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월 4, 2022

마그리뜨의 장미

19세기 사진기의 발명으로 미술계에 큰 변화가 오기 시작하고 예술가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했다. 회화 역사상 오랜 시간 차지했던 사실적 표현에 대한 지루함으로 사람들은 식상해 있었고 20세기에 들어 서면서 입체파, 야수파에서 초현실주의 추상주의 표현주의 개념미술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복잡 다양한 예술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더없이 피폐해지고 복잡해졌고 현대 미술이 난해한 것은 우리가 난해해졌기 때문이라는 어느 미술 사학자의 말에 동의한다.


미술이 꼭 아름다워야 하나? 꼭 진실 해야 하나?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입장은 당혹스럽고 때때로 황당하며 유치원 생도 그릴 것 같다거나 이해 할 수 없다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낸다. 그런 현대 미술의 홍수 속에 반짝이는 반전의 재치로 우리들 사고의 상식을 유모러스 하게 뒤집어 버린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낸 마그리뜨의 그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벨기에 출신의 마그리뜨는 생소한 배경에 친숙한 물건을 엉뚱하게 배치하는 데페즈망 기법을 써서 칸트식 철학으로 사고해야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일반적 초현실주의 화가(뭉크, 달리, 키리코)들이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을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에 기반을 두었다면 마그리뜨는 정상적 의식이 만들어 내는 가상적 유희를 즐겼다고 한다.
이 그림은 장미 한 송이가 방 내부를 꽉 채운다.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꿈속이나 환타지 영화에서나 우리 머릿속 상상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그림 제목은 더 없이 엉뚱하다. 레슬러란 쾌락주의자의 은어인데 방안에서 장미(쾌락)를 크게 키웠으니 그 방이 영적 무덤이 되었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어쨌든 그의 작품에는 우리가 믿어 왔던 상식이나 철학 등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뒤집어 버리는 즐거움이 있다. 관람자의 고정된 관습에 순수한 시각적 충격을 준다.
그는 강에서 투신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을 보아야 했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간혹 얼굴 위에 흰 수건이 가려져있는 그의 초기 그림들이 그의 유년의 기억이다.) 후반기에는 사랑하는 좋은 여자를 만나 그림만 그릴 수 있는 안정된 화가의 삶을 살았다. 그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쾌활한 유머 감각은 평생 사랑했던 부인 조제트의 영향 이였으리라. 집안에 화실을 두었는데 아침에 중절모에 옷 제대로 차려 입고 침실에서 부엌을 통과해 집안 화실로 출근을 했다고 한다, 화가로서 명성을 얻기 전에는 벽지 디자인, 포스터, 광고 등의 일을 하다가 한 화랑과 계약을 맺으며 순수 회화에 몰두하게 되었고 1927년 첫 개인전의 혹평으로 의기소침, 파리로 가서 앙드레 브르통, 폴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며 초현실주의를 접하게 된다. 다시 뷔르셀로 돌아와 전쟁 중에는 히틀러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초기 그림들은 어둡고 비판적이었으나 전쟁을 견디어낸 후 좀 더 밝아지고 가벼워지고 실험적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화가 대신 철학자나 시인으로 불리길 원했고 철학자처럼 존재와 세상에 대한 사유를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니라 관람자가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을 추구했다.

그림;2.이미지의 배반
La trahison des images 1929

그의 대표작인 “이미지의 배반” 그림에서는 파이프를 그려 넣은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프랑스어로 쓴 작품인데 처음 봤을 때 이건 뭐지? 하는 의문과 당혹감이 들었었다. 말 그대로 그건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를 그려 넣은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란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이미지로는 파이프의 절대 기능인 담배를 피울 수가 없다. 여기서 마그리뜨가 말하고 싶은 실제와 이미지 사이의 모순적 개념, 여러분은 이해가 좀 되시나요?
“나 같이 단순함이 좋은 사람에겐 마그리뜨 같이 복잡한 사람도 필요해. 그런데 그런 그림은 사고 싶지 않아. 살만한 재력도 없으면서…..저 파이프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혼자 오만 가지 생각을 다한


이것이 바로 현대 미술이다. 관람자가 그 그림을 통해서 독창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과거의 그림들은 예술가가 친절하게 이건 꽃이야, 풍경이야, 귀부인이야 아름답지 하고 다 결정해 놨다면 현대 미술은 관람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자기 주관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데 있다. 어리둥절하며 혹은 거부감을 느끼며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자까지 작품이 되는 것, 이런 것이 현대 미술의 즐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차용 되어지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매트릭스, 아바타, 토이즈,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음반으로는 비틀즈, 제프 백그룹, 잭슨 바운, 애플 레코드사 광고- 삼성 갤럭시, 소설- 김영하 빛의 제국 등에 패러디 되어 주의 깊게 보면 주변에 널려 있다.
2006~2007년 명동 신세계 백화점 리모델링 공사장 외벽을 덮었던 가리개에 프린트 된 작품 골콩드 (한국에선 겨울 비)는 그의 작품 이였고 일년 저작권 사용료가 일억 원 이었다고 한다.
비록 마그리뜨는 갔지만 그의 혼은 그림으로 살아서 서울 한복판에 한동안 걸려 있었으니 과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곧 장미의 계절이 돌아오니 장미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시라!

백홍자 작가
조각가, 개인전 2회, 단체전 다수, 이화여대 미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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