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딸 아이가 만 3세였을 때 한국을 떠나 시댁이 있는 콜로라도로 이주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이의 교육환경 때문이었다.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공부 경쟁이 치열한 한국보다는 미국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동안 이 곳 컬리지에서 유아 교육을 공부하고, 미국 프리스쿨에서 정규 교사로 근무하며 현장에서 느낀 점이 많다. 첫 째로 미국 학교라고 다 좋은 학교는 아니고, 그 편차가 한국보다 크다는 점. 둘 째, 이 곳 미국 부모들도 한국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놀기만 하면 나중에 정규 학교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 곳 부모들도 아이 양육을 힘들어 하고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이 곳 교육 현장에 몸 담아온 나는 놀이의 중요성을 새삼 더 깨달았고, 놀이 전도사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교육 트레이닝을 받았고, 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이 놀이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 개별 면담, 뉴스레터, 부모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덴버 한국어 놀이학교>를 개설해 만 3~5세의 아이들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스스로 잘 노는 아이가 나중에 학업 성적도 높고 친구관계도 원만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가운 소식은 이제는 한국의 누리과정에서도 놀이를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과 후 학원 스케쥴 때문에 놀이터에 아이들이 사라진 한국에서는 요새 도리어 노는 방법을 가르치는 <놀이 학교>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 방영한 EBS특집 다큐 <놀이의 기쁨>에 따르면, 놀이는 아이의 본능이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성장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스스로 잘 놀고 잘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뒷받침 해야할까?
놀이의 주인은 아이 – 놀이는 아이가 선택해야 한다.
놀이의 첫번 째 중요한 시작점은 아이가 선택을 자유롭게 했느냐는 점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선택하고 주도하는 놀이를 했을 때 놀이에 집중하고 재미를 느낀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놀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를 관찰하며, 놀이가 아이의 의도대로 확장될 수 있수록 충분한 공간, 재료,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놀이의 중심이 되어 주도하려기 보다는 한발 짝 물러서서 아이를 잘 관찰해보자. 우리 아이는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가? 무엇에 호기심이 있는가?, 놀이를 하면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놀이 확장을 위해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값 비싼 장난감 대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개방형 놀잇감을 제공하라.
아이들은 교육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장난감들엔 흥미를 덜 보이고, 값 비싸고 유행하는 장난감엔 금방 싫증을 느낀다. 특히 집에서 이런 기능형 장난감만 가지고 놀 던 아이들은 막상 자유 놀이의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놀이를 스스로 시작하기를 망설이거나, 한 가지 놀이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고 배회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놀잇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개방형 놀잇감은 주변을 찾아보면 얼마든 지 있다. 재활용품으로 분리해 둔 상자, 티슈 박스, 신문지 등을 놀잇감으로 제공해보라. 가위, 테이프, 종이, 마커만 있으면 상자들은 어느 새 집, 비행기, 로봇으로 변신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이불, 베개, 매트를 가지고 집을 만들어 놀거나, 이불을 뒤집어 쓰고 중국 식당에서 본 드레곤 춤을 흉내내는 것이다. 산책 길에 주어온 돌멩이, 나뭇잎, 나뭇가지, 솔방울 등은 미술 놀이의 중요한 재료가 될 것 이다.
놀이를 통해 일상의 기술을 배우는 아이들
아이가 놀 때, 아이의 입장의 되어 아이의 놀이를 주의깊게 관찰하다보면 아이가 하는 행동과 말에는 다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때로는 놀이를 통해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때로는 놀이를 통해 발달하고 성장한다.
예를 들면, 집에서 타임 아웃을 자주 받아 스트레스 받아온 아이는 자유 놀이 시간에 엄마나 아빠 흉내를 내며, 아이 역할을 맞은 친구를 혼내며 타임아웃을 준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재활용 컵들을 발견한 아이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친구들과 이렇게도 쌓아보고 저렇게도 쌓아보고 며칠동안 컵과 씨름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주도성과 창의력을 향상 시키는 것은 물론 공간 개념과 수 개념을 익히고, 문제 해결 능력, 언어/인지 능력, 사회성을 키운다.



김은주
- 유아 놀이교육 전문가
- 덴버 한국어 놀이학교 교사
- 콜로라도 통합 한국학교 교사
- eunjukim0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