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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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면 재미없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뻤던 계모의 꼬임에 속아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아무도 없는 깊은 숲속에 쓰러져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 빠진 세상에서 제일 예뻤던 백설 공주는 숲속에 사냥을 하러 들어왔는지 산책을 하러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간에 멋진 왕자가 몇 날 며칠 동안 씻지도 먹지도 않고 잠만 자도 여전히 예쁘고 생기가 감도는 백설 공주의 잠자는 얼굴에 반하여 입맞춤을 하는 바람에 놀라 그렇게나 오랫동안 입안에 물고 있었음에도 녹지도 썩지도 않은 독 묻은 사과 쪼가리를 뱉어내는 바람에 죽음과도 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진 왕자와 백설 공주는 웨딩마치를 올리고 영원히 평생을 함께하면서 행복하기만 했을 리가 없다.


삶은 아침엔 저렇더니 저녁엔 이렇고 어제는 이랬는데 오늘은 그렇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을 따라가다 보면 오르막이 또 나온다.
저 모퉁이 돌아가면 또 무엇을 만날지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모른다. 갑자기 백설 공주 이야기가 왜 떠올랐을까 생각해보니 발코니로 나있는 거실 유리문을 통해 눈이 내리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하얀 눈…백설…백설 공주로 연상 작용이 일어났음이 분명하다.
주 4일을 볼더로 출퇴근을 하며 이것도 감사하다 생각하며 즐겁게 맘먹고 다녔는데 두 달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면서 손님이 더욱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이 상황이 앞으로도 일 년은 더 걸릴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나 역시 다른 길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직업이다 보니까 감염에 대한 위험부담도 있었다. 혹시 걸리더라도 나의 면역력은 나를 충분히 지켜 주리라 믿어지지만 그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전직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이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이만큼 살아보니 생계를 위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면 무엇이건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가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지하 고속도로를 설계하는 일이나 그 공사의 노동일이나 백 층이 넘는 빌딩을 세우는 일이나 그 건물을 청소하는 일이나 다 마찬가지이다.


뭐를 정말로 몰랐던 시절에는 그건 대단하고 저건 하찮은 일이고 구분을 지었었지만 알고 보니 사실 그게 그거다. 부와 명예를 얻으면 영향력과 통제력이 생기니 짜릿하겠지만 그래 봤자다.
친구들과 지인들은 질시하며 속으로는 망하기를 바라고 자식들은 재산이나 빨리 물려받길 원한다는 어느 강사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싶어 웃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큰 성공 같은 것은 안 하는 편이 낫다. 그냥 조금씩 일을 하면서 그럭저럭 먹고사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면 지인들과 친구들로 하여금 약간 짠한 느낌을 일으키게 하여 뭔가 더 챙겨주고 싶게 만들어 관계유지도 괜찮을 수 있고 빚도 유산도 자식들에게 남겨줄 게 없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은 들어도 나중에 유산 때문에 애들끼리 싸울 일은 없을 거 같아 뱃속 편하다.
보기에는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서 살아 있던 동안에 했던 나와 남을 위한 좋은 마음가짐과 행한 좋은 일들로 업그레이드된 정신세계랄지 영혼은 다음 세상으로 간다고 한다.


죽어본 사람도 없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더러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사후세계를 보고 왔다는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육신에서 빠져나가니 아무런 통증이나 불쾌감이 없었고 중력에서도 벗어나 너무도 가벼웠으며 생각만 하면 시공간을 들고 났으며 아름다운 빛과 무한 사랑과 평화와 만족함뿐이라 계속 그곳의 거하고 싶어 육신이 있었을 때로 절대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으나 이곳에서 마쳐야 할 숙제가 남아있어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고들 말한다.
오직 모를 뿐이다. 이 직업에 절대로 위기는 없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지난 수년간 이발 기술을 익히느라 참고 참아 맘고생에 몸 고생 다 겪고 프로가 되어 발 뻗고 잤는데 생각도 못한 위기가 왔다.


어쩌랴. 지금 상황에 다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이 있고 열려 있는 문도 많다. 그럼 또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과거를 되짚어 그때 그러지 말고 저랬어야 했는데 잘못했다라고 자신을 질책할 수도 있지만, 그때엔 저러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러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지금에서 하는 망상일 뿐이다.
그때 저럴 수 있었으면 저랬을 테지만 저럴 수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라 언제나 잘해온 것이다.
지금이라는 이 시공간에서 맞다 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뿐이다.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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