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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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를 타고 온 차이나 쇼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쌍룡자동차에 이어 현대와 기아 자동차도 이번 주부터 한국 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전자 장치들을 서로 연결하는데 쓰이는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기본 부품 공급이 끊어져 재고가 바닥 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급망이 넓어 사정이 낫다던 르노 삼성도 공장 가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한대가 생산 되기 위해서는 3만개 이상의 부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그 만큼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중국 발 신종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는 것은 비단 한국 자동차 기업뿐이 아니어서 BMW, 포드, 테슬라 등의 제조사들도 중국 내 현지공장을 잠정 폐쇄 한 상태이긴 하나, 중국 외 지역의 공장이 영향을 받아 가동중단이 된 경우는 지금까지는 한국이 유일하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다양한 전자 부품을 연결하는 케이블의 묶음으로 거의 모든 자동차에 필수적인 부품인데 수작업 공정이 많아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여 국내에 공급을 해 왔다. 납품 단가가 낮고 인건비가 높은 국내 경제 상황에서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실행은 이러한 상황을 제조업 전반에서 가속화 시켰다. 현대와 기아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 8,000여개 이상의 협력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단순 타격이라기 보다는 존폐의 위협에 맞닥뜨린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중국산 부품 하나가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를 마비 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 토요타는 거의 모든 생산 라인을 정상 가동 하고 있다. 일부 중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동남아와 일본 자국 내 협력업체에서 대체조달 하면서 사태를 수습해 나가는 모양새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센카쿠열도 영유권 충돌로 인해 중국으로부터의 무역보복을 경험한 후 일본 제조업계는 중국 외 지역에 대체 생산 기지를 확보하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춰왔다.


반면 한국은 2017년 사드배치에 대한 갈등으로 관광, 문화 및 전 방위의 무역보복을 겪고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려왔다. 그 기저에는 친중반미(親中反美) DNA 를 가지고 있는 현 집권정부의 정체성이 깔려있다. 리스크 대비 없이 ‘중국 올인’ 으로 치닫다가 이번 중국 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톡톡히 그 비용을 치르고 있다.

한국 교역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 한 나라와 이루어 진다. 특히 소재, 부품의 의존도가 높아서 중국 내 변수에 따라 한국 공장이 일손을 놓아야 하는 지경이다. 실지로 중국 성장률이 1%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그의 절반인 0.5% 하락하는 구조인데, 이는 OECD 국가 중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극단적인 의존성이다.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의 자세는 이상하리 만치 대 중국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고강도 대처’를 주문했다고 하나 실제 정부여당의 가장 큰 걱정은 바이러스의 확산 보다는 반 중국 정서의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짝사랑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자세는 아직도 내려다보는 태도라는 실례가 있었다.

지난 2월4일, 아직 아그레망(주재국의 신임장)도 받지 못한 신임 주한 중국대사 싱하이밍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 및 결정을 들먹이며 대다수 국민에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 보이는 중국여행제한 조치를 오히려 철회 하라는 식의 선을 넘는 내정간섭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듯, ‘질병보다는 가짜 뉴스 확산을 막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는 식의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 중국이 방패로 쓰는 WHO는 ‘China Money’ (중국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관이다. 더 이상 중국문제에 관하여 객관성을 가질 수 없는 기관이 되었다는 것이 분명한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의 중국 옹호 발언에는 ‘WHO 가 이렇게 말했다’, ‘WHO 에 따르면’ 이라는 말이 수없이 반복되어 나온다.

중국에서 이번 신종 폐렴과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도 언제든 발생 할 수 있다. 위생에 대한 의식 수준,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중국정부의 대처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 동안 공수처설치, 선거법개정 등으로 민주당과 손발을 맞춰왔던 정의당, 대안신당 마저도 정부의 대 중국 자세를 문제삼고 있다. 아, 이번 코로나 사태가 너무 요란하여 잊고 있었다. 선거가 코 앞이다. 초지일관 현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인 대북관계개선의 주도권이 물 건너가고, 북한 김정은의 답방이 사실상 무산 된 상황에서 시진 핑 주석의 방한이 하루빨리 총선 전에 성사 되기를 바라는 여당의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세계경제의 명실상부한 2 TOP으로 자리 매김을 한 중국의 영향력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도 동의 한다. 그러나 범국가적 위기사태 중에도 뒷짐진 손가락으로 표를 계산하고 있는 모습은 씁쓸하다 못해 추하다.

무작정 중국에 등을 지고 반중정서를 키워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내편을 둘 만드는 일보다 적 하나를 만들지 않는 것이 외교의 정석이다. 특히 중국처럼 외교문제를 폭력적 경제보복으로 해결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나라를 상대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은 오래 전에 시작 되어야 했을 대한민국의 주권과 안보가 걸려있는 국가적 과제이다.
동맹이건 혈맹이건 자국의 이익 앞에 의리로 희생하는 국가는 없다. 실속 있는 자립경제와 균형 있는 경제외교만이 치열한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의 면역력이 되어 줄 것이다.

김상훈 칼럼니스트
The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WSET) Level II,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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