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6월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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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차창가로 보는 조그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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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가로 보는 조그만 세상

던 일을 대충 내일로 미루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육중한 현관문을 나서니 

1월의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절로 어깨가 움츠리며 자라목이 된다.

늦은 퇴근길의 캄캄하고 큰 주차장에는  저만치 덩그러니 홀로 남아있는  

나의 차는 주인이 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차의 시동을 걸고  차가워진 손을 입김에 갖다 대며 잠시 엔진의 워밍업을 기다린다.

평소에는 눈 여겨 보지 않았던 마일 게이지판의 숫자에 눈이 멈춘다. 

어느새 25만마일을 훌쩍 넘어 서있다. 

19년간 크고 작은 고장없이 나의 발이 되어서 묵묵히 실어다 준

이 토요타(Toyota)트럭이 새삼 고맙기만 하다.

과거 몇차례  서부의길과 동부의 긴 여행길에서도 몇일을 쉬지 않고 달릴 때도 무리한 장시간 운행에 

행여 엔진은 과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본네트의 뚜껑을 열어봐도 전혀 헐떡임은 없고 그다지 뜨겁지도 않았었다.

규칙적인 실린더 행정기관과 점잖게 돌아가는 엔진소리 그리고  힘차게 돌아가는 타이밍벨트가 

한 목소리로 “이 지구를 몇 바퀴를 돌수있다 “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것만 같았다.

한번은 어느 겨울날 폭설로 도로가 마비되었을 때 

나의 트럭은 거의 허리춤까지 쌓인 눈도 헤치고 나갔지만 

다른 차량들이 눈에 빠져서 헛바퀴가 돌아서 곤경에 처했을 때에도 

혜성같이 그들의 차량으로 가서  그들의 차량을 밀어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선행을 베풀고 슈퍼맨처럼 사라졌었다.

내가 아끼는 이 트럭이

앞으로도 삼십만 마일까지도 넉넉히 운행해줄 것 같은 듬직한 마음과 함께 

문득, 300,000만마일의 이 숫자가 게이지를 가르킬때 즈음에는  나는 어느 길을 달리고 있을까? 

그때의 나는 모습으로 어떠할까? 하는 가벼운 궁금증이 들어온다.

나지막이 들려주는 존 윌리엄스의 카바티나 ( Cavatina by John Williams) 기타 연주 곡을 중간쯤 들을 즈음에 

나의 차량은 서서히 큰 주차장의 커브길을 돌아 나가며  큰 대로로 진입한다.

일천 번 아니, 이천번은 더 들었을 것 같은 이 기타 연주 곡은 한번도 나의 귀를 싫증나게 한적이 없다.

오히려 나의 피곤과 지친 마음을 녹여주는 나의 벗이 되어 있었다.

눈,비 내리는 밤,

사계절의 변화속에서,

아침 안개속의 호숫가에서도, 

산 정상에서도,

끝이 안보이는 장거리여행에서도,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통에서도,

결혼식의 행복한축제의 시간에서도

그러나 반대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 아무도 없는 텅 빈방에  들어갈 때의 허전함 속에서도

그리고 기도하는 시간에도 

이 맞춤의 연주 곡은 슬픔과 기쁨을 그리고 그리움을 아울러주는 위로.안식과 평안을 나에게 주었다.

훗날 나의 천국 환송에도 이 연주 곡이 들려 지기 원하는 천상의 곡이라 생각하지만 

그러나 어둡고 암울한 월남전쟁 이후의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을 다룬 

(The Deer Hunter)영화의 이 연주 곡은  찬송가에 들어 갈수가 없음이 유감이다.

서너 개의 작은 스트릿(streets)들을 지나 큰 대로(Blvd)로 들어서니 시계는 저녁 8시20분을 가리키고있다.

오늘 같은 1월의 이 저녁시간은 한여름의 저녁 11시와 맞 바꿀 만도 하다. 

적어도 3~4 시간 이상은  주어진 시간을 빼앗기는 느낌이다.

제법 속도를 낼수있는 이  큰길도 지금은 한산하지만  불과 3시간전에는 무척이나 북적이며 바빳을것이다.

이 한산한 시간의 늦은 퇴근길에는 나름의 하루를 끝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적막함이 있다. 

이 시간에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집까지 실려가면서(실려간다고 표현 하고싶다)

쌓인 피로를 얼마간 내려놓는다.

그러한 적막함을 통해서 나는 짧은 쉼을 받기를 원한다.

잠시 무리에서의 이탈 또는 격리

시간과 공간에서의 잠시 헤어짐을 나는 즐긴다. 

예컨대: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

또는  (Car wash 세차장)에 

어두운 세차장에서 세차하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와 차를 맡기고

짧은 터널을 지나며 잠시 눈을 감을 때에

교회에서 예배이후에 잊고 두고 온 소지품을 찾으러 늦은 밤

의도치 않게 들어간 예배당 

그 안의 고요한공기에 눌려 가만히 앉아 기도할 때에

또는 먼 옛날, 내가 중학교때 체육시간에 운동장  땡볕에서 뛰는게 싫어서 

아프다고 억지 꾀병을 부리고 

선생님으로부터 겨우 승낙을 받아 교실로 돌아왔을 때

조금전까지는 아우성으로 시끄러웠지만 

홀로 남아있는 낡은 책상들과 지우 다만 칠판의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급우들의 옷가지들의 텅 빈 교실안.. 

따가운 햇살이 비춰지는 햇살속에  가라앉지 못하고

반짝이며 날리는 무수한 먼지들..

저 멀리 흙 날리는 운동장 밖에서 뛰어노는 미세하게 들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병아리같이 재잘대는 급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 ! 그 고요.. 정적..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멈춤의 색 바랜 기억을 불러낸다.

빨간 정지신호를 받고 길 건너 저편에 있는 맥도날드 드라이브 트루(drive true) 에 

늦은 저녁을 먹기위해 줄 서있는 차량 행렬이 제법 길게 줄 서있다.

갖가지 모양, 색깔의 승용차들 사이로 긴 사다리를 천장에 실은 트럭도 보인다.

이 시간까지 저녁식사를 하지 못한 저들은 얼마나 시장할까? 

어느 이는 땀을 많이 흘렸을 터이고

어느 이는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으리라.

열심히 수고하고 차안에서 콜라와 더블치즈 햄버거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드를 먹으면서 

귀가하는 저들의 저 모습들이 아름답다.

알수는 없지만 오늘 그들이 행했던 수고와 땀을 일부의 보상을 받고 있는

저 이들은 분명코 선량한 이 시대의 시민이며 나의 이웃이리라,

저 이들은 분명코  술과 마약 같은 것으로  젊음을 낭비하지는 않으리라. 

게다가 동성애는 죄이고 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해야 하는 이 시대에 

저 이들은 단언 코  그러한 동성애와 상관없는 착하고 성실한 나의 이웃이 것이리라.

크고 작은 쇼핑몰 들을 뒤로하니 거대한 St, Francis Hospital 병원건물이 나타난다.

철 지난  형광 빛 크리스마스장식들이 빨리 내려 달라는듯 쑥스럽게

건물외벽에 걸쳐져 있다.

가까워오는 나의 동네 이웃들의 집집마다 사용했던 각가지의 크리스마스용 장식들

그리고 그 나무들에 억지로 옷 입히고

즐거움을  강요하다가 일부는 해제되어서 벗겨져 있다.

집집마다 쓰레기통에는 선물포장 쓰레기들이 넘쳐나고있다.

건너편에는 닫혀지지 않는 쓰레기통 덮개사이로  베어진 크리스마스 추리용 소나무가

용도폐기로 거꾸로 처박혀 있다.

한때는 추리에 매달려 뽐내던 빤짝이는 장식용 방울들도 

부주의한 집주인으로 인해 

길바닥에 떨어져 애처로이 뒹군다.

코너를 좌측으로 돌아가니 나의 집이 저만치 보인다. 

약 20년전 볼티모어에서 살 때에 경험이 생각난다.

내가 일하던 건물위로 이름을 알수없는 새들이 군무를 이루며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같은 하늘길을 석양을 뒤로하고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장관을 자주 보았었다.

갔던 길을 돌아오는 것,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

즉, 다시 돌아가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며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이리라.

오늘도 수고한 나의 육신이 먹고 마시고 누울수 있는 둥지에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가족에게  돌아 갈수 있음이 새삼 눈물겹게 고맙다.

이제 나도 아침에 갔던 길을 무사히 마치고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오늘도 빛으로 시작하였지만 어둠으로 마감한다.

빛은 아침을 연상하지만 어두움은 저녁을 대변한다.

세상의 아침의 빛은 수고와 노동을 요구하지만 어둠은 쉼을 허락한다.

이것을 거스르면  고장이 나고 어려움이 생긴다.

성경에서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믿으면 무릇 믿는 자로 어둠에 거하지 않게 함이 로라”( 요한복음12장 46절)

라는 성경구절을 되새기며  

늦은 귀갓길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안전과

그리고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과 평안한 밤을 갖기를 소망하며.. 

-콜로라도 스프링스 정 연욱 0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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