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1월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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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거주 102세 천주교 신부, 2차대전 참전용사로 훈장 수여받아

지난 달 콜로라도 덴버에 거주하는 천주교 예수회 소속 에드 플래허티(Edward Flaherty) 신부는 오전부터 예상치 못한 방문을 맞이했다. 콜로라도가 지역구인 에드 펄머터(Ed Perlmutter) 연방 하원의원과 스티븐 베스트(Retired Army Maj. Gen. Steven P. Best) 미 육군 예비역 소장이었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해하는 플래허티 신부에게 두 사람은 커다란 상자를 내보였다. 2차 세계대전 승전 훈장을 비롯해 그에게 수여되는 훈장 일곱 개가 상자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에드 플래허티 신부는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의무병으로 제 2차 세계대전 때 복무했는데, 그의 공을 기리는 훈장 수여식이 76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 날 열린 특별한 훈장 수여식에서 노병의 가슴에는 훈장 일곱 개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이 날 진행된 깜짝 훈장 수여식은 2013년 은퇴를 하고 거처를 옮기던 플래허티 신부의 이사를 돕던 동료 사제가 우연히 그의 짐에서 낡고 빛바랜 병적 기록지를 발견하고 이를 펄머터 하원의원에게 전달하면서 추진되었다. 그의 병적 기록은 일곱 개의 훈장 수여 자격을 채우기에 충분했고, 펄머터 하원의원과 베스트 장군은 노병의 가슴에 핀을 달아주며 “제 2차 세계대전 미국이 어려움을 겪던 당시 희생 정신으로 복무한 당신의 열정을 조국은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플래허티 신부는 고향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아버지 회사의 회계일을 돕던 스물 두 살 때 입대했다. 당시 미군의 2차 대전 참전 도화선이 된 진주만 폭격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으로 비교적 평화로운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는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운 뒤 자발적으로 복무를 연장했고, 이후 미국도 제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갔다. 그는 “내가 다른 사람을 죽인다는 걸 받아드릴 순 없지만,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온 힘을 보태고 싶다”며 의무병과를 지원했다. 그는 곧바로 131 공병연대 의무파견대에 배치되어 부상 환자를 치료하고 긴급 후송 작전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 플래허티 신부는 2차 대전이 끝나던 1945년까지 복무했다.

제대 후 사회로 복귀한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사업가로서의 순탄한 삶을 살기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열망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1959년 나이 마흔에 천주교 예수회 수도자로 입회해 성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1967년에 콜로라도 덴버로 이주해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고, 덴버 교구의 성직자로 교인들을 돌봤다. 그는 한 때 다시 군복을 입고 군종 사제가 되어 공군에서 복무하기도 했었다.

 “제 2차 세계대전 기간 플래허티 신부님의 국가를 위한 봉사를 공훈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당신이 콜로라도에 거주한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당신의 희생과 봉사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펄머터 연방 하원의원은 말했다.

이어 베스트 장군도 “태평양 작전사령부에서 그의 복무는 우리 대부분이 역사책에서 읽거나 많은 영화들에서 본 바와 매우 흡사하다. 군 제복을 입었을 때도 그의 공적은 빛이 났지만, 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그가 육군 제복을 벗고 사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덴버 커뮤니티에서 평생 봉사해왔다는 것이다”라며 그의 국가를 위한 봉사, 그리고 하나님을 위한 봉사를 모두 기릴 수 있어 영광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2013년 아흔다섯의 나이로 은퇴한 플래허티 신부는 현재는 덴버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 사제로, 교수로, 군종 장교 등으로 숨가쁘게 살아온 102세 노신부의 훈장 수여식 당일 표정은 마치 20대 초반의 앳된 병사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육군 소장님께서 직접 훈장을 달아주시니 정말 영광이다. 아마 100세를 넘겨 나처럼 이렇게 기쁜 서프라이즈를 받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플래허티 신부는 조용히 웃었다.

조예원 기자
고려대학교 국제학 BA · 고려대학교 언론학 BA · 덴버대학교 국제안보학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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