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가 매년 소비하는 비닐봉투는 약 1조장.
지구촌 사람들이 비닐봉투 한 장을 사용하는 시간은 평균 12분. 버려진 비닐봉투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닐봉투는 미국의 경우 10 퍼센트 미만. 해변 등 휴양지에서 수거되는 10대 쓰레기 중 하나가 바로 일회용 비닐봉투.
모두 비닐봉투의 폐해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환경 운동단체에서 발표한 내용이 아니다. 세계 최고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의 임원인 제인 유잉(Jane Ewing) 지속성장 담당 수석 부사장이 언급한 내용이다.
“참, 이 달 초부터 비닐봉투 한 장당 10센트 입니다.”
몇 주 전 월마트에서 장을 보던 도중, 자주 마주치던 직원 메리(Mary)가 다소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이제부터 비닐봉투가 한 장당 10센트임을 내게 설명했다. 비록 필자는 에코백이나 친환경 비닐봉투를 따로 챙겨서 장을 보는편은 아니지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That only makes sense.)”
“그렇죠? 저는 월마트 직원인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달 초부터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비닐봉투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목표는 궁극적으로 전세계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들을 ‘비닐봉투 없는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오는 204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만들자는 범지구적 차원의 운동에 참여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비닐봉투 퇴출을 진작부터 추진했던 월마트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은 제인 유잉 부사장이 지난 2월 비닐봉투 퇴출을 넘어 비닐봉투 없는 매장을 점차적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현재 멕시코 월마트 매장들과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의 일부 월마트 매장에 시범적으로 도입 중인 ‘비닐봉투 없는 매장’ 개념을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게다가 이미 시범 사업을 시작한 버몬트주의 경우 매장 손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8퍼센트가 비닐봉투 없는 매장 도입에 찬성했다.
현재 월마트 매장에서 쓰이고 있는 문제의 비닐봉투를 재활용 봉투, 재생 봉투 등 친환경 비닐봉투나 친환경 장바구니 등으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 월마트가 확대 추진을 선언한 비닐봉투 없는 매장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월마트 혼자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가 밝힌 계획은 현재 월마트도 참여하고 있는 ‘비욘드더백(Beyond the Bag)’이라는 이름의 시민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닐봉투 퇴출 사업의 일환이다. ‘비욘드더백’은 클로즈드루프파트너스(Closed Loop Partners)라는 뉴욕 소재 벤처캐피탈업체가 주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로 이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하는 세계 최고 유통업체 월마트와 미국 최대 약국체인 CVS헬스, 그리고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가 공동자금 약 167억원을 투자해 출범되었다.
따라서 콜로라도도 전세계적인 친환경 운동에 동참해 지난 7월 1일부터 소비자들에게 비닐봉지 당 10센트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정부가 ‘브링 유어 오운 백(Bring Your Own Bag)’이라는 캠페인 명 하에 시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비록 아직 콜로라도 전역에서 일괄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덴버 지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 덴버국제공항에서도 전면 실행중이며, 주요 한인 거주지역인 오로라시에서는 아직 의무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계산대에서 제공되는 비닐봉투, 셀프 체크아웃, 개인 소비재 또는 생활용품 판매 소매점, 주류 판매점, 소매 체인점, 식료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등에서 제공되는 비닐봉투는 모두 장 당 10센트의 요금이 부과된다. 의무적인 요금을 내지 않으려면 쇼핑객들이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 10센트 중 6센트는 덴버시에서 가져가는데, 덴버시는 이 제도를 통해 모이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무료 에코백을 배포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덴버시는 이 제도가 환경 폐기물을 줄이고 보다 더 지속발전가능한 환경을 구축, 시민들의 친환경 활동들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전했다. 덴버시의회는 지난 2019년 해당 조례를 통과시켰고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작년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조례를 1년 연기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는 미 전국에서 1회용 비닐봉지 판매를 금하고 장당 10센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첫 주로 캘리포니아 주민이라면 비닐봉지 당 10센트를 내기 시작한 지 약 5년이 되었다. 콜로라도는 타주에 비해 친환경 레이스에 다소 늦게 뛰어든 면이 없지 않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비닐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비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다. 비닐이 매립될 경우 완전히 분해되는 시간은 최대 1,000년까지 소요된다고 알려진다. 그렇다면 비닐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생각보다 작은 습관으로 일상 속 비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더라도 마트나 시장에 갈 때 잊지말고 장바구니 또는 친환경적인 에코백을 챙기거나 매장에서 계산 시 불필요한 비닐포장은 거절해보는 것은 어떨까. 게다가 요즘에는 일명 ‘반려 에코백’이라는 말도 생겼다. 반려동물처럼, 단 하나의 에코백만 소유하고 계속해서 사용하자는 의미다.
적게 소유하기. 친환경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