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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로] 다른 이에게 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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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이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들떠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할로윈 때문입니다. 이전에 10월 31일은 시월의 마지막이라 시인들도 노래하는 가을의 아름다운 날이었는데, 한국 마저 미국의 영향을 받아 다르게 이 날을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금요일 마다 찾아가는 너싱홈 Ridgeview 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은 몸만 불편하신 분들과 식당에서가 아닌, 기억을 잃어 버린 분들이 계신 Sterling Unit 에서 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주에는 공포 영화를 틀어 놓았는데 곳곳에 검은 색 거미와 오렌지 색 호박 장식이 붙어 있습니다. 

 말씀은 중학교 선생님인 John 이 나눕니다. “평화의 하나님께서 곧 사탄을 쳐부수셔서 여러분의 발 밑에 짓밟히게 하실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의 은혜가 여러분과 함께 있기를 빕니다.”(로마서 16:20.새번역 성경). 거대한 로마제국의 심장인 로마시에 살고 있던 그리스도인들, 예수를 황제 보다 높은 분으로 고백하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에 바울이 단호하게 선포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 어떤 막강한 권력과 돈, 화려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로마인들에 둘러 싸여 초라함과 자그마함, 겸손과나눔을 옷 입기로 결정한 이들에게 결국 우리가 예수와 함께 승리할테니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 안타까움과 사랑 속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John 이 질문합니다. “Have you ever committed your life to Jesus? 당신의 삶을 예수님께 드린 적이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은 예배 시간이나 성경공부, 소그룹 모임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다릅니다. 설교자의 질문은 기억을 잃어 버린 이들에게 너무나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런데, 예배 시간에 늘 휠체어를 천천히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여기 저기 다니시는 Zilla 자매님이 그 어려운 질문을 한 John 앞을 지나면서 억양이 없는 문장이나 분명하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Yes, I have committed my life to Jesus. 네, 저의 삶을 예수님께 드렸습니다.” 뒤에서 불안하게 메세지를 듣고 있던-성도님들이 넘어지시거나 사소한 말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저의 뒤통수가 번쩍 합니다. 알츠하이머 때문에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설교자에게 눈을 맞추고 있지 않아 말씀이 그냥 흘러가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장면을 모두 보았던  Lorna, Tim 그리고 John 과 집으로 돌아오는 늙은 오디세이 자동차 안에서 하나님의 영이 하시는 놀라운 일에 대해 감사를 올리는데 지난 주일 말씀이었던 요한복음 6장 말씀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께서 수천명의 사람을 보리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먹이신 후 당신이 하늘에서 온 빵이니, 나의 몸과 피를 먹어야 한다라고 가르치시니 제자들을 비롯해 또 다른 기적을 바라던 이들이 예수를 떠났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그랬던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으로 부터 빵을 또 얻어 먹기를 바랬는데 자꾸만 이상한 이야기를 하시니 싫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않을 것 같으니 떠나버린 것입니다. 구름 처럼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이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하지 않았다고 요한은 적었고, 예수님은 남아 있는 열두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합니다. “너희까지도 떠나가려 하느냐?”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현대인을 위해 번역을 다르게 한 ‘메시지 성경’에서 시몬 베드로는 이렇게 답합니다. ““Master, to whom would we go? You have the words of real life, eternal life. We’ve already committed ourselves, confident that you are the Holy One of God.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당신은 진정한 생명,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삶을 드렸으며, 선생님이 하나님의 거룩한 분이심을 확신합니다.”(요한복음 6:67-69. Message Bible).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로움과 질병 속에서, 남들이 치매라고 할 때 고백한 것이지만, 남들이 다 예수를 떠날 때 드린 베드로의 진지한 고백과 정확하게 일치하며 저의 가슴을 두 번 두드립니다. “너의 삶을 지금 드렸는가? 네가 맞닥뜨린 절망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믿으며 온전히 맡기고 있느냐 말이다!” 마음이 아프고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합니다. 늘 피할 변명을 찾는 저에게 주님은 사랑을 거두지 않으시고 저에게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정신 없는 청소년이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나 모르던 청년이었을 때, 온 나라가 IMF 로 어려울 때 더욱 어려웠던 때, 미국에 와서 울며 일하고 공부하다 언뜻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 앉아 안심하는 꿈을 꿀 때, 그리고 지금 오십을 훌쩍 넘어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또 바라고 있는 이 때에도 변함 없이 저를 귀하게 여기시고 사랑하시는 예수로 인해 저도 베드로 처럼, Zilla 처럼 고백합니다.

“사랑의 주님, 오늘 저의 삶을 드립니다. 제가 누구에게, 어디로 가겠습니까? 주님 밖에 없습니다, 저의 인생에.”


2025년 10월 31일 (금)
예수 앞에 앉아
이성한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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