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민자들의 이야기“
오늘 3월 15일 93년째 오스카 노미네이션 발표가 있었고, 우리 덴버 출신 정이삭(Lee Isacc Chung)감독의 미나리 영화가 감독상, 오리지널 작품상,주연 남배우(스티브 연), 조연 여배우(윤여정), 음악상, 최고영화상등 줄줄이 6항목에 들어갔다. 기대는 했지만, 정말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내 자식이 받은 만큼이나 좋았다면 나도 내셔날리스트인가?
올해 초부터 많은 미디어에 소개되었고, 개인적으론 NPR 방송에서, 두 다른 인터뷰어가 대담했던 내용과 다른 기사들을 읽고 들으면서 몇가지 중요한 잇슈가 떠올랐다.
첫째, 정감독은 본인이 만든 이 영화가 어떻게 부모님께서 받아드리실지? 또한 그의 부모님들은 한국의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 영화가 수용될것인지? 우리들의 눈치, 체면문화의 정곡을 찌르면서, 결국, 우리 모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온전히 인정받고 싶고 또한 보편화(generalize) 평정타당화(equalize)되고 싶은 우리 모두들이 함께 느끼는 그의 보통 마음가짐이 마음에 콱 와 닿았다.
둘째, 이 영화는 정감독의 4번째 작품인 데, 그는 소설가 윌라 케써(Willa Cather)를 인용하며, 누군가의 작품을 흠모하거나 모방(emulate) 하기 보다는 “당신의 이야기를 쓰라” 가 그로 하여금 이 영화 각본을 쓰게 했고,그래서 그는 평생 영화를 접기 일보 직전에 본인의 이야길 “작은 에피소드”로 쓰기 시작하다보니 어느덧 이 영화 줄거리가 되었다는 배경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이민자들의 서사시가 된 것이다.
셋째, 정감독은 깊은 영혼을 가진 젊은 감독이다. 우리 아들과 동갑인 42살이다. 그동안 그에 관한 많은 기사들을 읽고 들으면서, 그는 어쩌면 저렇게 차분하면서, 우아한 달변으로(eloquent) ,정확하게 말하는, 너무나 빛나는(brilliant) 사람인지, 거기에다, 성실, 겸손하고 예의 바른 젊은이인지, 여기 표현으로 모자를 벗어(take my hat off & bow) 인사하고 싶어지는 참사람이었다.
네째, 그의 유머 감각은 남 달랐다. 어떻게 예일대학에 다녔는지에 대한 답으로 아마 아칸사스주를 대표해서 본인을 뽑아주지 않았을까? 하면서 다른 많은 우선권 문화층에서 온 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의 환경은 참 달랐다는 것을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나의 쓴소리도, 특권층 엘리티시즘에 대한 비평도 없이 조용한 웃음소리를 섞으며 편안하게 얘기했다.
다섯째, 그의 용기는 참 남달랐다. 처음에는 예일대학에서 생물학(biology)을 전공했는데, 의대가는 것을 접고 대신 유타대학에서 영화로 석사를 했다. 어느날 10년차의, 나름대로 안정된 이민생활의 모든 걸 접고, 온 가족을 데리고, 모든 살림을 트레일러에 싣고 아칸사스 주로 이사했던 그의 아버지의 진취성, 모험성, 호기심이 그의 내면에도 똑같이 잠재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첫번째 영화 ,역시, 남달랐다. 르완다의 제노사이드(인종멸종화)를 다룬 작품이라 한다.
한 열흘 전 인가 덴버 마얀극장에서 드디어 정이삭감독의 미나리를 관람했다. 우리 경상도 말로 억수로 흥분 되었고 또한 행복했다. 아칸사스 주가 무대지만 촬영은 툴사(Tulsa, Oklahoma)에서 했다니, 69년에서 2년간 알바(Alba, Oklahoma) 에서 마음과 정신이 다 어려웠던 초기 유학생활과 대립 대조되면서, 그 황량했던 유학/이민시작의 생활이 생생히 떠올랐다.
정이삭감독의 이야기는 우리 모든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작은 미국교회에서의 주인공 모니카의 어줍잖은 백인교인들과의 미니멈 대화, 어색한 몸짓, 어울리지 않으나 어울리려고 애쓰는 우리 모든 이민자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따라서, 그 장면, 장면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면서, 우리들 이민자들의, 특히, 초기 이민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 2세들의 대화도 또한 가슴 아프다, 적어도 내가 읽거나 이천 가까운 페북 소통자들을 통해서 본 그들의 반응은 가슴 아리다. “너무나 우리들의 이야기니까 보기가 고통스러워요. 우리 다 아는 얘기 아니예요?”가 아니면 “너무 너무 울었어요, 울 할머니 생각 나서요” 왜 정이삭감독이 마지막 화면에 이 영화를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에게 바친다고 했을까?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가족 이야기이며, 우리 이민자들의 여정이며, 가슴으로 품어내는 우리들의 감성이기 때문이리라.
이미옥(교육학박사, 보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