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4월 21, 2024

[오래된 영화관2]-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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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감독상 수상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 그러나 오래된 사랑의 주제를 고전적으로 풀어낸 명작이기에 여기 소개해본다.

필자가 잘 다니던 금융회사를 때려치우고, 딱 1년간 시나리오와 영화기획관련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박 찬욱 감독을 만난적이 있다.  그때 박 감독은 “달은 해가 뜨는 꿈”으로 입봉을 한 후였지만, 농담처럼 연봉이 천 만원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젊은 박 감독은 깨끗한 얼굴에, 그때도 약간 시크한 태도는 똑같았다. 지금은 칸느 박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으니, 배고픈 시절 그와의 찰나적인 만남을 영광스러워 해야 하나? ㅎㅎ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미스터리한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리 모두 경험한 첫 사랑의 설레임처럼, 아니면 첫 눈에 빠진 사랑처럼, 상대방의 손짓 하나, 말 한마디, 입 모양, 작은 몸짓에 모든 감각과 오감이 첫 눈처럼 춤추고 반응하던 그런 순간들이 단정하고 품위 있는 형사와 이상하지만 솔직하고 꼿꼿한 서래에게 생기는 동안,  또한  둘 사이에 두 번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두 번의 헤어질 결심이 지나간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서래의 말을 믿고 무혐의로 남편 변사 사건을 종결 후, 해준은 서래가 남편을 추락사시킨 증거인 전화를 발견한다. 해준은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서래에게 전화를 바닷속 깊은 곳에 버리라 말하며, 자신은 붕괴됐다고 말한다.

이 후 해준은 아내가 원전에서 근무하는 이포 바닷가로 전근을 간다.  생기 없는 죽은 듯한 삶을 보내고 있는 중에, 1년 반 만에 이포 전래시장에서 서래와 그녀의 새로운 남편 임호준을 만난다.  서래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펀드 사기꾼과 결혼했다고 한다. 서래는 이포로 이사오는 것을 정했다. 해준이 있기에.

사기꾼 남편도 해준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을까.

두 번째 남편 임호준은 서래가 매일 듣던 해준의 목소리 녹음을 발견하고 해준을 협박하기 위해 해준 아내에게 연락을 취하려 한다. 하지만 다음날 죽임을 당한다. 남편이 죽임을 당한 현장의 피를 서래는 깨끗이 치운다. 해준이 피비린내를 싫어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해준은 서래에 대해 이번에는 집착적으로 의심을 하나, 범인 철석이 모든 걸 자백하면서 사건이 끝나는 듯하나, 마침내 해준은 서래가 철석 어머니를 죽여서, 철석이 남편에게 복수하게 유도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서래가 바다에 버린 남편 임호준 전화에서 서래가 해준을 보호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는 것 역시 알게 된다. 서래는 남편이 발견한 녹음 파일은 해준이 사랑한다고 말한 녹음 파일이라 말해준다. 해준은 사랑한다고 말 한 적이 없다한다. 그 녹음에서 해준은 말한다.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서래는 해준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사라진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산에서 첫 남편을 죽인 증거가 되는 전화를 서래는 버리지 않았다. 그 전화를 차에 놓고 내리면서 해준에게 말해준다. “이 전화를 갖고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서래는 썰물이 빠진 백사장에 모래 구덩이를 자기 키만큼 판다. 그 속에 꼿꼿이 서서 밀물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다본다. 해준은 밀물로 가득찬 해안가에서 서래를 찾아다니면서 영화는 끝난다. 바다에는 해무가 자욱하다.

이 영화에서 두가지의 간격을 본다.

사랑엔 낭만적 사랑과 합리적 사랑이 있다한다. 낭만적 사랑은 극히 개인적인 감정이고, 합리적 사랑은 사회적 가치에 맞는 사랑이다.서래는 살인자이다. 해준은 형사…합리적 사랑이 불가능한 관계이다. 그 간격 때문에 두 사람은 파멸로 간다. 사회에 맞는 합리적 사랑이 진짜 일까?

또다른 하나는 나, Ego,와 타자와의 간격이다.

사랑의 원형은 엄마와 뱃속의 아이가 공유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완벽한 나와 타자와의 일체감, 하지만 세상에 나오는 순간 파괴된다. 나와 타자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그 일체감을 다시 얻고자 하는게 사랑의 감정 아닐까? 불가능하다. 사랑을 fall in love로 쓴다. 사랑은 파괴에서 시작된다. 나, Ego를 깨고, 파괴하고, 타자와의 관계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여기가 인간의 모순이 시작된다. 나를 버릴 수 없고, 타자와의 간격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붕괴이고,외롭고 아프다.

서래는 합리적 사랑이 불가능한 관계에서, 그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 그래서 자세히 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타자인 서준의 붕괴된 자아 을 회복시키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것은 타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다. 그렇게 첫번째 간격을 극복한다. 서준에게 미제 사건으로 자신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사랑. 자신과 해준의 간격, 나와 타자와의 간격을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해준의 기억으로 자신이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의 기억으로 서래의 존재와 해준이라는 타자는 같은 선에서 공존하고 영원하다.그렇게 두 번째 간격이 극복된다.

자신이 판 모래 구덩이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 꼿꼿함..

서래의 마지막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k-kim-

kicolora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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