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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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대만 다 꺼낸 美中…신냉전 중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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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 돕지말라’ vs ‘대만접근 멈추라’…서로 속내·결의 확인
제재 감수한 대러 지원-서방과 파국 피하기 사이 中 결정 관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간의 14일(현지시간) 로마 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등 국제 현안에서 미중이 서로 ‘속내’를 확인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한반도, 대만 등 현안과 관련해 “솔직한 대화”를 나눈 미중 양국은 이 논의를 토대로 향후 대응 기조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와의 공조 강화를 본격 실행할지 여부는 미중관계는 물론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고 있는 국제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 ‘러·북 돕지 말라’ 고강도 경고한 美…中 ‘협력원하면 대만 접근 중단하라’
    설리번-양제츠 회동에서 미국의 최우선 관심은 중국의 러시아 지원 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적 또는 경제적으로 지원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이 국제 사회를 규합해 러시아 제재의 대오를 만들었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마음먹고 러시아를 도와줄 경우 제재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지원까지 한다면 우크라이나가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전세는 급속히 러시아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중요한 국면임을 감안할 때 미국의 경고는 러시아를 도울 경우 중국도 제재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와 거래한 중국 금융기관, 기업, 개인 등을 제재하는 이른바 2차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가 설리번이 보인 핵심 카드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미 측은 또 북한의 최근 긴장 조성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한편, 현시점에서 취할 조치와 중국과 함께 관여할 일 등에 대해 언급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이는 준비 동향이 포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하고, ICBM 발사 등이 이뤄졌을 때 중국이 추가 제재를 거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대만 문제로 응수했다.

    양제츠는 미국-대만의 최근 협력 강화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며 “매우 위험한 길에서 더 멀리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대미 현안 중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삼는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북핵 등 미국의 핵심 우려 사항에서 미국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중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됐다.

◇ 대타협은 어렵지만 상호 ‘마지노선’ 넘는 것은 조심할 가능성
    이번 회동에서 논의된 우크라이나, 북한, 대만 이슈는 개별 사안들이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큰 틀에서 서로 엮인 문제들이라고 관측통들은 지적한다.

    결국 하나의 현안에서 일방이 상대 협력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상호 파악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
    “솔직하고 심층적이며 건설적인 의사소통을 했다”는 중국 측 평가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대화를 했다”는 미국 측 평가는 이견은 있었지만 양국 정상과 연결되는 중요 인사들끼리 7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 두 나라 모두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추정케 한다.

    이번 회동 이후 양측이 각자 제 갈 길을 간다면 국제 정세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히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중국이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러시아와 북한에 힘을 실어 줄 경우 미국은 고강도 중국 제재로 맞서고, 그에 반발한 중국은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온 중립 노선을 버리고 러시아 지원으로 급선회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도 미국의 협조 요구를 거부하며 더욱 철저히 북한을 옹호할 공산이 커 보인다.

    치열한 전략경쟁을 펼치는 동안 불신이 누적된 양측이 극적인 ‘빅딜’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번 대화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북한, 대만 문제에서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서로 자제한다면 상황의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중국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 국면에서 러시아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도록 돕는 선택지와 지금처럼 ‘친러’ 성향의 중립 노선을 취하되 노골적인 러시아 지원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선택지가 우선 가능해 보인다.
    중국으로선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의 도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경우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투입해온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유럽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중국 입장에서 반길 법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실질적으로 도울 경우 미국 및 유럽과는 최악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유럽 대 러시아의 대결 구도를 미국·유럽 대 중·러로 바꾸게 됨으로써 중국이 신냉전 구도에 더욱 깊숙이 빠져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가 결정될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이 러시아라는 반미 협력 파트너를 지키는 길을 갈지, 아니면 서방과의 극단적 갈등이 가져올 외교적, 경제적 악영향을 피함으로써 국정의 안정을 꾀할지에 국제 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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