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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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간판 바꿔다는 지방국립대, ‘인서울’ 해소없인 백약이 무효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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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억3천명의 미국에는 큰 동네마다 대학이 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학위를 주는 대학은 2021년 현재 2년제 1천249개를 포함, 3천931개로 4천개에 이른다. 학위 없는 졸업장을 주는 교육기관을 합치면 그 수가 7천개가량이 된다. 이들 수치도 2010년대 초반에 비해 10%나 감소한 것이다. 경제가 갈수록 좋아지니 대학 갈 필요가 없어서 생긴 현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학이 사라지기 때문에 학교 이름을 알리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주립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각 주에는 한국의 지방거점국립대, 속칭 ‘지거국’ 개념의 플래그십(flagship) 주립대가 있지만 주요 도시별로 지방캠퍼스가 따로 있는 데다 다른 주립대와 교명이 엇비슷해 홍보에 애를 먹는다. 그래서 교명에서 주 이름을 빼거나 아예 바꾸는 일이 잦다. 학교 소재 도시를 내세워 약칭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공대로 유명한 일리노이대 본캠퍼스는 1977년 교명에 도시명(어배너-섐페인)을 넣은 UIUC로 바꿨다.

명문 주립대학 간 수식어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최초 공립대’ 타이틀을 둘러싼 조지아대(UGA),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윌리엄메리대 간 해묵은 논란은 유명하다. UGA는 주정부의 인가 연도(1785년)를, UNC는 첫 학부생 졸업 연도(1798년)를, 윌리엄메리는 학교 설립 연도(1693년)를 ‘최초’의 근거로 내세운다. ‘최초’를 두고 이들 대학은 나름의 논리로 서로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기도 한다. 조지아대는 공립 인가를 받아놓고 학생 선발을 미룬 것이, UNC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미리 공립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이 약점이다. 윌리엄메리는 하버드대(1636년 설립)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지만 설립 당시는 영국 선교사 제임스 블레어가 세운 사립대였다. 윌리엄메리는 미국 독립으로 영국 왕실의 재정 지원이 끊기고 남북전쟁으로 재정난에 빠져 정상적 학교 운영이 어렵게 되자 1906년 버지니아주의 공립대 시스템에 들어갔다.

미국과 달리 대학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에선 공립대가 교명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교명 변경은 2년제가 4년제로 승격되거나 현재 방송통신대처럼 입학 과정에 특별한 요건을 두지 않았던 ‘개방대학’이 일반 대학으로 바뀌는 등의 불가피한 경우에 한했다. 수도 서울에선 서울시립대와 서울과학기술대가 이에 해당한다. 일제 때 경성공립농업학교로 출발한 서울시립대는 한국전쟁 후 4년제 서울농업대로 승격된 뒤 잠시 서울산업대를 거쳐 1981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아직도 노년층에선 ‘서울농대’로 부르는 이가 더러 있다. 서울과기대는 과거 서울 지역 개방대를 대표했다. 경기공업개방대를 거쳐 시립대가 반납한 서울산업대를 교명으로 쓰다가 2010년대 일반대로 개편되면서 지금의 간판을 달았다.

교육부가 교명에 ‘국립’을 넣게 해달라는 비수도권 13개 국립대의 청을 다 들어주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국립대’ 석 자를 넣으면 인지도가 올라 신입생 유치와 졸업생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0년대만 해도 서울 중상위권 레벨이었던 경북대와 부산대마저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면서 우수학생 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아무리 학교 간판을 바꿔 달고 장학금을 두둑하게 준다 한들 ‘인서울’이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꺾이지 않는 한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

저출산 여파로 지방 소도시의 국공립대는 물론 상당수 사립대는 이미 자체 발전 기반을 잃은 상태다. 교육부의 온정주의 정책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타오는 혈세 덕분에 겨우 연명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 부단한 생존 노력을 펼치는 미국 공립대들이 한국의 이런 현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욕 먹을 각오로 뛴다는 윤석열 정부에서 지방의 총체적 난국을 해소하는 근본 처방을 내놓길 기대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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