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은 약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세포는 하는 일에 따라 수천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창자 내벽 세포는 음식물을 흡수하는 기능을 하고, 간세포는 몸 안에 들어온 독소를 해독하는 기능을 하는 것처럼 모든 세포는 각각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며 독특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세포가 모여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긴밀하게 연락하고 조화롭게 협력해야 한다.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 사이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세포라고 하더라도 세포 간에는 무척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세포가 조화롭게 소통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자신의 신호를 다른 세포에 보내고 또 다른 세포가 보내주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세포는 수만 가지 서로 다른 수용체를 세포막에 가지고 있다.
세포는 다른 세포에 신호를 보내는 일보다 다른 세포가 주는 신호를 받는 일을 더 열심을 수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야 수천 가지 서로 다른 세포가 끊임없이 보내오는 수만 가지 신호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세포가 받아들이는 신호가 주는 신호보다 10,000배 정도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람 사이의 소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통이라는 말은 막힘이 없이 잘 통한다는 뜻이다. 소통이 잘 된다는 말은 자기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과 상대방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 모두 잘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양방향 모두 같은 정도로 원활하게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양방향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에 따라 소통이 잘되는 사람도 있지만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소통이 잘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고 한다.사람을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면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인지 꽉 막힌 사람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꽉 막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그 사람과는 더 이상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통이 잘 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깊은 속마음까지도 털어놓게 되고 더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성 간에는 처음 만났을 때 소통이 잘 되어야만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첫 만남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통은 비단 이성과의 관계에서만 성립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인정해 주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따라서 훌륭한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이 말하는 만큼 타인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상대를 설득하고자 하는 만큼 상대의 의견에 설득당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
자신의 주장만 펼치고 상대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상대방도 나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될 것이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줄 때 상대방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듣는 것이다. 잘 듣는 것을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傾은 기울어진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말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聽은 듣는다는 뜻으로 耳, 王, 十, 目, 一, 心 등의 글자가 조합하여 만들어진 글자로써, 왕이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듣고, 열 개의 눈으로 상대방에게 주목하며 상대방과 한마음이 되어 들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있다. 이러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면 상대방이 어떠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듣는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에는 listen, hear가 있는데,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listen이며,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들려오는 소리를 들을 때 사용하는 단어는 hear일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이 listen하지 않거나 대충 hear하고 있다고 느끼면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할까? 대화를 나눌 때 listen하고 있는지 hear하고 있는지는 서로가 쉽게 알 수 있다. listen하고 있을 때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서 듣기 때문이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미소를 머금은 편안한 모습으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서 듣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방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고 듣는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고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잘 듣고 경청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잘 들어서 활발하게 소통하므로 인간관계를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관계로 이어나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