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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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 디지털 범죄, 전례 없는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절실하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범행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을 성적 대상물이나 유흥거리로만 취급한 반사회적, 반인간적 범죄에 누구라도 치가 떨릴 것이다. 주범뿐 아니라 이들이 유포한 성 착취 불법촬영물을 시청·소지·유포하며 소비한 가담자들도 똑같이 엄벌해야 마땅하다는 분노도 들끓고 있다. 이런 악질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자·관리자 등 범죄집단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신상 공개 등을 포함해 최고 수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의 해당 대화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청원에 200만명 가까운 동참이 있었다. 당연한 요구라고 본다.

 ‘박사방’ 또는 ‘N번방’ 운영자이며 소위 ‘박사’로 불린 주범 25세 남성 조주빈은 아동음란물 제작, 협박 등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경찰은 확인된 피해자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조씨는 트위터상에서 일탈계로 불리는 비행 청소년들 계정들을 해킹한 다음에 경찰인 척 접근한 후 노출 사진과 성적인 글들을 꼬투리 잡아서 협박해 불법촬영물을 찍게 하고 이를 3단계로 나눈 유료 대화방에 유포했다. 단계가 높을수록 입장료를 올리면서 공개 범위를 넓히는 수법이었다.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인 ‘박사방’의 동시 참여 인원은 최대 1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단순한 구경꾼이거나 호기심에 이끌린 가입자로 볼 수 없다. 성 착취 불법촬영물이 유포되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기꺼이 입장료까지 지불한 적극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가입하거나 구경만 했다고 해서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될 일이다.

 경찰은 ‘박사방’에 올라온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도 검거해 엄벌할 계획이며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과 성 착취물 영상 삭제 조치를 진행하기로 하고 텔레그램 본사를 찾아 원본 삭제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이 솜방망이 처벌만 받거나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현행법상 성인 성착취물을 촬영·배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는 처벌 조항이 없다.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소지했을 때만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선진국의 징역 5~20년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게다가 명백한 반 인륜범죄인 경우임에도 ‘동종전과가 없고, 피의자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등등 단골처럼 적용되는 감형사유들은 그들에게 방탄복이 되어줄게 불 보듯 뻔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하게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 발견된 성착취물 공유방 60여곳의 참여자를 단순 합산하면 26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보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데 이런 범죄가 사라지겠는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주목을 받게 될 때마다 마치 미리 복사 해놓은 글을 꺼내어 읽는 것 마냥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와 근본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하고, 각 당은 ‘XXX법’ 같은 그럴싸한 타이틀을 붙여 앞 다투어 상정하겠다 하고, 행정당국은 전담기구를 만들겠다고 호들갑을 부린다.

  하지만 정치권의 의식 수준은 기준미달이다. 시민들이 국회 국민동의청원 1호 법안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제출했지만 의원들은 이 법안을 무시했다. 당시 청원인들은 해외 서버에 대한 경찰의 국제 공조 수사와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강화를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등을 요구했지만 의원들은 외면했다. 지난 3일 이 국회 청원을 논의한 국회 법사위 제1 소위원회 회의록 내용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n번방 사건을 잘 모르겠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갈 거냐”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 처벌할 수 없지 않나”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젠더와 인권에 무지·무감각한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들의 민낯에 기가 막힌다.

 국민청원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떠들썩 해지고 나니 이제 와서 갑자기 국민의 대변인 코스프레를 하느라 바쁜 모습은 그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피로도가 극도에 달해 있는 시국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정치권이 하루하루 몸조심, 입 조심하는 동시에 공천 받으랴, 비례정당 판 짜랴, 국민정서 눈치 보랴 정신 없는 줄은 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불관용원칙과 근절방안을 마련하지 못 한다면 제2, 제3의 ‘N번방 사태’는 언제고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인격살인이라는 중대범죄이다. 칼에 찔린 상처는 아물지만 온라인 상에서 살해당한 인격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반복해서 날아오는 평생의 비수에 노출 되는 것과 같다.

 여론이 무서워 부랴부랴 휘두르는 1회성 처벌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n번방이 단속을 받자 피의자들은 다른 온라인 메신저 등으로 이동해 방을 만들었다. 플랫폼만 바꿔가며 더욱 교묘하게 범죄를 이어가는 것이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다. 

 총선 직전에 20만명의 전과자를 만드는걸 부담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단호하게 걸러내야 할 것이다. 

 이미 기록적인 청원 동참이 있었지만 조금 더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정부는 일벌백계의 자세로 성 착취 동영상 운영자는 물론 소비자(공범) 전원의 신상을 낫낫이 공개 하여, 부끄러워야 할 자들이 부끄러워지는 순리를 따르기 바란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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