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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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방법

여기 사람들의 다리들이 워낙에 길어서 그런지 침대 높이가 높다. 어떤 침대는 높아도 너무 높아서 암벽타기 하듯이 기어 올라가야 한다.
우리 침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높다. 자려고 올라가 누우면 삼년을 넘게 나와 같이 잠자리에 들어 온 강아지 초코도 따라 올라온다. 처음에는 여러 번 실패를 했다. 이건 뭐가 이리 높냐고 불평도 했을 것 같다. 개가 주인침상으로 못 올라오게 하려고 높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이 먹는 건 뭐든지 먹고 싶어서 턱 받치고 애절한 눈빛으로 기다리니 완전히 무시해버릴수가 없어서 맛이라도 보라고 조금씩 떼어주었더니 강아지 몸뚱이가 통통 해졌다. 덕분에 강아지를 끌어안는 느낌이 더욱 좋다.
강아지는 사골을 끓이고 건져낸 뼈를 주면 엄청 좋아한다. 크고 오래가는 개 껌은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큰맘 먹고 사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버린 적도 여러 번 있었어 사골 뼈가 역시 최고다. 사골 뼈를 던져준 어느 날 밤에 침대에 들어가 누웠는데 뭔가 자꾸 쿵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어둠속에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뼈다귀가 침대 곁의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강아지는 그 뼈를 지켜보고 있었다. 뼈를 입에 물고 침대로 올라오기 위해 점프를 하다가 놓쳐서 바닥에 떨어뜨릴 때마다 나는 소리였다.

어둠속에서 계속 지켜보았다. 강아지는 가만히 뼈를 지켜보다가는 안되겠는지 냅두고 침대위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십초 만에 다시 내려가 뼈를 갉아본다. 다시 물고 점프를 해보나 또 실패. 다시 물고 도전하더니 성공했다. 한데 침대가상자리에 뼈를 내려놓고 갉는 바람에 바닥으로 도로 떨어뜨렸다. 이런 젠장. 내려가 다시 갉아보더니 역시나 입에 물고 다시 점프, 또 다시 점프, 점프하더니 기어이 올라왔다. 이번엔 나를 타고 넘어 침대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안전한 곳에 자리 잡고 갉는다. 자꾸 약아진다.

개털 깎는 도구를 사서 철마다 내가 직접 깎아준다. 매일 빗겨주면 털이 엉키지 않는다지만 매일 빗겨줄 수가 없다. 귀밑과 겨드랑이, 목덜미와 엉덩이의 자주 접혀지는 부분은 털이 쉽게 엉켜 헤어 볼이 빨리 생겨 가위로 잘라주고 빗질해주다가 지쳐 이제는 털을 짧게 밀어버린다. 머리만 길게 남겨두고 목의 아래 부분부터 꼬리까지 모두 짧게 깎아내니 모양도 나고 예쁘다.

밖을 구경하려고 창턱에 턱을 받히고 서서 털이 길게 자란 머리통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창밖을 구경하는 뒷모습이 사람 같아 웃기면서 너무 귀엽다.

한손님이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준다고 해서 강아지와 유정 란을 삶아서 먹어보려고 기대를 품었었는데 그 손님이 뻥 친 것이었나 보다. 자기네 집에서 닭을 키운다고 했다. 그리고 뒤뜰에는 크게 연못을 만들어 오리도 키우고 있다며 사진도 보여줬는데 직접 지었다는 그의 집은 그야 말로 성이었다. 드넓은 뜰에서 온갖 약초를 다 직접 재배하며 양봉도 한다고 했다. 그는 웬만한 미국인들은 모르는 쑥까지 알고 있었다. 자기네 닭들과 오리들이 알을 계속 낳아 식구들이 다 먹지 못하니 당신이 원하면 갖다 주겠다기에 고맙다고 미리 인사까지 했다. 아내와 함께 건축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주택과 아파트를 지어 팔고 온라인으로 약초사업도 하는 그는 그 도시의 시장이다.

그가 이발을 마치고 떠나자마자 동료 리치가 내게 말했다. ‘저 사람은 말로만 저런다. 자기한테도 꿀을 가져다주겠다고 해놓고는 갖다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자랑질만 늘어지게 하지. 누가 달라고 그랬냐구우?!’ 정말 그랬다. 그 후로 계속 이발하러 오긴 와도 닭 알도 오리 알도 꿀도 들고 오지 않는다. 사업 하랴 시장일 하랴 너무 너무 바쁘단다. 그의 한쪽 다리는 머쉰 렉이다. 기계다리. 여기 사람들은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다녀서 처음엔 보기가 민망했다. 바지를 그냥 입으면 사람들의 주의도 안 끌고 더 편할 텐데 한쪽 바지 길이를 짧게 해 가면서까지 일부러 드러내는 건 뭐람 싶었다. 한데 자꾸 보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정신건강에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약점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숨기려고 하면 콤플렉스가 되지만 남들에게 드러내 보이면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게 된다. 나와 남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적 약점이나 병을 감추면 자신의 내면에서 그것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커지나 남들에게 털어놓고 공유하면 별 것도 아닌 것이 된다.
햇볕을 쪼여 주면 곰팡이가 사라지듯이. 그는 멋진 할리 데이빗슨을 타고 나타난다. 밤색의 가죽바지에 가죽조끼까지 갖춰 입어 멋지다. 가끔씩 조수석까지 옆에 달고 다니는 국방색의 앤틱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기도 한다. 제 이차 세계대전시절의 오토바이를 비싼 가격에 사서 리모델링을 했다며 또 자랑했는데 팁은 언제나처럼 짰다.

그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리치에게 말했다. ‘봤지? 그는 그래서 부자가 된 것이고 우리는 이래서 부자가 아닌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겠지?!’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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