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의 합성어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 중 하나이다. 코로나 판데믹의 장기화로 일상생활에 적잖이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기는 불안감이나 우울감, 무기력 증 등 일명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증상으로 일컬어진다. 카운셀링, 즉 심리 상담에 긍정적인 소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 블루’에 고통을 호소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도 한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판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전반적 생활패턴이 지극히 집안 위주로 국한되고 혼자 보내는 시간 또한 많아지면서 스스로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무심함이 어찌보면 ‘코로나 블루’를 키우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신체가 보내는 내면의 신호와 변화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심지어 알고자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쁜 삶에 치이기도 하고, 주변 이들도 비슷한 증상을 겪을테니 이러다가 지나가겠지 하기도 한다.
“우울증이란 정체되어 있는 분노(Frozen Anger)라고 일컫기도 하며 자괴감에 빠져있기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다독여주며 격려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콜로라도 덴버에 거주하는 유니스 주(Eunice Joo) 카운셀러는 7년에서 8년을 거친 긴 학업 과정과 피와 땀의 시간을 거쳐 지난 약 11년 동안 클리닉을 운영하며 오로라시 뿐만 아니라 콜로라도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종의 환자들에게 심리치료를 진행해왔다. 또한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 전까지는 한국 CBS 방송의 ‘부모세움’과 ‘행복다이어리’ 등 기독교 카운셀링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카운셀링 행보를 이어오기도 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블루’의 대유행에 대해 그녀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자녀가 있는 부모보다는 싱글들이 코로나 불안증을 더 심하게 겪는다며 직업의 불안정성을 겪는 이들,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약자들, 사회적 고립에 취약한 사람들이 고위험군이라고 진단했다. 언택트, 즉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는 코로나 뉴노멀에 따른 외로움과 내가 감염되거나 전파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우울증의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니스 주 카운셀러는 ‘코로나 블루’ 극복 방법에 대해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며 명상, 스트레칭, 운동 등을 통해 긴장을 이완시키는 것도 도움이 되는 하나의 방법이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몸이 건강하고 면역력이 높으면 힘든 시기를 이겨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바이러스로 인해 실외 활동이 제한되고 콜로라도 내 피트니스 센터 등도 문을 닫으면서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불안이 지속되고 기분이 침체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적인 생활이 계속되면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에 울적함, 불면증 등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한인 커뮤니티 내 많은 한인 환자분들을 치료해오면서 느낀 점들이 있다. 이민사회에만 적용되는 특이한 점들이 있는데, 언어적인 장벽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장애물들이 가족 내 평화와 신뢰의 틀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부모님이 자녀와 얼굴을 마주하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다’ 등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고 ‘미국사회로 이민을 오게되어 고마워할 것이다’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춘다”고도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러한 갈등 후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바로 그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려 하지 않고 치료하기 위한 노력 또한 크게 하지 않는 내면의 아픔인 우울증(depression). 그녀는 특히 코로나 블루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카운슬링에 대한 편견과 부담감을 깨고 열린마음으로 접근해주고 고려해주길 바란다는 진심을 표현했다.
그녀는 현재 ‘Ugly Teacher (추한 선생님)’ 이라는 도서를 집필 중이기도 하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 다양한 장벽에 부딛히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카운셀링을 필요로 했던 과거의 시간들을 회상하며 현대사회의 숨겨진 많은 이들이 카운셀링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문화 카운셀링(Cultural Counseling)’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는데, 최근 미국 사회 내 다문화 가정들이 많아지면서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겪는 어려움이나 심리적 고립감 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누구나 자신만의 배경과 문화적 스토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와의 심리치료 후 어떨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에 그녀는 “환자가 고질적인 내면의 아픔에 주의를 기울이고 치료 후 잠을 다시 잘 잔다고 할 때, 반항적이었던 아이들이 나를 믿고 마음을 열고 따라와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수줍게 답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신체적 질환과 병에 대해서는 병원에 찾아가지만, 자신의 내면의 병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인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은 고질적인 심리적 아픔을 다독이고 극복하는 데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심리적인 병은 장기적인 시점에서 보았을 때 훨씬 더 큰 후폭풍과 더 심각한 질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라는 말처럼, 앞으로도 그녀의 사무실에 더 많은 환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찾아가 자신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그녀와 함께 공유하고 마음의 병이 치유되는 힐링의 시간이 풍요롭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