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계기로 경찰의 만행에 대한 분노가 전국적으로 터져나오면서 경찰과 마주친 뒤 사망하게 된 오래 전 사건들에도 콜로라도인들의 새로운 관심의 물결이 일고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서 경찰의 초크홀드 제지를 받고 숨진 흑인 엘리야 맥클레인(23세) 사망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작년 8월 24일 맥클레인은 편의점에서 집으로 걸어가던 중 누군가 그가 ‘마스크를 쓰고 팔을 흔들어 댄다’고 수상하다는 제보를 하여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도착했고, 그들은 맥클레인에게 수갑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후 땅으로 눞혀 상대방을 무의식중으로 만드는 초크홀드(chokehold)를 사용했다. 초크홀드는 이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많은 주들에서 금지되었으며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서 질식사하는 방식의 경찰 제어방법이다. 약 15분 후 의료진들이 도착했을때, 구급대원들은 그에게 강력한 진정제인 케타민을 주사했다.
맥클레인은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몇일 후, 그는 뇌사 판정을 받았고 생명 유지 장치도 해제되었다. 그날 늦은 오후 그는 바로 숨졌다. 부검 보고서가 발표된 며칠 후, 아담스 카운티 지방 검사인 데이브 영(Dave Young)은 경찰관들인 네이든 우드야드(Nathan Woodyard), 제이슨 로즌블랫(Jason Rosenblatt), 그리고 랜디 로데마(Fandy Roedema)가 맥클레인에게 지나친 수위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충분치않다며 형사 고발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맥클레인 가족의 분노를 샀고, 올 봄, 그의 어머니는 시의원들에게 경찰 개혁을 강력하게 촉구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주동안 이 사건이 콜로라도 시민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자, 지난 목요일 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주 법무장관인 필 위저(Phil Weiser)를 임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사실이 기소를 뒷받침하는 경우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고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맥클레인은 오늘날 살아있어야 마땅하다”며 “우리는 그의 가족이 이렇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그의 이름으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주 전체의 관심사로 격상시킨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맥클레인은 마사지 테라피스트로 일하며 동물을 사랑하고 길거리의 집없는 고양이들에게 바이올린을 연주해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맥클레인의 어머니가 만든 후원페이지에는 현재까지 벌써 약 150만 달러 가량의 모금액이 모였고,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맥클레인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경찰관들을 직무에서 해임하고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했다. 지난 토요일(27일)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덴버 경찰청 주변과 오로라 시청앞에 모여 엘리야 멕클레인 사건에 대한 진실을 촉구하는 평화시위를 진행했다.



다행히 무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장경찰이 투입되어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 보였고, 해산 명령이 떨어지자 일부 시위대는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맥클레인이 생전 즐겨 연주하던 바이올린을 들고나와 거리에서 평화시위 연주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남녀노소,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았으며,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많아 이 사태에 대해 젊은층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한편 당일 평화시위에 참여한 시위대 중 동양인의 참여율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현저히 낮았다.
시위대가 희망하는 ‘경찰의 무차별 무력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커뮤니티’에 대한 어젠다가 콜로라도인 대다수가 함께 지지하고 응원하는 슬로건인만큼, 향후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사회이슈에 더 높은 관심과 참여율을 보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