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9월 26, 2023
Home 오피니언 김상훈 칼럼 ‘사재기’ 그 부끄러운 자화상

‘사재기’ 그 부끄러운 자화상

지난 한 달여 동안 코로나19(Covid19)관련 뉴스가 온 세간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전례 없이 강한 전염력으로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어버렸고 모든 언론은 코로나19
보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2020년 현재의 막강한 정보교환 능력이 바이러스의 존재와 그 확산세에대한 경각심을 고조함으로써 집단발병 방지를 포함하여 개인차원의 방역력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수개월에 걸쳐 끝없는 장맛비처럼 쏟아 붓는 무시무시한 뉴스에 거의 파묻히다시피 되다 보니 질병자체를 뛰어넘는 공포와 불안을 오히려 더 걱정해야할 지경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에 경제나 안보가 기준치 이상으로 흔들릴 때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애를 써서 사들여봐야 불안함이 가실 리가 없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무언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자구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유통이 지금 같지 않던 옛날에는 집집마다 곳간이 있었다. 그 시절 쌀이라는재화는 현찰에 준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시 곳간에 쌓여있는 그득한 쌀가마들은 지금의 통장 잔고 같은 의미이기도 했다.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동전, 지폐보다 플라스틱 카드 한 장, 더 나아가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있는 결재 수단으로도 몇 날 며칠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실물소유의 압박에서 해방 될 수 있었다.


한국에 비해 아직 미국에선 활성화가 덜 되었지만, 자기 전에 핸드폰 몇 번 누르고 자면 새벽에 신선한 식재료가 문앞에 배달 와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사재기’는 어느새 참 낯선 단어가 되어 버렸었다.


종일 코로나19를 말하는 한국뉴스를 거의 매일 보면서도 마스크나 손 세정제 처럼 당장 방역과 관련된 물품을 제외하고는 사재기 현상에 대한 얘기는 듣기 힘들었는데 요즘 미국에서 도가넘는 생필품 사재기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주, 마침 집에 쌀이 떨어져간다 하기에 퇴근길에 한 포대 사야겠다 하고 여느 때처럼 대형 창고형 매장을 찾았었다. 잘 못 찾는 건가, 어디 다른 코너에 쌓아 두었나 하며 도통 찾지를 못하고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직원으로부터 쌀 떨어진 지 오래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여기만 그런가 하고 한국 마켓을 비롯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충격을 받았다. 어느새 쌀은 귀한 물건
이 되어 있었고 쌀 뿐이 아니라 수 많은사람들이 물이며 화장지들을 말 그대로산더미처럼 카트에 싣고 계산을 기다리는 장면을 너무 쉽게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주요언론들도 생필품 사재기 우려를 다투어 조명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주 ‘코로나 확산으로 촉발된 패닉 구매’ 라는 내용의 기사에서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심각한 생필 품 과잉 구매현상이 일어나 여러 물품들의 수급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쌀이나 통조림 음식은 그렇다 치자.
화장지 사재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주 일본에서 한 트위터에 ‘마스크 대량 생산의 압박으로 인해 종이 만들 재료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었고 수 많은 도시에서 화장지 품귀 현상이 일었다.

일본 당국까지 나서 해명하고 확실한 근거가 없는 트윗이었다는 게 밝여져 현재 해당 트위터는 삭제
됐지만 해당 글을 작성한 인물의 이름,직업, SNS 계정까지 일본 위키피디아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정보가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발 없는 말이 몇 초안에 지구를 몇 바퀴 돈다.

아무리 강한 자극이라고 해도 그 빈도가 높아지면서 쉬 무뎌지는 것이 사람이다. 전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는 이 상황을 단순히 도표 속 숫자로 대하는 무감각은 절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 카운트 하나, 하나가 사람의 목숨이다. 새로운 확진자의 숫자가 줄었다는 건 확산세가 수그러든다는
말이지 발병자가 줄었다는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섣부른 낙관론으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하여 잔불을 초기에 잡지 못 해 온 산을 태우게 하는 일 또한 결코 없어야 하겠다.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고, 마음을 놓을 상황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 달동안 문 걸어 잠그고 은둔할게 아니라면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집에 쌓아둔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흩트려 없는 문제를 더 만드는 일일 뿐이다. 불안한 마음에 과잉구매를 하게 되면 실수요자들의 최소 필요량이 타격을 받는다.

시장은 정책을 뛰어넘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 교란된 시장이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피해는 오롯이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직업상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지난 며칠 동안에도 집에 쌀 몇포대 쌓아 놓았는지 자랑하는 사람을 여럿 만났다.

사재기는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저 부끄럽고 나약한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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