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존경하는 어르신인 윤애원 사모님께서 지난 토요일 소천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윤사모님은 필자가 20여년 전 처음 이민을 온 후 당시 산부인과 의사와 환자로 만나 도움을 받았고, 후에 아이를 출산할 때도 따님인 최호숙 산부인과 의사와 번갈아 필자의 아이들을 받아내셨다. 당시 한인이라면 이분들의 손을 거쳐 태어나지 않은 아기가 없을 정도로 유일한 한인 산부인과 의사셨다.
항상 따뜻한 말씀과 겸손한 태도로 참으로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고, 한참 나중에야 65년 이민 초창기에 처음으로 한인 기독교회를 세우신 (告)선창균 목사님 사모님인 것을 알게 되었다.
10여년 전, 선목사님이 돌아가신 후 손주들을 위해 ‘나는 여의사요, 이민 목사의 아내였다’라는 책을 집필하셨는데, 태어나서 유년시절 일제시대와 6.25전쟁 격동기를 겪으며 당시 참혹했던 한국사정을 산 증인으로써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게 기록되었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당시 5가정밖에 없었던 한인들과 함께 교회를 세운 후 사모로써, 또 산부인과 의사로써 기나긴 여정을 담담히 신앙과 함께 고백한 이 자서전을 감명깊게 읽었다.



나중에 따님들이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Sunflowers for My Beloved’라는 제목으로 발간하였는데.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이 책을 여러 권 구매해서 지인들과 당시 역사선생님에게도 선물하고 아이들에게 읽게 한 적이 있다. 여러 번 인터뷰 요청을 했었는데, 한사코 거절하시며 “나중에 나 죽거든 그때나 얼마든지 써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이때가 될줄이야..
당신도 40세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며 필자에게도 무엇을 하든지 늦지 않았다고 격려하시며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오랜만에 만나도 반갑게 반겨주시고 항상 겸손하시던 사모님을 이제는 추억으로만 기리게 되니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오랜 시간동안 항상 말보다 행동으로 덴버 한인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참어르신인 윤애원 사모님. 이제는 그토록 바라시던 주님 곁에서, 또 먼저 고인이 되신 사랑하는 선목사님과 함께 편안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