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이자 평화의 기념비이기도 한 평화의 소녀상을 오로라 시청 건물 앞 공원 부지에 설치하려던 소녀상 기념재단(이사장 오금석)의 노력이 안타깝게도 결국 밝은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콜로라도주 소녀상 기념재단(So Nyeo Sang Memorial Foundation)은 지난 달 28일 오후에 오로라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재단의 제안 서류가 오로라시의 스터디 세션에 상정되었음을 알리고 한인 커뮤니티의 지지를 호소해 왔는데, 지난 7일 월요일 진행된 시의원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안건이 결국 부결되었다.
오로라 시에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필요한 비영리 단체 설립 및 많은 과정들을 감내하고 40페이지에서 5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들을 준비해 오로라시 시의원들을 설득, 소녀상의 역사적 및 교육적 중요성을 알리고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려 간절함을 쏟아부었던 오금석 이사장은 필자와의 소통 중에도 아쉬운 마음을 못내 감추지 못했다.
올해 4월 9일부터 출범한 콜로라도주 정식등록 비영리단체인 소녀상 기념재단은 오금석 이사장의 리더십 하에 약 14명의 위원들로 구성되어 그 동안 일본 정부와의 사전 마찰 방지를 위해 은밀하게 차근차근히 진행되어 왔다. 일본 정부와 일본 커뮤니티의 강력한 반발을 어느정도 예상해왔고, 이에 맞서기 위해 안건 추진이 체계적으로 준비되어 왔으나 일본 정부가 6월 초부터 강력한 압력을 오로라시 정부와 의원들에게 행사하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므로 소녀상 제안을 시 의원 스터디 세션에서 삭제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오로라시 소녀상 설치를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아부은 소녀상 기념재단의 신봉수 위원은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직접 오로라시 의원들에게 소녀상 건립을 독려하는 영상 메세지를 받아 시의원들에게도 전송하는 등 몇 달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난 7일 투표 결과로 결국 안건이 통과되지 못함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동영상은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이 영어 자막으로 번역되어 삽입, 편집되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콜로라도 소녀상 기념재단 측은 “결과는 아쉽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는 다른 장소 및 도시를 찾아보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한인 커뮤니티의 열렬한 성원과 지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녀상 기념재단이 오로라 시청 건물 앞 공원 부지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추진중이라는 언론보도에 많은 오로라시 한인 사회 리더들과 주민들, 그리고 텍사스, 유타를 포함한 다양한 타주 한인회들 및 언론사들에서도 지지서한을 전송해왔다.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다양한 아시안 커뮤니티들의 지지서한들도 꾸준히 이어졌다.
용인시청 앞에 설치되어 있는 소녀상
필자의 이메일로도 많은 국문 지지서한들이 도착해 영문으로 번역, 정성스레 작성된 서한들은 오로라 시의원들에게 전송되었다. 지난 주 오로라시 소녀상 설치 안건 상정에 대한 본지 기자의 기사 말미에 첨부되어 있었던 지지서한 워드파일 샘플들도 많은 한인들에 의해 서명되어 시의원들에게 전달되었다. 또한 오로라시에서 소녀상 설치가 추진중이라는 소식에 한국에 거주하며 국제정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필자의 지인들 및 소수의 대학 교수님들도 흔쾌히 지지서한을 작성해주심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물론 필자 또한 진심을 담아 지지서한을 작성해 마이크 코프만 시장과 투표권을 가진 시의원들에게 전송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움이 짙게 남지만, 매우 짧은 기간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상 건립에 대한 한인 커뮤니티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 그리고 아시안 커뮤니티의 저력이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현재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내 뉴저지주 팰리세리즈팍 공립 도서관 옆, 뉴욕주 롱아일랜드 낫소 카운티 아이젠하워 공원 베테란스 메모리얼, 로스엔젤레스 오렌지 카운티 가든그로브 AR갤러리 쇼핑몰 앞,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해켄색 법원 앞 메모리얼 아일랜드,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 부지, 미시간주 한인 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시립공원, 뉴욕주 뉴욕한인회관 이민사 박물관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 영토인 한반도에는 약 80여 곳에 평화의 소녀상들이 설치되어 있다.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처음으로 제작한 소녀상은 상징적 의미로 가득하다.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은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단절된 것을 상징한다. 꽉 쥔 주먹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뒷꿈치를 바닥에 제대로 딛지 못하고 있는 맨발은 당시 참혹함을 상징함과 동시에 고국에 돌아와선 왜곡된 시선을 받아야 했던 아픔을 의미한다. 등이 굽은 그림자에는 할머니가 된 소녀의 고통이 담겨있고 그림자 속 나비는 행복한 영혼으로의 환생을 뜻한다. 해방은 감격이지만 소녀는 귀향을 못 하거나, 돌아와도 마음이 편할리 없다. 스스로 지은 죄가 아닌데 못할 짓을 한 것처럼 후회어린 자책으로 평생을 통한의 세월로 살아왔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도 유명한 하버드대 미쓰비시 일본법학 교수인 마크 램지어 교수는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의 희생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성의 인권을 유린했다. 공정성과 책임성 및 역사성을 담보해야 하는 학자로서의 자질이 심히 의심되기 짝이 없었다. 소녀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되었다는 사실을 왜곡한 채, 자신의 의지로 위안부에 합류했다는 주장을 담은 램지어 논문은 허탈한 웃음까지 나게 만들더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 민족의 한(恨)이기도 한 소녀상이 간직한 아픔을 우리 손으로 보듬고 비록 오로라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안건은 부결되었지만, 앞으로도 그 누구도 소녀상을 더 이상 눈물나게 할 수 없도록 우리 민족이 지켜나가야 할 소녀상의 역사적 상징성을 우리 모두 기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