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3월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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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갈수록 밀착하는 중러…우크라이나 평화는 더 멀어졌다

21일 열린 중러 정상회담은 블록화하는 국제 질서와 신냉전 체제의 가속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각국의 영토보전을 지지한다면서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공조를 약속했다. 대만이 중국의 영토인 것처럼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역시 러시아 영토라는 전제가 깔린 언급이다. 양국 정상은 또 특정 국가나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기타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인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만이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국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는 ‘무제한 협력관계’를 천명한 바 있다. 권위주의 체제의 두 강대국이 반미의 기치 아래 급속히 밀착하면서 1990년대 초 소련 해체로 종식된 냉전 체제가 30여년 만에 새로운 형태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찾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이번 방문을 “평화의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중재안을 발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과 역사적 배경·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하며 위기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양국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문제의 해결보다는 반미 연대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현상 고착을 기반으로 한 종전안을 제시했다. 영토 회복 없는 종전은 불가하다는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무시됐다. 시 주석은 또 미국과 서방의 무기 지원에 대해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일각의 우려처럼 중국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가 중국에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이번에 합동 군사 훈련 정례화에 합의한 것처럼 향후 양국 간 군사·안보 분야 협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영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이유 있는 행동으로 옹호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하며 제재와 압력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대화 요구를 모두 거부한 채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무력시위에 집착하는데도 자제를 설득하기는커녕 이를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은 한반도 주변에서 한미일-북중러 대결 구도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는 두 나라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옛일이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양국의 거부권 행사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확고한 지지를 등에 업은 북한이 도발에 더욱 열을 올리지 않을지 걱정이다. 남북한이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그대로 노출된 채 최전선에서 대치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우리 민족의 의지가 아닌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뒤바뀔지도 모른다.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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