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다소 2016년의 재현을 보는 듯, 내달 3일 열리는 미 대선을 보름여 남기고 주요 경합주들을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대선 약 17여일을 남겨 놓고 최대 10% 포인트 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실제 개표 결과 트럼프에게 주요 경합주에서 모두 패배했다.
그녀는 48.2%의 득표율로 트럼프(46.1%)를 전국 득표에서 약 300만표 차이로 이겼음에도 불구, 주별 승자가 각 주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제도 때문에 대선에서 지고 말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고 있으나, 결과는 아직 모른다. 특히 코로나 판데믹과 미국 대선은 별개의 사안인 듯 보이지만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계 최강 국가로 비춰졌던 미국이 코로나 최악의 감염국으로 전락하면서 미 대선 결과는 우리 한민족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의 미래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주의깊은 관심, 그리고 참여가 필요하다.



“당신은 대통령이지, 아무말이나 ‘리트윗’할 수 있는 누군가의 미친 삼촌이 아니다.”
“You are the president. You are not like someone’s crazy uncle.”
지난 15일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타운홀 토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매서운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미국 내 주요 언론들과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는 NBC 여성 앵커가 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던 코로나 판데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및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해 토론 중 송곳 질문들과 사이다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집요하게 추궁한 그녀의 이름은 바로 서배너 거스리(Savannah Guthrie) 이다.
거스리는 토론의 포문을 열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첫 TV토론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 물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회 고작 3일 후인 지난 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토론회 시점에서는 이미 감염 상태였던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전날 했을 것이다. 아마 했을 수도, 안 했을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을 거짓으로 꾸몄다는 내용의 트윗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 리트윗 한 것에 대해서도 거스리는 “왜 당신의 지지자들에게 그런 거짓 트윗을 하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뉴스가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뿐만 아니라 그녀는 “당신은 리더가 되길 원한다”면서 “그러나 지금(right now) 당신은 국가의 리더이고 본보기여야 하지않나”라고 꼬집으며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시점에서도 왜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나는 마스크에 우호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의 85%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우리나라 질병통제예방센터(DCD)는 그렇게 발표한 적이 없다. 그 연구를 매우 잘 알고있다”고 바로 응수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 주장이 정확하지 않다고 이후 바로 잡기도 했다.
그녀는 親 트럼프 성지이자 극우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과’ 관련해서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큐어넌’은 2017년 부터 인터넷을 통해 성장한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음모론’ 집단으로, 통계상으로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이를 지지한다.
그들은 민주당 정치 지도자들이 외계인들과 결탁한 세력 및 소아성애자들이며 이들을 유일하게 견제하는 사람이 트럼프라고 주장한다.
이 집단은 일부 미국 사회 내에서도 ‘극우 음모론 집단’이라고 인식되는데, 거스리가 이 단체의 세계관이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부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아는 게 없다”고 반복하며 답변을 피해갔다. 이미 여러 차례 큐어넌 계정이 올린 트윗을 리트윗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하자 거스리는 “당신은 안다(You do know)”고 즉시 받아치며 이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막힘없이 설명해 반박했다.
거스리는 트럼프가 과거에 큐어넌 추종자들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단순한 리트윗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그녀의 답변은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은 대통령이지, 아무 말이나 리트윗할 수 있는 누군가의 미친 삼촌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준비된 팩트체크와 함께 지루한 방해 연설을 허락하지 않는 날카로운 질문들로 대중들의 오해를 바로잡고 토론의 방향을 중요 정책 사안들에 집중하게끔 이끌었다. 참고로 27년 경력의 언론인 거스리는 지난 201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그녀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대화하기’ 전략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정직할 따름이었다.



같은 시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린 트럼프과 바이든의 타운홀 토론회, 그들의 온도 차 어땠나
지난 15일 타운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하루 확진자가 7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 부실에 대한 압박을 받았고, 바이든 후보는 당선될 경우 어떻게 다른 뾰족한 대안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두 후보는 1차 TV 토론에서 끼어들기와 막말이 오가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그리고 최근 15일 같은 시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려 동시에 방송된 타운홀 행사에서 두 후보들은 국민들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주장을 설파했으나 여전히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노력를 강화하기를 거부했다”고 언급하며, “현재 2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진 상황인데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들은 항상 타겟이 되기 일쑤지만, 바이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트럼프를 사실에 기반하여 저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중계된 두 후보의 타운홀 미팅은 앞서 언급되었듯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방영되어 시청자들은 채널을 오가며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가오는 22일 대선 전 마지막 토론을 통해 만난다.
이번 토론은 양측의 2차 토론이자 마지막 토론으로 진행은 NBC 방송의 크리스틴 웰커(Kristen Welker)가 맡는다.
특히 이번 토론의 주제는 국가 안보 분야가 포함되어 있어 대북 정책과 한반도 관련 언급 가능성이 큰 만큼 양측의 외교 안보 기조를 탐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여진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탈퇴하는 등 외교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시키려던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Pivot to Asia)를 무력화시켰다. 또한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코로나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던 수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점차 더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전방위에서 중국을 압박, 갈등을 고조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대북 문제는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많다. 바이든 후보는 지속적으로 트럼프 집권 후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가 더 위험해졌고 미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면 북미 관계는 좋아질 수 있겠지만 한미동맹에는 다소 악재가 될 수도 있으며, 바이든이 당선되면 한미동맹에는 유리하지만 북미관계는 어려워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둘 중에 누가 앞으로 미국을 4년간 이끌게 될지는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 대선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 코로나19 판데믹에 대해, 미국과 한반도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구도에 대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열정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