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남편이 집에 오는 길에 garage sale 에서 1불씩 주고 샀다며 unused 캔버스 2개를 어색한 표정으로 나에게 건네 준 적이 있었다. 뚝뚝한 남편이 캔버스 사 온게 엉뚱해서 우습기도 했지만 나름 나를 위해 사 온 것에 조금은 감동 이였다. 그해 팽기쳐 두었던 틀어진 두 캔버스를 연결해 그린 그림이 첫번째 해바라기 이다.



올 봄, 우리집 옆 자갈 밭에서 저절로 자란 야생 해바라기를 제거 하라고HOA에서 노티스를 받았다. 제거 하려다가 “도대체 잡초와 화초의 차이가 무언가? 내눈엔 다 이 쁜데….. 벌금 내라면 내지” 오기가 발동하여 약간의 정리만 하고 내버려 뒀더니 지금은 보기는 좋으데 완전 벌떼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옆집 아이들이 벌에게 쏘일까봐 슬쩍 걱정 되기는 한다.
이 야생 해바라기를 보니 미국으로 이민왔던 1세대 어머니들이 떠 올랐다. 자갈 밭에서도 햇님만 있으면 자라나는 강인함과 생명력이 흡사 자식을 위해 온 생을 바치는 어머니들의 모습 같았다. 한국 전쟁을 겪어 냈던 우리들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의 엄마들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생각하며, 15년 전 그렸던 해바라기 그림을 꺼내 틀어진 캔버스를 다시 교정하고 그 위에 2번째 야생 해바라기를 다시 그렸다. 이 그림을 한국에 계신 나의 자랑스런 엄마에게 바친다.



3번째 해바라기는 내 마당의 모든 꽃들이 사라지고 바람 불고 눈 내린 초겨울 아침, 내 눈에 들어 온 계절 모르고 혼자 피어난 해바라기의 뒷모습. 비록 꽃대는 말라 비틀어 졌어도 끝내 피워내고 마는 그 생명력이 참 장했다.
작년 Boulder Art Festival 에서 관심 가졌던 한 멋진 젊은이가 구매해 갔는데 불현듯 그 그림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