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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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면 워뗘어?!

작은 엄마들은 뭔 걱정이나 하소연 거리가 있으면 큰 형님이었던 엄마에게 와서 털어놓고 위로도 받고 조언도 구했다. 어느 날 셋째 작은 엄마가 엄마에게 하소연하길 작은 아버지가 학교 앞에서 엿 장사를 하겠다고 하니 형님이 좀 말려 달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노느니 무엇이건 시작하면 좋은 거 아니냐고 엄마가 그랬더니, ‘하필이면 엿 장사가 뭐예유우, 느이아부지 뭐하냐고 그러면 엿 장사 한다고 해야것시유? 넘 부끄러워 못 산대유우…’ 하면서 작은 엄마는 울상을 지으셨던 생각이 난다. 우리 남매들은 집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 차례로 입학하여 다녔다.

수업을 마칠 시간이 가까워오면 학교 정문 앞에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이것저것 팔았다. 삐약삐약 쉴 새 없이 울어대는 병아리들이 가득 든 상자 앞에 언제나 쪼그리고 앉아계신 병아리 할아버지와 모양도 크고 소리도 크게 나는 엿가위를 쉴 새 없이 떨겅대던 엿장수 아저씨, 연탄 화덕 위에 조그만 국자들을 올려놓고 설탕을 녹이다가 소다를 넣고 부풀려 철판에 납작하게 눌러 갖가지 모양으로 찍어놓고 파는 뽑기 할아버지는 기본 삼인방이었다.
익기도 전에 떨어진 푸른 개복숭아를 수레에 하나 가득 싣고 와 파는 아저씨, 흙이 마구 묻어있는 칡뿌리들이 잔뜩 올려진 수레 상판에 두꺼운 통나무를 가로로 켠 둥근 도마를 놓고 푸줏간 칼로 툭툭 내리쳐 깍두기 모양으로 잘라 파는 아저씨, 얼음덩어리를 수동 빙수기로 갈아 사카린을 섞은 빨강, 노랑물을 끼얹어 놓고 아이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던 완전 불량식품 빙수를 팔던 아저씨까지 있었다.
군것질거리가 궁했던 그 시절의 우리들에게 만만했던 군것질거리는 칡과 뽑기였다. 피로회복과 고혈압, 동맥경화와 고지혈증에 좋아 요즘은 어른들의 건강식이 된 칡을 어릴 때부터 수시로 먹었던 덕분에 아직껏 건강을 유지해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칡이 처음엔 쓴 듯해도 씹다 보면 단 맛이 느껴져 껌처럼 오래 물고 있었다. 그리고 뽑기. 언니들은 내게 몇 푼 쥐여주며 뽑기를 뽑아오라는 심부름을 종종 시켰다.
학교 뒷문 담벼락을 의지해 자리를 잡고 일 구 연탄 화로를 피워 쪼그리고 앉아서 불기를 쬐며 아이 손님이 오길 기다리던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설탕이 검게 타서 눌어붙어 까맣게 된 조그만 양은 국자에다가 설탕을 한 수저 넣어 탄불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저으면 설탕은 금방 녹아 시럽이 되었다.
거기에다가 소다를 새끼손톱만큼 넣고 휘저으면 갈색 덩어리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 마법처럼 신기하여 할아버지의 손동작과 그 모든 과정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다. 학교 뒷문 담벼락을 의지해 자리를 잡고 일 구 연탄 화로를 피워 쪼그리고 앉아서 불기를 쬐며 아이 손님이 오길 기다리던 할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설탕이 검게 타서 눌어붙어 까맣게 된 조그만 양은 국자에다가 설탕을 한 수저 넣어 탄불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저으면 설탕은 금방 녹아 시럽이 되었다.
거기에다가 소다를 새끼손톱만큼 넣고 휘저으면 갈색 덩어리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 마법처럼 신기하여 할아버지의 손동작과 그 모든 과정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다.

잔뜩 부푼 덩어리를 편편한 철판에 휘딱 엎어 떨어뜨려놓고 노름 쇠로 판판하게 누른 후 모양 쇠를 올려놓고 다시 한번 눌렀다. 이때 누르는 힘 조절이 중요했다. 너무 세게 누르면 별 이나 둥근 세모가 확연히 드러나 아이들이 쉽게 뽑을 테고 너무 약하게 누르면 뽑기 어렵다고 소문이 나 손님이 떨어질 테니까.
할아버지한테서 따뜻한 뽑기 한 판을 건네받고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툇마루를 지나 건넌방 문을 열고 들어가 아랫목에 앉아있는 언니들에게 건넸다.
상 위에 뽑기를 올려놓고 준비해둔 바늘에 침을 발라가면서 별과 둥근 세모 모양을 따라 공들여 뽑아낸 뽑기를 건네받으면 조심조심 손에 올려놓고 할아버지에게 뛰어갔다. 할아버지는 설탕으로 새로 한 판의 뽑기 판을 만들어 주셨고 언니들은 다시 성공작을 뽑아냈다. 반갑지 않았겠지만 할아버지는 새 뽑기 판을 만들어 주셨다.
학교 정문 앞으로 난 길 양쪽으로 줄줄이 늘어서 수레들 맨 끝자리엔 멍게와 해삼을 파는 아저씨의 수레가 있었는데 이건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아이들이 서는 쪽 수레 상판에는 쭉 펴진 옷핀이 여러 개 꽂혀있는 사과 반쪽이 엎어져 있었으며 그 옆에 놓여있는 스탠 대접에는 초고추장이 가득 담겨있었다.
수레의 상판 한가운데에는 물을 쏘아대는 멍게가 가득 쌓여있는 커다란 자박지와 해삼을 빠뜨려놓은 다라이가 있었다. 수레의 반대편에 서있던 아저씨는 아이들이 주문하는 멍게와 해삼을 대충 손질하여 양동이에 담긴 물에 대충 씻어서 칼도마 위에서 역시 대충 토막 내어 아이들 앞에 내놓았다.
양동이 물은 얼마나 자주 갈았을지, 원. 비위생적으로 손질되었어도 싱싱한 자연산 멍게나 해삼 조각은 탱글탱글했다.

해삼이나 멍게 살점을 옷핀으로 어설프게 찍었다가 초장 대접에 퐁당 빠뜨렸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조심스럽게 초장에 살짝 찍어 아슬아슬 들어 올려 입으로 집어넣으면 맵고 달달한 바다가 입안으로 가득 찼다. 아쉬운 건 소주 한 잔이었다고 나 할까.
사용한 옷핀은 알아서 다시 사과에 꽂아놓았다. 살점을 다 먹고 난 후 마지막에 먹는 것이 멍게 꽁다리.
거기로 물이 들어오고 나가니 입이자 항문이었다. 처음엔 거칠고 부담스럽지만 일단 씹기 시작하면 짭짤한 바닷물이 이빨 사이로 짓눌려 나오면서 껍질 속 꼬들꼬들한 살이 씹혀지며 단맛이 나와 씹을수록 특유의 맛과 향이 느껴져 오래 씹었다.
어릴 때부터 방과 후에 비위생적인 건강식품을 사 먹은 덕분에 일찌감치 면역력이 튼튼해진 게 분명하다.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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