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6, 2022

[꿈속의 꿈] 너는 내 운명

간 밤, 잠에서 깨기 직전에 내 왼 손가락 네 개가 몽땅 잘리는 꿈을 꾸었다. 피는 나지 않았고 통증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나 놀래고 속이 상해 손가락 쪼가리들을 얼른 주워 강력 접착제로 붙였더니 도로 붙었다. 헌데 손가락 하나가 잘 못 들러붙어 원래보다 길어졌다. 임태경이 의사라며 내 손가락을 원래대로 만들어 주었다. 뭔 의미가 있는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개꿈? 개꿈. 작년 유월에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왔다.

혼자서 살다보니 편하고 자유로워 그다지 아쉬운 건 없었는데 어느날인가 문득 아쉬운게 단 하나, 스킨쉽이라는 것을 절절하게 느끼고 느끼다가 결국 사무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러 내린 결론은 강아지였다, 역시 강아지. 지난 세월 속에 사정상 끝까지 못 키우고 입양보내야 했던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결심한 것은 ‘한국 사람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였다. 마당도 아니고 아파트 한 공간에서 개를 키우는 건 자식보다 개를 더 사랑하고 자녀교육보다 개 교육에 더 열심인 백인들이나 할 짓이지 우리처럼 개사랑, 개교육을 대충하는 사람들은 개만 고생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으나 그 깨달음을 넘어서는 외로움에 가슴이 저리고 저려와 이번엔 개교육 잘 시키고 개사랑 제대로 해주리라 개결심을 하고 강아지분양 싸이트를 뒤졌다.

개품종과 특성과 성품을 공부하면서 내가 원하는 작고 예쁘고 똑똑하며 얌전한 강아지를 찾아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기본 천오백불이 넘는 토이푸들, 미니어쳐 푸들, 웰시코기들에 갈등을 하던 중 관심을 끄는 광고문구를 크렉리스트(개인 광고싸이트)에서 발견했다. ‘오 개월 된 웰시코기를 데려가 잘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고. 암으로 죽은 자기 아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인데 무료로 줄테니 한 달에 한 번씩 강아지가 잘 커가는 사진만 찍어서 자기네부부한테 보내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사진까지 올렸는데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거기다가 아들이 투병 중에 죽었다니 것도 가슴이 아팠는데 또 거기다가 그 비싼 강아지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바로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 메세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 집주소도 우리 집에서 가깝길래 직접 찾아가서 강아지를 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들이 워싱턴에서 살다가 죽어서 자기네 부부가 지금 아들물품을 정리하러 거기 가있고 강아지도 거기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개배달 전문 업체에 비행기 티겟과 인건비를 선지불하면 업체에서 우리집 문 앞까지 개를 배달시켜 준다더라 그쪽과 연락을 먼저 취할테니 연락을 기다리라 길래 기다렸더니 곧 연락이 왔다.

아랍쪽 엑센트의 영어를 하는 배달업자가 운송비 삼백이십불을 송금하면 이틀 뒤 받게 될 것이라기에 송금했더니만 티켓팅 전표를 내게도 보내주었고 직원이 컨테이너에 담긴 강아지를 항공사 출입구로 데리고 가는 사진까지 보내주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나의 운명적 강아지를 기다렸는데… 다음날아침 업자가 전화 걸어 하는 말이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는 곳에서 태풍 때문에 연착이 되어 열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곳 날씨가 너무 너무 더워서 강아지를 냉방이 잘되는 개호텔에서 쉬게 해줘야하는데 보증금 팔백 불을 내야 들어갈 수 있으나 나갈 때 돌려준댄다 어쩌구 저쩌구.

오마이갓! 사기 당했구나 싶었다. 이게 인터넷 사기이고 보이스피싱이구나 싶어 기가 막혔다,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전화로 돈을 입금하라고 하면 순순히 입금을 하는 바보가 있냐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아주 어리석은 사람들로 치부했는데 아뿔사, 내가 그랬다. 어떻게 나는 돌이란 돌에는 다 걸려 넘어지는 것일까. 같은 돌에 두 번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매번 다른 돌에 걸려 넘어지는 이런 건 또 뭐야. 웃을 수밖에. 울 수 없어서 웃었다. 고작 삼백불이다, 그 정도야 뭐어 하면서.
헌데 이 아라비안 사기꾼이 한 놈인지 두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전화를 걸어대고 문자를 해대는 것이었다. 개가 지금 더워서 못견뎌하니 얼른 팔백불을 보내라, 열 시간 후에 돌려받는 돈이다 하면서. 개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내 삼백불이나 당장 돌려달라, 안 그러면 폴리스에 바로 신고하겠다고 끊어버렸다. 그 뒤로도 계속되는 전화와 문자를 무시하며 삼백불을 수업료로 치자 생각하고 명상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챙피스러워 누구한테 말도 못하겠는데 그래도 어디다가 털어놓기라도 해야 속이 가라앉을 거 같기에 큰아들이랑 언니랑 친구한테 쏟아놓았더니 큰아들은 깔깔 웃으면서 큰 돈 아닌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잊어버리라 했고 언니한테는 쿠사리를 엄청 먹었으며 친구는 죽은 아들의 강아지라는데 아니 속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자기도 돈을 보냈을 것이라며 위로를 해주어 덕분에 평상심을 되찾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데 전화가 울려 비몽사몽 받았더니 또 그놈 목소리였다. 밤 열두시가 다 되어 가는데 하는 말이 자기는 사람의 돈을 갈취하는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라며 담날 아침에 송금했던 영수증을 들고 가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해놨다기에 이튿날 설마 싶어 갔다가 돈을 돌려받긴 받았으나 도대체 이게 뭔 일이래 싶어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인터넷 보이스피싱이 맞긴 맞는데 간땡이가 작고 마음이 여린 어수룩한 인간이었던가 보다. 떼였다 생각하고 포기해버렸는데 삼백불이 돌아오니 공돈 생긴 것같이 어찌나 좋던지, 원.
그 뒤로도 좋은 강아지를 찾아 인터넷 싸이트를 뒤지던 중 직접 찾아가서 내게는 꽤 큰돈을 지불하고 두 달 된 미니어처 푸들 암컷을 데리고 와 딸처럼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데 곧 있으면 두 살이 된다.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있으니 께임끝, 문제해결. 그래서 반려견이라 했겠지, 아무렴. 이 어린 것을 데리고 목이 아프도록 가르쳤더니 크게 짖으라고 하면 크게 짖고 작게 짖으라 하면 작게 짖고 속삭이라고 하면 속삭이고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하라고 했더니 노래도 한다.
요새 시작한 공부는 두 번 짖어, 이다. 내가 먼저 두 번 짖으면 따라 두 번 짖는 것이 신통하여 아홉 번 짖어 까지 가보려고 하나 그때까지 내목이 남아나려나 모르겠다. 애들 어릴 때 한글 가르치던 것보다 강아지 훈련시키는 것이 훨 재미나다.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콜로라도 거주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권달래
아마추어 작가, 1985 중앙대 건축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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