이라고도 부른다. 따뜻한 날씨와 비옥한 토양을 마다하고 굳이 척박한 돌밭 같은 땅과 쌀쌀한 날씨에서 더 제 맛을 낸다. 그저 쌀쌀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일조량은 많되 날이 선선한 그런 떼루아(와인을 재배할 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를 원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산지인 독일을 비롯하여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알사스 지방, 호주의 에덴밸리 및 미국의 워싱턴 주가 주요 생산지들로 꼽힌다. 리슬링은 새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치거나 산도를 낮춰 부드럽게 해주는 젖산 발효를 거치지 않는다. 워낙 향미가 뚜렷해서 어떤 다른 풍미를 첨가할 필요가 없거니와 품종 본연의 상쾌하고 신선한 느낌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리슬링의 강한 산도 덕분에 타닌이 없는 화이트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장기숙성이 가능하다. 그래서 리슬링을 세계적인 고급 품종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빼 놓을 수 없는 리슬링의 또 하나의 큰 매력은 가격이다. 최상급의 리슬링이라고 해도 $100 이상인 경우는 거의 드물다. 다른 품종의 경우 최상품들이 수백, 수천불까지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리슬링들은 대개 $20 안팎이니 정말로 친해지기 참 좋은 와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매운맛이 너무 강해서 자칫 와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한국음식들과 찰떡궁합으로 어울리기도 한데 대표적인 예가 매콤한 양념 통닭, 순대볶음 등에 달콤한 리슬링을 곁들이는 조합이다. 이번 주말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통닭집에서 칼칼한 양념의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 사고, 역시 한인이 운영하는 리커스토어에 들러 차갑게 냉장된 달콤한 리슬링 한 병 사다가 즐겨봄이 어떠한가? 저렴하고 맛있는 리슬링 몇 가지를 추천해 본다.

2017 Eroica Riesling ($17-$20)
에로이카 리슬링은 워싱턴주의 콜롬비아 밸리에서 생산된다. 수입와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가성비가 좋으며 2018년 빈티지도 괜찮다. 라임 샤베트, 청사과 같은 풍미를 즐길 수 있고, 예민한 팔렛(와인을 느끼는 미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황량한 콜롬비아 밸리의 고지대사막 토양 특유의 허니 향이 가미된 미네랄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적당한 단맛이라 촌스럽지 않고 도수도 12% 정도로 적당하다.

2019 Dr. Heidemanns Bergweiller Riesling ($10-13)
<닥터 하이데만스 베르그와일러>, 이름이 길어서 기억하기가 좀 힘이 들 수도 있다. 이 와인은 독일의 남서쪽에 있는 모젤이라는 리슬링으로 유명한 산지에서 생산되었다. 달달한 맛 위로 떠오르는 복숭아와 살구 향이 매력적이라 매운 음식과의 궁합이 참 좋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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