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8월 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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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중독 되자

2012년 12월의 마지막 날, 집에서 가까운 마켓 스시바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다. 식재료를 준비하고 롤을 만드는 일이라서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 후로 몇 곳의 스시바를 옮겨 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알바다의 스시바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때가 2014년 유월 말이었다.

인생 하반기에는 기술인으로 살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고 신년부터 시작될 학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오너는 서른 후반의 여인이었는데 그녀의 남편 역시 다른 도시에서 스시바를 운영하고 있었다. 내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 부부는 여름방학 중인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 예정으로 한국으로 떠났다. 롤을 만드는 일을 일년 넘게 해오고 있었던지라 대부분의 작업은 주인 없이도 혼자 해 나가는데 문제는 없었으나 연어 손질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주인여인은 뼈를 발라내고 휠레를 뜨는 법과 스시용 사시미 치는 법까지 속성으로 내게 전수해주고 한국으로 떠났다.

나는 파트타임 직원을 구해 가르치면서 함께 일을 해오고 있었다. 한데 그들 가족은 재입국 비자를 계속 거절당하여 11월 중순까지도 미국으로 못 들어오고 있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던 사람들은 들고 날기 일쑤라 그 무렵엔 혼자서 가게 일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주인 여인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이곳의 상황을 묻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 하였다. 그녀는 비자문제에 매달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근처 학원을 전전하고 있었고 이곳에 있는 집은 몇 달째 집세만 내면서 비워둔 채로 방치되어 있었으며 두 개의 스시샾까지 남들에게 맡겨둔 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한국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속이 오죽 했을까.

그들 부부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몰려 몸에 병까지 얻어 병원신세도 수시로 지고 있다고 하였다. 어떻게든 비자를 받아서 미국으로 다시 들어 갈 테니까 그때까지만 자신의 가게를 지켜달라며 내게 간절히 부탁을 하였으나 이발학교 수업이 신년 일월 초부터 시작이라 그 일은 12월 말까지만 해줄 수가 있었다.

춥고 바람이 심히 부는 11월 중순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하여 재료를 준비하고 스시롤을 차근차근 만들어 진열대를 채워놓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보통은 마켓 이층에 있는 직원 휴게실 소파에서 쉬었는데 그날은 유독 피곤하여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파카를 입고 뒷좌석에 누우니 햇볕이 좋아 잠이 솔솔 왔다. 삼십분 쯤 자고 깨어나 마켓 안으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지나 휑해진 진열대에 다시 품목들을 채워 넣기 위해 일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고 가슴에 통증이 왔다. 서있을 수가 없어 쪼그리고 앉아 숨을 골라 보았으나 식은땀이 나오면서 어지러웠다.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백지장 같았다. 곧 괜찮아 질것이라 믿고 휴게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간신히 숨이 평소처럼 쉬어지고 가슴의 통증이 잦아들기에 시계를 보니 두어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그것이 스트록이었다.

차안에서 춥게 자서 그랬나본데 어쩌면 심장마비가 왔을 수도 있었다. 주치의는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약을 먹어야한다고 하였으나 오십 초반부터 약에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부터 음식을 바꾸고 운동을 하면서 체중을 줄였다. 몸도 맘도 힘겨웠고 스트레스도 많아 수년간 인스턴트식품과 당분이 많은 스낵을 즐겨 먹었고 운동도 안하고 살아온 결과였다.

죽음이 그렇게 쉽게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달을 철저히 관리했더니 체중이 줄고 근육 량이 늘고 혈압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날이 추워지면 새벽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거북스러워지는 것은 여전했다.

유투브에서 본 약없이 치료된 사례자들의 경험을 믿는다. 날이 추워졌어도 맨발 걷기를 해오고 있다. 부드러운 흙길도 좋지만 흙과 돌이 같이 섞인 곳도 좋다. 차가워서 더 아픈만큼 쾌감도 커 일종의 자해치료법이란 생각도 든다. 발의 통증을 견디며 계속 걸으면 그 통증을 상쇄시켜주기 위해 체내 모르핀도 같이 분출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자해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신체적 고통을 줌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잊어버리려는 것으로만 이해를 했었으나 고통때문에 방출되는 체내 모르핀의 역할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모든 활동이 그렇다.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에 맘껏 중독되어 보자.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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