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와인들
와인 칼럼을 쓴다고 하면 의례 와인에 대해 한 두 가지 질문을 받게 된다.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은 단연 괜찮은 와인 추천이다. 이왕이면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구입하고 싶지만 막상 사러 가보면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다. 게다가 와인 전문점이라면 모르겠지만 집 앞 리커스토어에서 와인 선택에 대한 조언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솔직히 뭘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부터 가 난관의 시작이고, 와인 코너를 몇 바퀴 돌아봐도 정보라고는 고작해야 라벨과 병모양 정도라서 결국엔 한 쪽에 그득하게 쌓여 있는 세일가격표가 붙어있는 놈 중에 하나를 뻘쭘하게 들고 나온다. 괜찮은 선택이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맛없는 와인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정말 형편없는 와인들은 실제로 만나기 쉽지 않다. 가격과 맛이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니 한 병 가격이 $15 이상인 선에서 고르는 경우 웬만하면 마실 만 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무난한 가격대 ($20 안팎)이면서도 매력적인 와인을 소개해 볼까 한다.



2019, 2018 Decoy Cabernet Sauvignon ($18-$23)
훌륭한 카르버네 샤브뇽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단조롭지 않은 여러 갈래의 풍미와 균형감을 갖춘 와인이다. 2019년산의 가격이 조금 더 비쌀 수 있지만 겨우 몇 달러 차이이다. 탄탄한 명성의 Duckhorn winery 가 내놓은 제품라인 중의 하나로 가성비 대장이다. 세련된 블랙베리와 다크체리가 느껴지고 눈을 감고 느껴보면 신선한 스피어민트를 느껴 볼 수 있다. 이 가격대에선 흔하지 않은 긴 여운을 남기는 끝 맛을 가졌다.



2020 Craggy Range Sauvignon Blanc ($20)
봄이 오는 생각을 하면 샤브뇽 블랑크가 더욱 기다려진다.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쉽게 친해 질 수 있는 샤브뇽 블랑크는 역시 뉴질랜드산이 가장 유명하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필자는 어렵지 않게 크레이기 레인지를 꼽는다. 천도복숭아와 자몽 껍질의 향이 매력적인 이 와인은 입 안에 과일 한 바구니가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2019 Pratsch Organic Rose ($15)
으리으리한 정원까진 필요하지 않다. 식탁에 화사한 꽃병 하나만 있어도 로제와인의 유혹은 두 배가 된다. 오스트리아산 와인은 흔하지 않지만 그 가운데 프라치 로제는 2~3배 비싼 다른 고급 로제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 풍미를 자랑한다. 딸기, 멜론, 수박 등 살짝 숨어 있다가 고개를 내미는 여러 가지 숨은 맛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6 Brancaia Tre ($20)
$20이면 이태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브랑카이아 뜨레는 80 % 의 산지오베이즈에 20 % 멀롯 및 카르버네 쇼브뇽이 섞인 전형적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이탈리아산 와인이다. 거의 모든 이탈리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와인은 다양한 파스타, 닭요리, 또는 소금으로 간을 한 생선구이 등을 투스카니 한 복판에서 즐기는 듯한 착각을 줄 수 있다.



2018 Salentein Reserve Malbec ($18)
부드러움과 정열이 조화를 이루는 말벡 와인. 역시 아르헨티나를 빼 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살렌틴 말벡 한 병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거의 열 가지가 넘는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무게감을 느끼다 보면 그 부드러운 질감에 허를 찔린다고나 할까? 남미의 미인에게서 느끼는 매력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