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금요일 저녁 6시에는 본지와 오로라시 국제 이민사업부가 공동 주최한 ‘아시안 혐오범죄 간담회(Asian Hate Crime Conference)’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하에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애틀란타에서 발생한 한인 4명의 총격 사망사건을 계기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증오범죄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콜로라도 내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오로라시에서는 마이크 코프만 오로라시장과 바네사 윌슨 오로라 경찰서장과 여러 시의원 등 주요 시 인사들이 참석했다. 6시에 시작 예정이었던 간담회는 시작 직전까지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 수로 잠시 혼선을 겪었지만 바로 진행되었다. 컨퍼런스 현장에 직접 방문한 지역사회 주민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줌(ZOOM) 미팅 화상회의를 통해 참여한 시의원, 한인사회 리더들, 그리고 한인 2세들까지 본 간담회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지의 이현진 대표는 “갑작스럽게 준비하게 된 간담회임에도 불구하고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간담회의 포문을 열었고, 이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지역사회 리더들과 주민들 사이의 의미있는 대화와 토론의 장이 형성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일 간담회에는 콜로라도 주정부에서 카운셀러로도 활동중인 임영철 약사의 주관하에, 오로라시 국제 이민사업부의 송민수 행정관, 케햅(CAHEP)의 박수지 박사, 오로라 아시아태평양 커뮤니티의 이승우 디렉터, 전 오로라 시장 미망인 베키 호건 여사, 교역자회 부회장 유지훈 목사, 재미콜로라도한국학교 협의회 유미순 회장, 리마이어스오코넬(Lee, Myers & O’Connell) 법률사무소의 이상훈 변호사, 민주평통의 국승구 회장, 정주석 간사, 이상화 위원, 이미옥 박사, 국제언어서비스 한기표 대표, 콜로라도 주 한인회 정선우 회장, 콜로라도 한인 요식협회의 이동우 회장, M마트 이재용 매니저. 송미정 변호사, 세탁협회 이사 조성연씨, 체육협회 이준우 간사 등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과 관심을 가지고 참석한 한인들이 함께해 토론을 나눴다.
- “반드시 신고해라. 우리가 지켜주겠다.”



볼더 총기난사로 인해 10명이 희생된 사건을 위해 볼더에서 화상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바네사 윌슨 오로라 경찰서장은 “참석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고 불행하게도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오로라 경찰서 대표로 스테파티 경관이 참여하고 있으니 마음이 놓인다. 아시안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인종혐오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논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편견이 동기부여가 되는 인종혐오범죄가 곧바로 신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더욱 폭력적인 사태로 발전할 것이다. 내가 직접 피해자들의 전화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모든 신고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중이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사례들이 신고될 수 있도록 내 가족과 이웃을 먼저 살피고, 한인사회 내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오로라 경찰서장은 정확한 증거나 정황들을 증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 가해자의 신원과 증거들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이크 코프만 오로라시장은 바네사 윌슨 경찰서장의 말에 동의하며 현재 오로라시는 경찰 인력 증강과 다양한 지역사회 단체들과 함께 협력하여 인종혐오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가장 중요한 점들 중 하나는 이러한 범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력, 그리고 주민들과 오로라 경찰관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네사 윌슨 경찰서장도 “강력한 법을 규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일원들이 더 투철한 신고정신을 갖고 함께 협력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인 최다 거주지역인 연방 하원 6구역의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도 아시안 혐오범죄에 대해 온라인 신고 시스템의 개선과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 통역 지원, 그리고 공립학교 캠페인과 교육을 통한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시의원들 한인사회 참석자들과 열띈 논의, “반드시 통역사 필요해”
주요 시 인사들의 연설 및 의견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Q&A) 시간을 통해 컨퍼런스 참가자들과 패널들 간의 활발한 대화 및 논의가 이어졌다. 이 날 간담회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석한 시 의원들은 후안 마카노 의원, 안젤라 로슨 의원, 앨리슨 쿰스 의원, 앨리슨 힐츠 의원과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 캠프 소속 케빈 바가스 위원 등이 있었다.
이미옥 박사는 “한 주가 지나고 한 주가 지날수록 계속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콜로라도 내 총기소지 및 총기구입 시 신분검사와 관련된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크로우 하원의원은 총기소지법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판데믹 이후 증가한 인종혐오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총기를 소지하고자 하는 이라면 모두 엄격한 백그라운드 체크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의 이승우 이사장은 “해마다 주민들이 열심히 번 돈으로 세금을 내는데, 주정부와 지방단체들에서 커뮤니티의 안전을 위해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며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는 경찰국이 인식하는 ‘인종혐오범죄’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신고를 해야하는지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반드시 통역사가 필요하다는 점’도 코프만 시장과 시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케햅의 박수지 박사는 “애틀란타와 볼더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서도 보여지듯이 판데믹으로 인한 분노와 편견을 다른이들에게 폭력적으로 푸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며 “언어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 가능한 최대한 많은 언어들로 포스터와 브로셔 등을 만들어 ‘인종혐오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교육 시스템에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8시를 훌쩍넘긴 시간에도 한인 커뮤니티 리더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콜로라도 체육회의 이준우 간사는 한인 커뮤니티가 서로 힘을 모아 ‘이웃지킴이 시스템(Neighbor Watch System)’을 구축하거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어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민주평통의 이상화 위원은 “한국과 미국은 역사적으로도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한국전쟁을 통해 피로 맺은 동맹을 이어왔다. 미국은 개인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매우 잘 발달한 나라인데, 이 땅에서 정착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아시안들을 향한 분노와 차별이 너무 비극적이다”고 슬픈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성장하는 다음 세대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배울 수 있도록 좋은 교육 프로그램 제공, 그리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 활동 등의 범위를 증폭시켜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함께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